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화재·분할…'운명의 10월' K-배터리, 격랑 속으로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0.10.1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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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배터리 업체들이 다사다난한 10월 한 달을 지나고 있다. LG화학 (373,500원 ▲500 +0.13%)SK이노베이션 (106,700원 ▼800 -0.74%)의 1년 6개월에 걸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영업비밀 침해소송 최종 결론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외에서는 전기차 화재사고가 잇따랐다. 국내 1위 배터리 기업 LG화학은 오는 30일 전지사업부 분할을 위한 임시주총을 앞뒀다.

영업비밀 침해 있었나 없었나…ITC 소송전 결론 D-7
소송·화재·분할…'운명의 10월' K-배터리, 격랑 속으로


ITC에 따르면 오는 26일(현지시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결이 나온다. 판결일은 당초 지난 5일에서 3주 연기됐다.



지난해 4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건 것을 시작으로 이후 양사는 국내외에서 특허 관련 맞소송까지 싸움을 확대했고 특허전은 현재 별도로 진행중이다.

영업비밀 침해를 둘러싼 양사 입장은 첨예하게 맞선다. 올해 2월 ITC가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등을 주된 이유로 LG화학에 예비승소 판결을 내렸지만 영업비밀 침해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진 않았고 4월 ITC는 이와 관련해 전면 재검토를 결정했다.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어떤 영업비밀을 침해해서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LG화학은 이로 인해 어떤 경제적 피해를 입었는지를 따졌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에 대한 양사 논의가 제대로 진척되지 않아 합의금 산정도 어려웠었다.

그동안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외관상 비슷한 파우치 형태 배터리를 만들지라도 세부 배터리 설계·기술·생산방식이 달라 영업비밀을 침해할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LG화학은 2년 여간 100여 명에 달하는 인력이 SK이노베이션으로 전직하는 등 핵심기술이 유출됐고 이로써 SK이노베이션 수주 잔고가 늘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26일 최종 판결에서 2월 예비판정 기조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SK이노베이션은 최악의 경우 미국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팔기 어려워진다. 반면 '수정(Remand)' 지시가 나온다면 이는 2월 결론이 뒤집힌 것이자 LG화학 패소로 비춰질 수 있고 소송전은 원점으로 되돌아간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 잇따라…업계, 파장에 '예의주시'
현대차 코나 EV/사진=머니투데이DB현대차 코나 EV/사진=머니투데이DB
K-배터리 약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또 다른 문제는 현대차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EV) 배터리 등 잇단 화재다.

지난 8일 국토교통부는 현대차가 국내에서 2017년 9월29일부터 올해 3월13일까지 제작된 2만5000여 코나 EV 차량에 대해 자발적 리콜 결정을 알렸고 "해당 차량은 충전 완료 후 고전압 배터리의 '배터리 셀' 제조 불량으로 인한 내부 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리콜 대상 차량들에는 LG화학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LG화학은 "현대차와 공동 실시한 재연 실험에서 화재로 이어지지 않아 배터리 셀 불량이 원인이라 단정 지어선 안된다"고 반박, 화재 원인은 불분명한 상황이다. 실제로 전기차 배터리는 전소된 이후 정확한 발화원인을 찾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지난 17일 남양주에서 코나 EV 화재가 또 접수됐는데 이는 2018년 이후 14번째였다.

현대차뿐 아니라 제너럴모터스(GM), 포드, BMW 등 해외에서도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다는 다수 외신 소식도 이어졌다.

지난 14일 로이터에 따르면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GM 쉐보레 볼트 전기차 화재 사고 3건을 조사중이라 밝혔고 해당 차량에는 LG화학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포드가 올 6월 이전 판매된 쿠가 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 등에서 배터리 과열로 추정되는 문제로 화재가 발생한 사실을 인지, 지난 8월 리콜을 알렸다. BMW는 PHEV 차량 화재 '위험성' 우려로 리콜을 실시했다. 포드와 BMW 해당 리콜 차량 배터리는 삼성SDI가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자칫 한국 배터리 업체 전반에 불똥이 튈까 현재 진행 중인 원인 규명 조사를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LG화학 배터리 분사 '승부수'…기관·소액주주 주총 표심 향방은
/사진=뉴스1/사진=뉴스1
LG화학은 오는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전지사업부 물적분할 안건을 다룬다.

회사 분할은 특별결의사항이어서 참석 주주의 3분의2 이상, 총발행 주식수의 3분의1 이상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 올해 상반기말 기준 소액주주의 LG화학에 대한 지분율은 54.33%다. 국민연금이 9.96%를 들고 있다. 최대주주는 (주)LG로 지분율이 30.06%다.

지난달 17일 이사회를 열어 전지사업부의 물적분할안을 통과시킨 뒤 LG화학은 다양한 방안들을 시장에 내놔 소액주주 달래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컨퍼런스콜을 열어 상장 후 모회사의 'LG에너지솔루션(신설법인 가칭)' 지분율을 최소 70% 지키겠다고 밝혔고 지난 12일에는 LG화학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잠정실적 공시를 냄과 동시에 역대 최대 실적(매출액 7조5073억원·영업이익 9021억원)을 올렸다고 밝혔다.

지난 14일에는 3년간 주당 최소 1만원의 현금배당 지급 정책을 알렸고 LG화학 주주들을 대상으로 향후 연결 당기순이익 기준 배당성향 30% 이상을 지향할 것을 약속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구조적 체계 구축을 통한 확고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지 사업부문 분할을 결정했다"며 "분사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으로 기존 석유화학, 첨단소재, 생명과학 사업부문에도 투자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LG화학 주가는 분사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지난달 16일 이후 이달 16일까지 약 11.8%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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