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에 실망…쑥쑥 자라는 랩어카운트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2020.10.1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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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증권사의 일임형 자산 관리 서비스 '랩어카운트' 몸집이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3만명 가까이 고객 수가 늘었다. 자산가들의 주요 투자처였던 사모펀드가 라임과 옵티머스 등 잇단 사기로 외면 받는 가운데 랩어카운트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8월말 기준 일임형 랩어카운트 고객 수는 173만6495명으로 올해 들어 2만9679명 늘었다. 지난해 순증한 고객 수(연간 3만959명)에 육박한다. 계약건수는 3만3519건 늘었다. 지난해(연간 3만1731건)보다 많다.



계약자산은 123조원으로 2009년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았다. 계약자산은 3~4월 코로나19(COVID-19) 폭락 충격으로 112조원까지 떨어졌다 빠르게 회복했다.

랩어카운트의 인기는 최근 사모펀드 동향과도 관련이 있다. 올해 1~9월 사모펀드로 유입된 자금은 13조6986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76% 줄었다. 잇단 사모펀드 사기 사건으로 불신이 커지자 자금 유입속도가 크게 떨어졌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투자전략을 선택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이 사모펀드 대신 랩어카운트로 몰린다. 랩어카운트의 가장 큰 특징은 투자자 개인별 맞춤식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투자자별로 투자일임계약을 체결해 맞춤형 자산관리가 가능하다.

또 개인의 계좌에 맞춰 자산을 관리하기 때문에 기존 펀드와 비교해 투자 유연성도 높다. 계좌 확인만으로 편입자산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단 최소 가입금액이 있다. 투자금이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면 성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소 가입금액은 1000만원이지만, 성과를 보려면 최소 3000만원은 있어야 한다"며 "자금 여유가 있는 중장년층의 수요가 크다"고 말했다.


랩어카운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증권사들도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다. 대신증권은 국내 상장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와 부동산 공모펀드에 투자하는 랩어카운트 '대신 밸런스 리츠펀드랩'을 출시했다. 리츠 배당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해외투자 관련 랩어카운트도 등장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초 해외주식에 초점을 맞춘 '한국투자 Z세대 플렉스랩'을 출시했다. KB증권도 'KB 에이블 미국 대표성장주랩'을 추가했다. KB 에이블 랩어카운트 잔고는 3년 4개월만에 5조원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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