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팜·카겜·빅히트…공모주 3대장, '이것' 때문에 희비 갈렸다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20.10.21 08:43
글자크기
바이오팜·카겜·빅히트…공모주 3대장, '이것' 때문에 희비 갈렸다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공모주 3대장'으로 불리는 이들 종목은 모두 역대급 청약 열풍과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증시에 입성했다. 하지만 이후 성적표는 제각각이었다.

3대장의 공통점으로는 '뜨거운 청약 열기와 높은 의무보유 확약 비율' 등이 꼽힌다. 반면 '공모가 산정'과 '예탁금 추이' 등을 보면 차이가 확연하다.



20일 코스피시장에서 빅히트 (230,500원 ▲2,000 +0.88%)는 전 거래일 대비 6500원(3.44%) 내린 18만2500원에 마감했다. 상장 이후 4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현 주가는 공모가(13만5000원) 대비 35%가량 높다.

이는 빅히트와 함께 올해 증시 대어로 꼽힌 SK바이오팜 (82,700원 ▼1,700 -2.01%), 카카오게임즈 (20,750원 0.00%)가 상장 직후 공모가 대비 최대 450%, 271%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실망스럽다는 평가다. 비슷해보이는 공모주 3대장은 왜 이렇게 서로 다른 성적을 보였을까.



3대장의 공통점, 증거금 30~50조 달하는 뜨거운 청약 열기
'공모주 3대장'의 청약 열기는 뜨거웠다.

지난 7월 상장한 SK바이오팜 (82,700원 ▼1,700 -2.01%)의 일반청약 경쟁률은 323.02대1로, 청약증거금은 30조9883억원에 달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두 달여만에 카카오게임즈 (20,750원 0.00%)는 청약증거금 58조5543억원을 기록하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카카오게임즈의 청약 경쟁률은 1524.85대1이었다.

이달 초 진행한 빅히트의 일반청약 경쟁률은 606.97대 1로, 증거금은 58조4237억원이 모였다. 카카오게임즈는 소폭 못 미치나 장안의 화제가 될 만큼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의무보유확약 비중도 높았다. 의무보유확약은 주식 유통물량을 일정 기간 제한해 상장 직후 주가 변동성을 막기 위한 조치다.

SK바이오팜의 기관투자자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52.25%로, 유통물량의 절반 정도였다. 카카오게임즈 (20,750원 0.00%)의 기관 의무보유확약비율은 72.57%도 높은 수준이었다.

빅히트도 기관 의무보유확약 물량은 78.37%으로 유통물량은 적었다. 하지만 기타법인의 순매도를 막지 못했다. 실제 빅히트 상장 첫날 기타법인은 빅히트 주식 58만5463주를, 기관은 2만9213주를 매도했다.

개인은 같은 날 81만4800주를 순매수했다. 기타법인은 은행, 보험, 금융투자업자를 제외한 금융기관으로 주로 창업투자회사, 벤처투자회사, 유한회사 등이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모주는 초기 유통물량이 적다 보니 시장 수요에 비해 빠르게 상승하다가 유통물량이 풀리면 빠르게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가격이 공모가 대비 2~3배 이상 올랐을 때 기관투자자는 보통 개인처럼 매입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SK바이오팜, 빅히트 희비 갈린 이유?…"공모가 때문"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일반 공모주 청약 마지막날인 6일 서울 마포구 NH투자증권 마포WM센터를 찾은 개인 투자자들이 관련 상담을 하고 있다. 2020.10.06.  kkssmm99@newsis.com[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일반 공모주 청약 마지막날인 6일 서울 마포구 NH투자증권 마포WM센터를 찾은 개인 투자자들이 관련 상담을 하고 있다. 2020.10.06. [email protected]
'공모주 3대장'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공모가다. 동종업계와 엇비슷한 밸류에이션(기업가치)로 책정된 SK바이오팜 (82,700원 ▼1,700 -2.01%), 카카오게임즈 (20,750원 0.00%)와 달리 빅히트 (230,500원 ▲2,000 +0.88%)의 공모가는 너무 높았다는 평가다.

지난 16일 기준 기존 엔터테인먼트 3사인 JYP(1조2264억원), SM(7234억원), YG(8063억원)의 시가총액은 각각 1조원 남짓이다. 공모가 기준 빅히트의 시가총액은 4조5600억원으로, 기존 엔터 3사 합산(2조7561억원)보다 많다.

연예기획사의 가치를 평가하면서 저평가 상태였던 SM을 빼고, 네이버와 카카오 (48,600원 ▼500 -1.02%) 등 플랫폼 기업을 비교 대상으로 삼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편 SK바이오팜 (82,700원 ▼1,700 -2.01%)의 공모가 기준 PSR(주가매출비율)은 60배로, 영국 제약회사 'GW 파마슈티컬스'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GW 파마슈티컬스는 지난해 뇌전증 치료제 '에피디올렉스'를 발매해 1년 만에 3억달러(약 3428억원) 매출을 기록한 업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에피디올렉스 판매 직전 해인 2018년 GW 파마슈티컬스의 PSR은 388.6배에 달했으나, 이듬해 에피디올렉스 매출이 큰 폭으로 성장하며 PSR은 10.4배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 5월 난치성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를 발매한 SK바이오팜 (82,700원 ▼1,700 -2.01%)도 비슷한 행보를 겪을 것으로 관측한다.

카카오게임즈 (20,750원 0.00%)의 공모가 기준 PER(주가이익비율)은 18.7배다. 상장 당시 고평가 논란이 일었지만, 그래도 비슷한 게임업체의 전례가 있었다.

김창권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넷마블은 상장 이후 PER이 80배까지, 펄어비스는 상장 초기 PER이 200배를 상회하기도 했다"며 "게임기업이 IPO를 위해서 준비한 신작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 주가 기준 카카오게임즈 (20,750원 0.00%)의 PER은 220배를 넘는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회사라도 공모주는 대중에게 주식을 파는 행위인 만큼 싸게 상장해 수익을 볼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며 "SK바이오팜 주가가 15만~16만원대에서 버티는 이유도 누가 생각해도 싸게 상장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K바팜 때는 1조, 빅히트는 10조 빠졌다…공모주 노린 '주린이' 대거 유입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또 다른 차이점으로는 이들 공모주 청약 이후 증시 자금 추이다. SK바이오팜 (82,700원 ▼1,700 -2.01%)에 비해 카카오게임즈 (20,750원 0.00%)빅히트 (230,500원 ▲2,000 +0.88%) 청약 당시 증시 자금 변동 폭이 더욱 크다.

이는 CMA(종합자산관리계좌) 잔고와 투자자예탁금으로 살펴볼 수 있다. SK바이오팜 (82,700원 ▼1,700 -2.01%) 일반청약이 진행된 지난 6월 23~24일 CMA 잔고는 이틀 만에 10조6729억원이 감소했다. 카카오게임즈 (20,750원 0.00%) 청약(9월 1~2일)에는 15조9629억원이, 빅히트 (230,500원 ▲2,000 +0.88%) 청약일(10월 5~6일)에는 무려 19조250억원이 사라졌다.

또 다른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의 흐름은 더 뚜렷하다. SK바이오팜 (82,700원 ▼1,700 -2.01%) 청약일만 해도 투자자예탁금 변동 폭은 1조원대 남짓으로 크지 않다. 그러나 카카오게임즈 (20,750원 0.00%) 청약 때는 이틀새 12조1599억원, 빅히트 때는 10조2982억원이 빠졌다.

이는 공모주 청약'만'을 노리고 유입된 자금이 많다는 뜻이다. SK바이오팜 (82,700원 ▼1,700 -2.01%) 청약에는 기존 주식 투자 경험이 있는 투자자들이 유입됐다면, 공모주가 입소문을 타면서 카카오게임즈 (20,750원 0.00%)빅히트 (230,500원 ▲2,000 +0.88%) 등 대형 공모주만 노린 새내기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