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게 '선물' 안준 文대통령, '美 대선 이후' 본다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20.10.1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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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방위비 우리 입장 설명 반복…북핵 협상 시점은 '내년' 거론

【뉴욕=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19.09.24.   photo1006@newsis.com【뉴욕=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19.09.24. [email protected]


미국 대선(11월3일)을 2주 정도 남긴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을 주지 않았다. 한미동맹 및 북핵 관련 이슈가 여전한 상황 속에서 협상을 '미 대선 이후'로 사실상 넘겼다.



18일 청와대에 따르면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최근 방미(지난 13~16일) 당시 워싱턴DC에서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과 회담을 갖고 '방위비 분담금' 관련 논의를 가졌다. 이외에도 한미동맹 강화, 북미 대화 재개 등이 주요 의제였다.

방위비 논의는 한미가 서로의 입장을 주고받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6조원' 상당을, 우리 측은 '1조원' 정도를 내세우고 있다. 이 간극이 여전했던 셈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협상의 조속한 타결을 위해 외교채널을 통한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워싱턴DC에서 진행된 한미안보협의회의(SCM)의 분위기도 같았다. 당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주한미군의 현 수준 유지'를 공동성명에서 제외하면서까지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방위비를 압박했다.

하지만 SCM 공동성명에는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공평하고 공정하며, 상호 동의 가능한 수준"이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강조해온 개념이다. 미국 측의 일방적인 요구를 받을 수 없다고 맞선 것으로 해석된다.

외교가에서 '방위비 분담금'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유력할 경우 미국 측에 '선물'로 미리 줄 수 있는 옵션 중 하나로 거론돼 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4년 연장이 유력할 경우, '6조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수준에서 선제적으로 방위비 협상을 타결하는 게 낫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청와대 안보실장과 국방장관이 미 대선을 앞두고 워싱턴DC까지 갔음에도 '방위비 선물'을 전하지 않은 것은,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물음표'가 붙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방위비' 보다 '동맹의 가치'를 우선시한다고 말하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고려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6조원 청구서'를 미리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남북미 비핵화 협상도 '미 대선 이후'로 시간표가 맞춰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미 내년 1월 당대회를 위한 '80일 전투'를 시작했다. 내치에 집중하다가, 미 대선의 불확실성이 제거된 다음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의미다. 미 대선 이후 협상에 대비하기 위한 남북대화의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북측은 여전히 응답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비핵화 협상의 시점으로는 아예 '내년'이 거론되고 있다. 서 실장과 만났던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북한이 도쿄올림픽 참가에 관심이 있다고 본다"라며 내년 7월로 예정된 올림픽을 비핵화 협상 재개의 계기로 봤다. 미국 외교가에서는 한국의 대선을 1년 앞둔 2021년에 김 위원장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중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 정부는 일단 바이든 후보의 우세를 점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역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와 아웃리치(outreach, 접촉 및 설득)를 해야 하는 상황이란 의미다.

청와대는 미 대선 이후 11월 중 오브라이언 보좌관이 방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번 연기됐던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 일정도 조율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된 상태에서 두 고위급 인사의 한국행이 성사된다면 '방위비 분담금 청구서'의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톱다운'식 북미협상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다.

반면 바이든 후보가 승리할 경우 반대의 상황이 펼쳐질 게 유력하다. 방위비 협상에는 숨통이 트이겠지만, 북미협상의 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다면 협상팀을 다시 꾸리는 데에만 6개월~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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