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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널 버린 게 아니야" 44년만에 딸 찾은 78세 모친의 눈물

머니투데이 이정현 기자 2020.10.19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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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년 전 실종돼 미국으로 입양된 가족을 찾은 이응순(어머니), 윤상희(언니), 윤상명(오빠)씨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찰청 실종자 가족 지원센터에서 윤상애(미국명 데니스 맥카티)씨와 화상통화를 하고 있다./뉴스144년 전 실종돼 미국으로 입양된 가족을 찾은 이응순(어머니), 윤상희(언니), 윤상명(오빠)씨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찰청 실종자 가족 지원센터에서 윤상애(미국명 데니스 맥카티)씨와 화상통화를 하고 있다./뉴스1




15일 오전 9시30분 서울 제기동 인근 경찰청 실종자가족지원센터 앞에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세 가족이 서 있었다. 올해 78세인 이응순씨는 딸 윤상희(47)씨. 그리고 아들 윤상명(51)씨였다. 지난 44년간 이날을 기다려 온 이들은 초조한 표정으로 센터에 입장하기만을 기다렸다.

이 씨는 혹시라도 이날 몸이 아플까봐 아픈 곳도 없는데 전날 미리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왔다. 아들 상명씨는 "엄마가 너무 긴장해서 청심환까지 먹고 왔는데 중국산이라 그런지 저렇게 계속 긴장하신다"며 애써 웃어 보였다.

스크린으로 만난 잃어버린 딸...44년 생이별에도 한눈에
오전 9시45분, 성공적인 언택트 상봉을 위한 준비 작업이 시작됐다. 세 가족이 마련된 테이블에 앉자 모니터 화면이 켜졌다. 화면 속엔 44년 전 이씨가 잃어버린 쌍둥이 딸 윤상애(Denise Mccarty)씨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녀의 생애 마지막 소원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오랜 기간 서로의 생사도 모르고 지냈지만 가족은 서로를 한눈에 알아봤다. 모니터 너머로 들려오는 잃어버린 딸의 목소리에 어머니 이 씨와 언니 상희씨의 눈엔 곧 눈물이 고였다. 잃어버린 딸이 자신의 얼굴을 더 잘 알아볼 수 있도록 마스크를 내린 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너무너무 보고싶었다"며 "너를 못찾았으면 죽어도 눈 못감을 뻔 했다"고 소리쳤다.

오랜 시간이 흘러 서로 다른 언어를 쓰게 된 가족은 어떻게든 하고싶은 말을 하고자 애썼다. 이 씨는 어눌한 영어로 "아이러뷰 소머치(I love you so much)"를 외쳤고 "너무너무 보고싶었다"는 말만 반복했다. 언니 상희씨는 호적을 들어올리며 "호적에 너 다 살아있고 한국 국적 가지고 있다"면서 "상애야 정말 잘컸다"고 흐느꼈다.

44년만에 스크린에서나마 자신의 진짜 가족을 마주한 상애씨는 "I cannot believe what happening(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믿기질 않는다"라면서 어눌한 한국어로 "사랑해"라고 했다. 꼭 하고싶은 말이 있었는지 상애씨는 급하게 자신의 휴대전화 번역 애플리케이션을 켰다. 잠시 후 화면에선 "엄마 너무 예뻐요"라는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어린 시절의 상애씨./사진제공=경찰청어린 시절의 상애씨./사진제공=경찰청
딸 잃어버린 남대문 시장에서 지금껏 생업..."상애야 우린 널 버린 게 아니야"
44년 전 상희, 상애 쌍둥이 딸을 키우던 이 씨는 작은 체구에 두 딸을 모두 키우기가 힘들어 동생인 상애씨를 친정 어머니께 맡겼다. 하지만 서울 지리가 익숙치 않았던 친정 어머니는 상애씨를 데리고 다니다가 그만 잃어버리고 말았다.

상희씨는 스크린 속 동생에게 "우리는 절대 너를 버린 게 아니야"라고 그동안 꼭 하고싶었던 이야길 꺼냈다. 어머니와 오빠 상명씨는 혹시라도 상애씨를 찾을 수 있을까싶어 그녀를 잃어버린 남대문 시장 인근에서 지금까지 생업을 이어오고 있었다. 이들은 지나가는 사람마다 혹시 상애씨가 아닌지 쳐다봤다.

이 씨 가족은 잃어버린 상애씨를 찾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20년 전 이들은 KBS가 진행하는 실종자 가족찾기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당시 다른 가족들은 전부 실종자를 찾았지만 이 씨 가족만 상애씨를 찾지 못했다. 이후에도 경찰을 통해 상애씨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2017년 유전자 체취를 한 뒤 결과를 기다리던 중 읽어버린 딸을 특별히 아꼈던 아버지가 간경화와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상애씨를 잃어버린 뒤 거의 매일같이 술을 마셨던 그였다.

이날 이 씨는 "잃어버린 딸을 찾기 위해 안가본 데가 없다"고 했다. 그는 "파출소에 신고하고 신문에 광고내고 기독교 방송, 라디오에도 알리고 신문 기사로도 알리고 고아 단체를 찾기도 했다"며 "한번은 점을 쳐보니 멀리 가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상애씨가 한국을 찾으면 불고기와 비빔밥같은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을 꼭 대접해주고 싶다고 한다. 그녀는 "상애가 치즈랑 치킨을 좋아한다는데 그런건 잘 모르지만 좋아하는건 다해주고 싶고 이제 절대로 놓치기 싫다"고 했다.

미국으로 건너간 상애씨는 자신이 아파서 가족들로부터 병원에 버려진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진짜 가족'을 찾으려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2016년 한국에 들어왔다가 우연히 한 단체에서 유전자 체취를 한 것도 가족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다. 그리고 약 2주 전 가족을 찾았다는 믿기 힘든 소식을 전해들었다. 상애씨는 한국을 찾아 가족을 꼭 한번 안아보고 싶다고 했다. 대학에서 법학 공부를 한 상애씨는 현재 버몬트 주정부에서 근무 중이다.

이응순(어머니), 윤상희(언니)씨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찰청 실종자 가족 지원센터에서 윤상애(미국명 데니스 맥카티)씨와 화상통화를 하다 눈물을 닦고 있다./뉴스1이응순(어머니), 윤상희(언니)씨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찰청 실종자 가족 지원센터에서 윤상애(미국명 데니스 맥카티)씨와 화상통화를 하다 눈물을 닦고 있다./뉴스1
올해 1월부터 시행된 해외 한인입양인 가족찾기 제도 결실
이 씨 가족의 상봉은 경찰청과 외교부, 보건복지부의 '합동 해외 한인 입양인 가족찾기' 제도 시행 이후 첫 성과다.

이 제도는 금년 1월부터 시행됐다. △가족을 찾고자 하는 한인입양인이 아동권리보장원을 통해 입양정보공개 청구를 신청해 무연고 아동임이 확인되면 △재외공관을 통해 유전자를 채취하고 △채취된 검체를 외교행낭으로 경찰청에 송부해 실종자 가족 유전자 정보와 대조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이씨 가족과 상애씨의 유전자가 일치할 가능성이 높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가 나온 이후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미국으로 귀국한 상애씨와 연락이 닿지 않았고, 코로나19로 국내 재입국이 어려운 상황까지 겹쳤다. 그러다 이번 제도 시행으로 재외공관을 통한 유전자 검사가 이뤄졌다. 상애씨는 보스턴 총영사관에 방문해 유전자를 다시 채취했고 국과수 감정 결과 이 씨 가족과의 관계가 최종 확인됐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장기실종자 발견은 실종자 가정만의 문제가 아닌 온 국민의 염원이 담긴 숙원과제"라면서 "이번 상봉이 더 많은 실종아동을 찾게 되는 기폭제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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