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3.4조원 품질비용 '정면돌파'..3Q 실적엔 암초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최석환 기자 2020.10.1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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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모습.  2020.10.14/뉴스1(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모습. 2020.10.14/뉴스1


현대·기아차가 세타2 GDi 등 일부 엔진 결함에 대해 양사 합쳐 총 3조3600억원의 충당금을 설정했다. 품질 논란 속에서 고객을 최우선으로 두고 정면돌파를 택한 셈이다. 특히 회복세가 기대됐던 3분기 실적에 '빨간불'을 자처하며 고객서비스 비용을 미리 회계 처리했다.

현대·기아차는 19일 오후 공시를 통해 현대차 (250,000원 ▼2,500 -0.99%)가 2조1000억원, 기아차 (116,600원 ▲400 +0.34%)가 1조2600억원의 품질비용을 각각 3분기 실적에 반영한다고 밝혔다. 리콜이나 교환 같은 고객서비스 비용을 미리 마련하고, 이를 3분기 실적에 '마이너스'로 반영한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일부 차종의 엔진에 대한 충당금 설정과 선제적 고객 보호조치를 위해 품질비용을 회계에 반영하기로 결정했다"며 "근본 개선책 마련과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품질이슈 재발 방지에 주력하고, 신뢰 회복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떨림과 시동꺼짐 같은 결함 논란에 휩싸인 세타2 GDi 및 세타2 터보 GDi 엔진을 장착한 2010~2019년 차량 보유 고객(한국 및 미국)에게 평생 보증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9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으로부터 59만1000대에 대해 리콜 명령을 받은 이후 심사숙고해 내린 조치다.



이를 위해 지난 2018년 3분기 4600억원(현대차 3000억원, 기아차 1600억원)을, 2019년 3분기에 9200억원(현대차 6100억원, 기아차 3100억원)의 충당금을 각각 설정하고 해당 분기 실적에 반영하기로 했다.

현대차가 이처럼 대규모 추가 충당금 설정을 결정한 이유는 예상보다 엔진 교환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서다. 충당금 반영 당시 산정한 평생보증기간을 현실적으로 재산정할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추가로 충당금 반영이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현대·기아차는 여기에 결함 논란까지 불거진 세타2 GDi 엔진 외 기타 엔진에도 KSDS(엔진 진동감지센서) 장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되는 차종 외에 일부 고객 불만 사례가 접수되는 기타 엔진에도 선제적으로 KSDS를 장착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차량 결함 문제가 불거졌을 때 2018년부터 일관되게 이어온 고객을 최우선으로 삼는 '정면돌파' 기조다.


현대·기아차가 정의선 회장 취임과 동시에 광범위한 고객서비스 대책을 확정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특히 코로나19(COVID-19)로 글로벌 판매망이 여전히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대적인 추가 충당금 설정 결정은 쉽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대신 3분기 실적에는 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현대차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지난해 4분기 1조164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1분기 8638억원, 2분기 5903억원으로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 기아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분기 영업이익이 1451억원에 그쳤다.

관련 업계에선 글로벌 판매가 다시 늘면서 3분기에는 현대·기아차 실적의 회복세를 점치는 목소리가 높았다. 현대차가 영업익 1조원 클럽에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기아차도 5000억원대 영업이익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됐다.

현대·기아차가 3조원대 품질비용을 3분기 실적에 반영키로 하면서 일단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큰 폭 밑돌 것이 확실시된다. 다만 글로벌 완성차 판매 회복세가 두드러진 데다 신차 효과도 이어질 전망이다. 충격을 최소화할 시점에 충당금 확보에 나섰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변수는 있다. 코나 EV 등 잇따른 전기차 발화로 인한 품질비용 충당금은 아직 계산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선제적 고객 보호 조치를 위해 3분기 경영실적에 품질 비용을 반영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차량 개발부터 생산, 판매 이후까지 철저하게 품질을 관리하고 고객을 위한 최선의 조치를 적극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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