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도시바'이어 美 '인텔'까지…최태원 '낸드'시장 새판 짠다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심재현 기자 2020.10.2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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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도시바'이어 美 '인텔'까지…최태원 '낸드'시장 새판 짠다


#. 2012년 2월14일은 SK그룹이 하이닉스 인수 대금 3조3747억원을 완납한 날이다. 이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SK하이닉스' 사무소로 첫 출근했다.

"책임지고 하이닉스를 성공시키겠다." 최 회장은 인수 과정에서 나왔던 안팎의 우려를 의식한 듯 강한 어조로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8년 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반도체 1위 기업인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할 정도로 성장했다.



SK하이닉스 韓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 '빅딜' 성사
日 '도시바'이어 美 '인텔'까지…최태원 '낸드'시장 새판 짠다
SK하이닉스 (177,800원 ▲7,200 +4.22%)가 미국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을 90억달러(약 10조3104억원)에 인수하는 사업 양도 양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금액은 2016년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가 미국 차량용 전장(전자장비)업체 하만을 인수했던 80억 달러(9조3000억원)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한국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M&A(인수·합병) '빅딜'이다.

이번에 인수한 부문은 인텔의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사업 부문과 낸드 단품 및 웨이퍼 비즈니스, 중국 다롄 생산시설을 포함한 낸드 사업 부문 전체다. 차세대 메모리 분야인 인텔의 옵테인 사업부문만 인수 대상에서 빠졌다.



이번 인수는 2017년 SK하이닉스가 한미일 연합으로 일본 키옥시아(구 도시바메모리) 지분 인수에 참여한 것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 사업 인수에 전격 나선 것은 우선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려는 시도다.

그동안 SK하이닉스 입장에서 낸드 사업은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D램 사업의 경우 삼성전자에 이어 글로벌 2위를 달리고 있지만 낸드는 지난해 기준 5위에 그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낸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35.9%로 1위이며 SK하이닉스가 9.9%, 인텔이 9.5%다. SK하이닉스가 인텔을 인수하면 단숨에 낸드 시장 점유율 20%로 키옥시아(19%)를 제치고 삼성전자에 이어 글로벌 2위 자리로 도약하게 된다.


SK하이닉스, 고부가가치 3D 낸드 중심 포트폴리오 구축
SK하이닉스 이천 사업장 정문/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 사업장 정문/사진제공=SK하이닉스
인텔은 CPU(중앙처리장치) 사업을 주력으로 해온 만큼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메모리 사업 정리를 꾸준히 추진해왔다. 그럼에도 기업용 SSD 시장에서는 CPU와 최적화하는 기술로 여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아직 주요 국가의 규제 승인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SK하이닉스가 실제 인수에 나서면 D램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낸드로 확대하면서 새로운 발판을 만들 수 있게 된다. 특히 기업용 SSD 시장에서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1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인텔의 솔루션 기술과 생산 능력을 접목해 기업용 SSD 등 고부가가치 중심의 3D 낸드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계획이다. 인텔의 올 상반기 낸드 관련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8억달러(약 3조1900억원), 영업이익은 6억달러(6836억원)로 영업이익률이 21.4%에 달하는 만큼 SK하이닉스의 수익성 증진도 기대할 수 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CEO는 "낸드 기술의 혁신을 이끌어 오던 SK하이닉스와 인텔의 낸드 사업부문이 새로운 미래를 함께 만들 수 있게 됐다"며 "서로의 강점을 살려 SK하이닉스는 낸드 분야에서도 D램 못지 않은 경쟁력을 확보하며 사업구조를 최적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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