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발언하고 있다.(대검찰청 제공) 2020.8.4/뉴스1
지난 8월 말 검찰 간부 인사가 단행된 후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검찰청에서 함께 일한 과장·연구관들을 떠나보내며 이같은 소회를 밝혔다고 한다. 통상적으로 열리던 송별식 대신 5명씩 총장실에서 티타임 형식으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주고받던 중 나온 얘기다. 현 정권과 맞서게 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가 각각 고민의 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과정이나 결과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검찰총장인 윤 총장 스스로 책임질 수 있도록 사표를 고민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윤 총장이 세 번의 사표 결심에도 자리를 지켰다고 언급하면서 끝까지 검찰총장의 본분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참석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로서의 사명감과 정의감을 당부하며 윤 총장 본인의 굳건한 의지 또한 내보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단 후문이다.
검찰 안팎에선 특히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수용하면서 내놓은 메시지에 주목했다. 윤 총장은 "수사팀은 검찰의 책무를 엄중히 인식하고 대규모 펀드사기를 저지른 세력과 이를 비호하는 세력 모두를 철저히 단죄해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펀드사기를 '비호하는 세력'을 굳이 언급함으로써 권력형 비리에 대한 수사와 엄벌을 에둘러 강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록 윤 총장이 '허수아비 총장'을 넘어서 최악의 경우 피의자로 몰릴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는 백척간두에 몰리고 있지만 윤 총장이 검찰총장직에 있는 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의 불씨가 그나마 남아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오는 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이 작정하고 소신 발언에 나설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일부 감지된다. 그러나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 발동 후 윤 총장 본인을 비롯해 가족들 수사로 연일 압박에 나서면서 과연 윤 총장이 과감한 행보를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추 장관이 연일 윤 총장 관련 수사를 언급하고 있는 것은 7년전처럼 깜짝 발언을 하지 말라는 경고아니겠느냐"며 "윤 총장이 이번 수사지휘권에는 즉시 따르는 모습도 그렇고 국감에서 원론적 답변으로 그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