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2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만나 베트남 사업 협력방안 등을 논의했다/사진제공=삼성전자
푹 총리가 이 부회장을 만나 기회가 있을 때면 반도체 공장 투자를 부탁하는 만큼 삼성전자 고민도 함께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관련 업계는 삼성전자의 베트남 반도체 공장 투자는 의외로 복잡한 측면이 많아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이다.
푹 총리가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투자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2018년 10월, 2019년 11월, 2020년 10월)다. 그때마다 이 부회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대답을 내놓았는지 알려지진 않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 시안에 삼성전자의 메모리(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이 들어선 전례가 있으므로 베트남에서도 반도체 공장 투자가 가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는다. 삼성전자는 2012년 9월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착공해 2014년 5월부터 반도체 양산에 돌입했다.
아직 베트남 남북부 지역 중 어느 곳이 반도체 공장 후보지인지 알려지지 않은 데다 반도체 사업을 하기에 베트남이 과연 매력적인 입지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베트남은 강수량이 넉넉하고 평지가 많아 공장 부지를 찾기가 어렵지 않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가 최근 다시 4년 만에 원자력발전소 재도입을 추진할 정도로 전력 확보가 불안정하다. 발전소 확보는 물론 수십㎞에 달하는 송전탑을 공장까지 어떻게 끌어오느냐도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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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반도체 수요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중국 시안 공장에서 생산한 낸드는 현지 대형 스마트폰 고객사를 중심으로 수요처가 넓은 편이다. 반면 베트남은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시장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평이다. 박닌성과 타이응우옌성에 있는 삼성전자 휴대폰 공장 외에는 반도체 공장을 건립해도 특별한 수요처를 찾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글로벌 SCM(공급망관리)도 애매하다. 베트남의 지정학적 위치는 인도나 호주,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다른 국가에 공급할 경우 '역물류'로 적잖은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베트남의 반도체 공장 입지 장점은? 시안과 인프라 격차 커
특히 베트남 일부 지역은 글로벌 대학 등 R&D(연구·개발) 거점이 취약한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중국 시안은 시안교통대, 시베이공대, 시베이전자과학기술대 등 40여 개 대학이 있다.
XHTZ(시안첨단산업단지)에는 IT(정보·기술)만 다루는 1000여 개의 연구소도 가동 중이다. 베이징이나 상하이와 비교해 인력풀이 크게 뒤떨어지 않는다는 평가다. 연평균 강수량이 평균 600㎜에 불과할 정도로 비가 적게 오지만 황하 유역의 관중평원 중부에 위치한 덕분에 산업용수 문제도 해결 가능하다.
2012년 9월 시안 반도체 공장 기공식 당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현 삼성종합기술원장·회장)은 "중국에서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고객사들이 현지에 반도체 공장을 세워 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했다"며 "시안은 인적자원도 풍부한 편"이라고 입지적 장점을 설명했다.
2012년 9월 12일 서안시 고신공업개발구에서 '삼성중국반도체 공장 기공식'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시삽을 하고 있다. 사진 좌측부터 동쥔 서안시 시장, 이규형 주중국 한국대사관 대사, 자오러지 섬서성 성위 서기,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자오정용 섬서성 성장, 윤상직 지식경제부 장관/사진=삼성전자
이를 계기로 삼성전자는 2015년 5월 평택 고덕국제신도시에 축구장 400개 면적(289만㎡)의 평택캠퍼스를 착공했다. 이는 해외에 반도체 공장을 짓으려면 그만큼의 캐파(생산능력)를 가진 또 다른 생산라인을 국내에도 병행해 지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 반도체 공장을 지을 경우 국내 투자나 채용 축소에 대한 우려 때문에 사실상 한국에 공장을 하나 더 지어야 할 수 있다"며 "이런 것을 모두 감안해 추진할 정도로 베트남이 글로벌 반도체 거점으로서 가치가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2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만나 베트남 사업 협력방안 등을 논의했다/사진제공=삼성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