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도 클라우드도 바꿨다"…子회사 사명 교통정리 나선 네이버

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2020.10.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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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그린팩토리 본사 전경 /사진=뉴스1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그린팩토리 본사 전경 /사진=뉴스1


네이버(NAVER (183,300원 ▲3,200 +1.78%))가 최근 메신저와 클라우드 등 기업용(B2B) 사업에서 '네이버'로서의 색채를 강화하고 있다. 구글·아마존·애플 같은 글로벌 IT 공룡들이 잠식한 국내 IT 인프라 생태계를 '토종' 네이버 생태계로 바꾸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19일 자회사 웍스모바일의 협업 솔루션 '라인웍스' 명칭을 '네이버웍스'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일본 시장에서 익숙한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LINE)의 명칭 대신 국내 시장에서 친숙한 '네이버'를 강조한 리네이밍이라는 설명이다. 일본에서는 '라인웍스'로, 한국에서는 '네이버웍스'로 투트랙(two-track)으로 영업한다는 구상이다.



네이버는 지난 15일에는 또 다른 자회사 NBP(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의 사명도 '네이버클라우드'로 고쳤다. 네이버클라우드는 NBP 시절부터 기업용 클라우드와 AI(인공지능) 플랫폼, 업무 협업 툴 등 기업향 서비스를 전담하던 자회사다.


국내 기업 상대로 '네이버' 강조…'네이버 인프라' 확대 포석
네이버의 제2데이터센터 '각 세종' 조감도 /사진제공=네이버네이버의 제2데이터센터 '각 세종' 조감도 /사진제공=네이버
네이버가 이처럼 국내에서 B2B IT 서비스 사업을 강조하면서 '네이버'라는 브랜드를 강화하는 데에는 외산 플랫폼이 강세인 국내 IT 시장 생태계 생리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클라우드 서비스형 인프라(IaaS) 시장의 경우 국내에서도 AWS(아마존웹서비스)만의 점유율이 절반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클라우드 시장 특성상 특정 브랜드의 인프라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해당 인프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데 네이버가 이 점에서 약점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현재 B2B 시장에서 IaaS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SaaS 사업 범위를 넓히기 위해 일단 클라우드 인프라를 확장할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관측된다. 세종에 새 데이터센터 '각 세종'을 짓고 있는 등 클라우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수요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실제로 네이버는 사명을 바꾼 다음날 직접 SaaS 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클라우드 인프라를 사용하는 SaaS 기업을 직접 포섭하며 자체적인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또 이들 기업에 네이버클라우드 플랫폼을 사용할 수 있도록 2000만원 상당의 크레딧도 제공하기로 하면서 네이버클라우드 인프라를 사용하도록 유도했다.


네이버가 국내에서 네이버웍스 고객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 역시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용 메신저 자체가 클라우드 기반 SaaS인 만큼 네이버웍스 고객사를 늘리면서 클라우드 생태계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네이버 "외산 공룡 대신 '네이버' 생태계" 구상
"메신저도 클라우드도 바꿨다"…子회사 사명 교통정리 나선 네이버
네이버는 이를 통해 토종 IT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앱마켓 같은 경우도 토종 마켓인 '원스토어'가 구글·애플에 밀리는 것처럼 서비스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보하려면 인프라 선점이 중요하다"며 "우선 국내 기업들을 상대로 토종 클라우드 생태계를 구성해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브랜드를 강조하는 것이 소프트뱅크 자회사 Z홀딩스에 매각한 라인을 내년 초 네이버에서 완전히 분할하면서 사업 교통정리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이와 관련 네이버 관계자는 "클라우드나 기업용 메신저 사업은 각각 네이버의 자회사인 국내 법인 '네이버클라우드'·'웍스모바일'이 해 오던 사업"이라며 "일본에서의 라인웍스 사업도 앞으로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계속 국내 법인이 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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