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22일 소방청에 따르면 이번 울산 화재로 입은 인명피해는 경상을 입은 사람이 92명이고 중상을 입은 사람은 3명이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고층 빌딩으로 순식간에 타고 올라간 화재현장이었지만 심각한 인명피해가 없었다는 점이 2017년에 73명이 사망했던 영국 그렌펠 타워 화재와 대조적이다.
화재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소방당국은 대응 단계를 곧바로 높이고, 인근 시도의 소방력까지 동원했다. 중앙119구조본부를 비롯해 부산·대구 등 8개 시·도에서 125대의 소방력이 동원됐다. 이에 앞서 울산소방은 대원들을 건물내로 투입하고 사람들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유도해 옥상과 대피공간을 통해 77명을 구조할 수 있었다.
사진=소방청 제공
지난 4월 1일부터 시행된 소방기본법 개정에 따라 소방청장은 화재 예방 및 대형 재난 등 필요한 경우 시·도 소방본부장 및 소방서장을 지휘·감독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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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주상복합 아파트 화재처럼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설 경우 빠르게 지휘권을 일원화하고, 인근 지역에 소방 동원령을 내려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공고해진 것이다.
실제 소방관 국가직화 후 올해에만 3번의 주변 지역 동원령이 내려져 대형 화재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지난 4월 경북 안동 산불, 5월 강원 고성 산불의 빠른 대응이 가능했던 이유다.
'불나면 대피먼저' 대국민캠페인도 한 몫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소방당국은 이번 울산 화재 사례에서 보듯 신고를 하되 신속히 대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소방청 관계자는 "요즘같이 가연성 내장재가 증가하여 화재확산이 빠른 경우에는 무엇보다도 대피가 우선되어야 인명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초기상황일 경우에는 소화기로 불을 끄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서는 대피우선이 제1의 원칙이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불이 나면 공황(패닉) 상태에 빠질 수 있으므로 평상시에 대피를 우선하라는 명확한 메시지가 인식되어 있어야 국민의 생명보호에 실직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선진국에서도 우리나라와 비슷해 대피 방법에 대한 교육을 오래전에 시작했다"고 말했다. 호주는 '대피하라, 준비하라' 캠페인을, 미국은 '대피장소 확인' 교육을, 영국은 '비상대피 계획을 세워라' 캠페인을 각각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소방청의 고민도 많다. 국가직화가 되면서 중앙정부에 요구하는 국민의 기대 수준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 부족인력에 대한 2만 명 충원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어 지역간 소방력 불균형이 상당 부분 해소되고 있는 만큼 소방청의 정책 수립과 관리역량도 강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최돈묵 한국화재소방학회장(가천대 교수)은 "소방행정의 효율성이 확보되려면 제도와 정책을 개발하는 소방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중앙기관이 그 역할을 수행 할 수 있도록 인력과 예산 측면의 보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