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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로 향했던 '공정·정의' 칼날, 어느덧 내부를 겨눈다

머니투데이 정현수 , 권혜민 , 김상준 , 유효송 기자 2020.10.1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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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대한민국 4.0 II] 진보의 위기-보수의 자격【2】-②

외부로 향했던 '공정·정의' 칼날, 어느덧 내부를 겨눈다




대한민국 범진보 진영을 이끌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최우선 가치는 공정과 정의다. 민주당의 강령은 핵심가치로 공정과 안전, 포용, 번영, 평화를 제시한다. 그 첫번째 핵심가치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든다"는 내용을 내세운다.

공정과 정의는 이번 정부의 토대였다. 박근혜 정부의 실정은 허물어진 공정과 정의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촛불정부의 탄생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국민들은 공정·정의를 철칙처럼 내세웠던 진보진영에 기대를 걸었다.

민심은 범진보 진영에 절대적인 힘을 줬다. 문재인 정부의 탄생에 이어 지방선거도 압승했다. 총선은 거대여당의 탄생을 알렸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거대여당까지, 범진보 진영의 역사에서 다시 오지 않을지 모를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총선이 끝나고 6개월, 범진보 진영의 공정과 정의는 흔들리고 있다. 보수 진영의 몫이라고 여겼던 부정과 각종 추문은 범진보 진영, 특히 민주당을 중심으로 더 많이 회자된다. 개별 정치인들의 사례로만 보기에는 발생빈도가 높다.

양정숙·윤미향에 추미애·김홍걸·이상직까지…
민주당의 의석수 변화는 현주소를 보여준다. 민주당은 총선에서 비례정당을 포함해 180석을 차지했다. 현재 의석수는 174석. 6개월 만에 6석을 잃었다. 국회법이나 자의에 의해 떠난 박병석 국회의장, 조정훈·용혜인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사건'과 연루됐다.

외부로 향했던 '공정·정의' 칼날, 어느덧 내부를 겨눈다
민주당 소속이었다가 무소속으로 전환된 의원은 양정숙·김홍걸·이상직 의원이다. 비례대표로 선출된 양 의원은 선거 직후 제명됐다. 갑자기 늘어난 재산, 아파트 보유 현황 등 투기 논란이 일었다. 공교롭게 김 의원 역시 같은 이유로 제명됐다.

대량해고 사태가 벌어진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 의원은 자진탈당 형식으로 민주당을 떠났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의 감찰을 받던 중 이뤄진 탈당이었기에 자의로만 보기 힘들었다. 국민의 눈높이와 맞지 않은 이들의 행보에 국민들은 실망했다.

공정·정의와 맞물린 도덕성 역시 어느덧 진보진영의 약점이 됐다. 이번 총선 직후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문 의혹에 휩싸였다. 과거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일까지 겹쳐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의 추문은 우연을 넘어섰다.

여기에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문제 등으로 기소된 윤미향 의원, 현재 진행 중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복무 특혜 의혹까지 이어지면서 민주당은 줄곧 정쟁의 한복판에 있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국민들이 민주당에 걸었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개별 사안들이 전개되고 있다.

거대여당에 기대했던 원칙과 유연함, 6개월 성적표는
민주당의 '실력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거대여당이 된 민주당은 총선 이후 국회를 사실상 장악했다. 여야가 나눠 갖는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했고 추가경정예산안 등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야당의 책임도 없지 않지만 민주당은 강공을 선택했다.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14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 마련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입주청사를 방문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가운데), 남기명 공수처 설립 준비단장과 함께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2020.10.14/뉴스1(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14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 마련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입주청사를 방문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가운데), 남기명 공수처 설립 준비단장과 함께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2020.10.14/뉴스1
그럼에도 지지자들은 "밀어줄테니 해보라"는 반응이었다. 무엇보다 원칙있는 대응을 기대했다. 총선 압승의 기반도 그것이었다. 정부와 여당은 코로나19(COVID-19) 대응 과정에서 이를 보여줬다. 이는 세계적 방역의 기준이 됐다.

하지만 이후 결과물은 썩 좋지 않았다. 지난 8월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한 부동산 대책만 해도 집값은 주춤하고 있지만, 전세난으로 서민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입법 당시 충분히 우려됐던 부분이었다.

정치평론가인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총선에서 민주당이 대승을 할 때 가장 큰 역할을 한 건 코로나 시기 정부·여당의 원칙 있는 대응과 유연함, 이에 따른 기대감이었다"며 "하지만 국내 정치는 굉장히 조급하고 자기네만 옳다는 일처리가 눈에 보인다"고 지적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출범시한을 3개월을 넘겼지만 여전히 공회전이다. 여당은 모든 책임을 야당에 미루고 있다.

임현진 서울대 서울대 명예교수는 "민주당이 국회에서 다수고 여론의 지지도 어느 정도 받고 있으니 통합으로 가야 하는데 오히려 선량한 다수의 국민과 일부 부패한 소수라는 식의 분할을 하고 있다"며 "이제는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위기의 정의당, '어젠다'에 달렸다
민주당 뿐 아니라 범진보 진영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새로운 어젠다 발굴도 절실하다. 범진보 진영의 또 다른 축인 정의당 역할론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10.15/뉴스1(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10.15/뉴스1
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6석에 그쳤다. 지난해 말 연동형비례제를 관철하기 위해 민주당과 정책적으로 연대했지만 이후 제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여러 정황을 봤을 때 정의당의 위기감은 민주당보다 훨씬 크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의당은 좌표를 빨리 잡지 못했다"며 "현실적으로 집권은 못한다 해도 의석수를 늘려야 한다는 요구와 이념정당으로서 좌표를 지켜야 한다는 충돌을 계속 해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지난 9일 김종철 신임 대표를 선출했다. 심상정 체제를 조기에 마무리하고 새로운 지도부를 꾸렸다. 노회찬·심상정으로 대표되던 1세대 진보정치를 끝내고 2세대 진보정치를 시작했다. 새 지도부는 어젠다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박 교수는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 제시한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등은 굉장히 신선했고 정당이 약진할 수 있었던 기반이 됐다"며 "정의당의 위기는 전술적 선택의 문제였다기보다 새로운 진보의 어젠다를 발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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