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콜비용만 3.4조원…현대·기아차 '세타2엔진' 뭐길래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20.10.1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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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양재동 사옥. /사진제공=현대자동차현대차 양재동 사옥.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기아차가 전례 없는 3조 4000억원의 충당금을 설정한 '세타2 엔진의 초기버전인 '세타엔진'은 한국을 자동차 엔진 수출국으로 끌어올린 자동차업계의 상징적인 존재로 꼽힌다.

2002년 현대차가 독자 개발해 탄생한 세타 엔진은 이후 일본 미쓰비시, 미국 다임러크라이슬러 등에 수출돼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현대차는 이후 2009년 강화된 배기가스 규제에 맞춰 후속작인 '세타2 엔진'을 내놓았다. 뛰어난 출력으로 호평을 받았던 세타2 엔진에 논란이 불거진 것은 2015년이다. 이 엔진을 장착한 차량이 주행 중 멈추는 사고가 잇따르면서다.

특히 세타2 직분사(GDi) 엔진의 결함이 조사 중 드러나자 현대·기아차는 그해 9월 미국에서 47만대의 리콜을 실시했다. 이후 2017년 3월에도 119만대를 추가로 리콜 조치했다.



국내의 경우 이보다 늦은 2017년 4월에서야 리콜 조치가 내려졌다. 리콜 대상은 2013년 8월 이전에 생산된 △그랜저(HG) △쏘나타(YF) △K7(VG) △K5(TF) △스포티지(SL) 5개 차종 약 17만대였다.

현대·기아차는 정부의 리콜 명령이 아닌 자발적으로 조치에 나섰으나, 미국보다 시점이 늦어진 만큼 엔진 결함에 대한 은폐·축소 의혹이 불거졌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품질담당 전직 임직원들은 이 같은 혐의로 기소돼 법정에 서기도 했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세타2 GDi 및 세타2 터보 GDi 엔진을 장착한 2010~2019년형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미국 고객에 평생 보증 프로그램을 제공키로 지난해 결정했다. 여기에 적용되는 차량은 총 469만대에 이른다.


현대·기아차가 세타2 GDi 등 일부 엔진 결함에 대해 19일 공시를 통해 양사 합쳐 총 3조3600억원의 충당금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2조1000억원, 기아차가 1조2600억원의 품질비용을 각각 3분기 실적에 반영한다고 덧붙였다.

현대·기아차는 "일부 차종의 엔진에 대한 충당금 설정과 선제적 고객 보호조치를 위해 품질비용을 회계에 반영하기로 결정했다"며 "근본 개선책 마련과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품질이슈 재발 방지에 주력하고, 신뢰 회복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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