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란'이 독감백신 사망 원인?…정은경 "독성검증 이미 통과"

머니투데이 최태범 기자 2020.10.22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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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식품의약안전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백색입자가 발견돼 회수된 백신 등과 관련해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13.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식품의약안전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백색입자가 발견돼 회수된 백신 등과 관련해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13. [email protected]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이후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백신 원료가 되는 ‘유정란의 톡신(독성물질)이나 균’이 사망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그러나 독감 백신 유통 전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독성물질 검증을 진행했기 때문에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서상희 충남대 수의학과 교수에게 자문 받은 결과에 따르면, 독감 바이러스를 유정란에 넣어 배양할 때 유정란 내 톡신이나 균이 기준치 이상 존재하면 사망에 이르는 쇼크를 발생시킬 수 있다.



서상희 교수는 2009년 5월 세계최초로 유전자 재조합 기법을 이용해 독성이 없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신종 인플루엔자(H5N1) 인체백신을 개발하는 등 바이러스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서 교수는 “유정란 톡신이나 균이 자극 또는 선행요인으로 자가면역계에 영향을 미쳐 몸의 정상조직을 공격하거나 그 자체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 세포 배양 때도 배지(미생물 발육을 위한 영양물질)상 균이 자랄 수 있다”고 했다.



강기윤 의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백신의 출하를 승인할 때 무균검사와 톡신검사를 하고 있지만 일부 물량의 샘플링 검사만 실시했다. 백신 제조사의 생산 과정이나 유통 및 접종 이전의 과정상 백신의 균 또는 톡신 상태에 대해서는 따로 점검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강 의원은 “1900만 도즈(1회 접종분)라는 대량의 정부 조달 물량을 급히 제조하면서 균이나 톡신이 기준치 이상 존재할 수 있는 일반 계란을 이용했을 경우와 상온 노출 등 관리 부실로 균이나 톡신이 기준치를 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톡신이 기준치 이하면서 무균 상태인 청정란으로 유정란을 만들어야한다. 보건당국은 백신이 배양된 유정란이 어떤 상태였는지, 이미 유통된 백신들의 균 및 톡신 상태를 조사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독성물질이 체내에 들어와 세포에 흡수돼 중화작용이 발생하면 검출이 어려워진다. 부검에서도 사망 인과관계를 밝혀내는게 어려울 수 있다”며 “사망자를 발생시킨 백신 주사기를 폐기하지 말고 조속히 수거해 조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은경 청장은 유정란의 독성물질이 사망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정 청장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정란 방식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백신을 검증하면서 독성물질을 시험해 검증을 통과한 제품이라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했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22.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22. [email protected]
정 청장은 코로나19(COVID-19)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 독감백신과 일련의 사망 사고와의 연관성도 낮은 만큼 예방접종사업을 중단할 때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예방접종과 사망의 관련성은 상당히 낮다. 예방접종을 중단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질병청과 전문가들의 판단”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백신 제품이나 독성 문제로 인한 사망은 아닌 것으로 전문가들도 판단하고 있다”며 “의무기록 조사와 부검을 통해 사망 원인을 찾고 인과관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부검까지 2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정 청장은 또 “동일한 의료기관에서 동일한 날짜에 백신 제품을 접종한 사람들에게 전화조사를 했지만 경증 반응 이외에 중증 보고는 없었다”며 “56만명 정도가 동일한 제품을 맞았지만 20명 이하가 경증 반응을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망자 중 2명은 ‘아나필락시스(알레르기성 쇼크)’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해 추가 조사를 했다. 1명은 질식사, 다른 1명은 기존 기저질환에 따른 병사 가능성을 보호자도 얘기해서 아나필락시스는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아나필락시스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특정 항원에 대해 항체가 과민하게 반응하는 현상이다. 극소량만 접촉하더라도 전신에 증상이 나타나는 심각한 알레르기(쇼크) 반응이다. 즉시 치료하면 큰 문제없이 회복될 수 있지만 치료가 늦어지면 치명적일 수도 있다.

정 청장은 백신 접종을 꺼리는 고령층에는 “인플루엔자 자체로 인해 1년에 3000여명 가까이 사망한다. 반드시 접종하는 것이 안전하다”며 “건강상태가 좋을 때 맞고 장시간 대기하지 않도록 분산해서 날짜를 여유롭게 해서 접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일련의 독감백신 관련 논란에 대해 “국민들의 걱정이 많은 것을 충분히 공감하고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 생산부터 유통과 분배, 접종까지 모든 과정에 여러 부처가 관련돼 있는데 이 부분을 다시 한 번 면밀히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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