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와 손잡은 SKT, 카카오와 '전략적 혈맹' 흔들릴까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김수현 기자 2020.10.20 05:00
글자크기
지난해 10월 유영상 SK텔레콤 사업부장(왼쪽)과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가 전략적제휴를 체결하고 있다. 사진=2019.10.28/뉴스1지난해 10월 유영상 SK텔레콤 사업부장(왼쪽)과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가 전략적제휴를 체결하고 있다. 사진=2019.10.28/뉴스1


SK텔레콤이 글로벌 모빌리티 1위 우버와 손잡고 국내 모빌리티 사업 확대를 선언한 가운데, 1년 전 지분 맞교환 방식으로 전략적 제휴를 맺은 카카오와의 ‘동반자’ 관계에 어떤 파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양사는 공식적으로 기존 전략적 협력은 굳건하며 모빌리티 등 일부 사업 영역에서는 선의의 경쟁을 벌인다는 입장이지만 주변에선 양사 동맹이 그리 오래가진 못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모바일 맞수→혈맹된 SKT-카카오, 어떤 협업 성과 있었나
SK텔레콤과 카카오는 지난해 10월 3000억원 규모의 지분 맞교환과 사업 전반과 연구개발(R&D) 영역에 걸쳐 협력하는 ‘깜짝 동맹’을 체결했다. 사실 무료 메신저 ‘카카오톡’ 등장 이후 양사는 모바일 시장에서 둘도 없는 ‘맞수’였다. 2012년 카카오가 보이스톡(무료 영상통화)을 출시할 당시 양사의 충돌이 최고조에 달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스마트폰 내비게이션과 택시호출 서비스 등 모빌리티 사업을 두고도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그랬던 양사가 지분을 섞고 통신과 커머스, 디지털콘텐츠, 미래ICT(정보통신기술) 사업 전반에 걸쳐 협력하겠다고 하니 주변 업계가 경천동지할 일이었다.

(성남=뉴스1) 박세연 기자 = 장석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뒤)과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14일 오전 경기 성남 판교의 카카오모빌리티 본사를 방문해 앱미터기(GPS 기반으로 시간, 거리, 속도를 계산해 택시 승차요금을 산정하는 소프트웨어)가 장착된 카카오택시를 시승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9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규제 샌드박스 심의를 통해 GPS 기반 앱미터기 사업에 대한 임시허가를 받았으며, 올해 7월 국토교통부의 ‘앱미터기 임시검정 기준안'을 1호로 통과해 중형택시 최초로 GPS 기반 앱미터기 서비스를 시작했다. 2020.8.14/뉴스1(성남=뉴스1) 박세연 기자 = 장석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뒤)과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14일 오전 경기 성남 판교의 카카오모빌리티 본사를 방문해 앱미터기(GPS 기반으로 시간, 거리, 속도를 계산해 택시 승차요금을 산정하는 소프트웨어)가 장착된 카카오택시를 시승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9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규제 샌드박스 심의를 통해 GPS 기반 앱미터기 사업에 대한 임시허가를 받았으며, 올해 7월 국토교통부의 ‘앱미터기 임시검정 기준안'을 1호로 통과해 중형택시 최초로 GPS 기반 앱미터기 서비스를 시작했다. 2020.8.14/뉴스1
양사의 협력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 5월 카카오 온라인 스토어에서 SK텔레콤 대리점이 입점했다. 6월에는 11번가와 카카오톡간 서비스 연동을 시작됐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활용한 VR(가상현실) 게임 개발이나 SK텔레콤의 이모티콘을 카카오스토어에서 판매한 콘텐츠 분야 콜라보 사례도 있다. 그러나 시너지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됐던 모빌리티 사업분야에선 이렇다 할 협력사례가 없다. 당시 업계에선 양사의 협력 시너지가 가장 큰 분야로 모빌리티가 꼽혔다. ‘카카오T택시’(카카오)와 ‘티맵택시’(SK텔레콤)의 출혈 경쟁이 심했던 때다. 양사의 제휴로 ‘비용 경쟁’에서 ‘서비스 경쟁’으로 판도를 바꿀 수 있었기 때문. ‘카카오T 플랫폼’에 전국민 내비 서비스 ‘티맵’이 탑재될 것이라는 기대도 흘러나왔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에 SK텔레콤이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우버와 손잡고 연내 모빌리티 전담 자회사와 택시 플랫폼 합작사를 설립키로 합의하면서 카카오와의 혈맹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SK텔레콤과 카카오 양쪽 모두 이같은 시각에 손사레를 친다. 각사가 협력해 시너지를 낼 부분은 협력하고 선의의 경쟁 영역은 경쟁을 하겠다는 상호간 암묵적 합의가 이미 제휴 당시부터 이뤄져 왔었다는 것이다. 특히 ‘티맵’이 모바일 내비게이션 시장에서 절대적인 우세를 확보하고 있던 상황인 만큼 SK텔레콤의 독자적인 모빌리티 사업 강화는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뜻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합병을 하지않는 이상 모든 사업영역에서 협력한다는 게 정답은 아니다”면서 “모빌리티는 각사가 독립적으로 시장을 키워나갈 부분에 대해선 협력 시점부터 어느 정도 선의의 경쟁 영역으로 인식돼왔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역시 SK텔레콤이 우버와 손잡고 경쟁사를 만든다는 게 달가운 일은 아니지만 “처음부터 SK텔레콤과 모든 것을 같이하자는 것이 아녔다”고 말한다.

모빌리티 시장 경쟁 불가피…다른 영역은 협력?
이 때문에 양사는 모빌리티 사업을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 협력관계는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아직 오픈하기 이른 시점이나 5G(5세대 이동통신)와 AI(인공지능), 커머스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으며, 성과물들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측도 “AI와 커머스 분야에서 다양한 협력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양사 사업규모가 방대해 1년 내 가시적 성과를 내기 어렵지만 휴대폰 판매나 콘텐츠 분야에 소소한 협력은 진행됐다”고 밝혔다.
지난 6월 11번가는 카카오톡과 연동해 가입자 편의성을 높였다./사진=11번가지난 6월 11번가는 카카오톡과 연동해 가입자 편의성을 높였다./사진=11번가

반면 양사의 동반자 관계가 더 이상 오래가긴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굳이 모빌리티 사업이 아니더라도 손대는 사업마다 대결구도가 만들어지고 있어서다. 실제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TV를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플랫폼으로 키우고 있다. SK텔레콤이 주도하는 웨이브와의 오리지널 콘텐츠 대결이 불가피하다. IT 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너무 많은 영역에서 대치하고 있어 서로를 만족시키면서 시너지를 낼 분야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