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도 못내는 CGV…결국 영화관람료 2000원 인상

머니투데이 김건우 기자 2020.10.18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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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2021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멀티플렉스극장 CJ CGV가 경영난 타개를 위해 2년6개월 만에 영화 관람료 가격을 인상한다.

CJ CGV (5,790원 ▲70 +1.22%)는 오는 26일부터 영화 관람료를 영화 관람료를 기존 대비 1000~2000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주중(월~목) 오후 1시 이후 일반 2D 영화 1만2000원, 주말(금~일)에는 1만3000원으로 오른다. 이코노미, 스탠다드, 프라임으로 세분화한 좌석 차등제는 폐지한다. 다만 고객 편의를 고려해 맨 앞좌석인 A열과 B열은 1000원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기존에는 주중 오후 4시부터 10시까지 2D 영화 스탠더드 좌석이 1만원, 프라임 좌석이 1만1000원이었다. 주말은 오전10시부터 자정까지 1만1000원이었다.



CGV가 오는 28일부터 '코로나19' 여파로 직영 극장 116개 중 30%에 해당하는 전국 35개 극장 영업을 중단하는 가운데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CGV 피카디리1958 극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CGV가 오는 28일부터 '코로나19' 여파로 직영 극장 116개 중 30%에 해당하는 전국 35개 극장 영업을 중단하는 가운데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CGV 피카디리1958 극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코로나에 직격탄 맞은 CGV, 9월 누적 영화 관람객수 70.8%↓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9월 전체 누적 관객 수는 4986만명으로 전년대비 70.8% 감소했다. 매출액도 4243억원으로 같은 기간 70.7% 줄었다.

CGV도 상반기 별도 기준 매출액이 1638억원으로 전년대비 67.7%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상반기 233억원에서 올 상반기 1030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해외 극장 자회사 실적을 포함한 연결 실적은 매출액 2845억원, 영업손실 2021억원이다.

CGV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임대료도 제대로 납부하지 못했다. 3월부터 극장 임대료를 내지 못했고 전체 임대인들을 상대로 임대료 유예 신청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기도 했다.


CGV는 극심한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7월 207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도 실시했다. 자금 사용 목적이 채무상환(1610억원), 영화상영부금 지급(599억원)일 만큼 재정난에 시달렸다.

결국 CGV에게 남은 카드는 영화 관람료 인상이었다는 분석이다. 과거 영화 관람료 인상 때마다 비난을 받았고, 코로나19로 인해 경제가 위축된 상황에서 내놓을 대안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번 인상으로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다른 영화관도 관람료 인상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장기화, 낮은 좌석 가용률 회복과 대작 개봉이 관건
CGV는 현재 좌석 가용률이 좌석 간 거리두기 때문에 약 50% 수준으로 떨어졌다. 가족, 연인이 극장을 찾더라도 좌석을 띄어 앉아야 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초창기에는 좌석을 띄어 예매한 뒤 실제 관람 때는 옆에서 보는 경우도 있었지만 현재는 옆좌석을 테이프로 감아놓은 탓에 편법 관람이 어렵다.

관객을 모을 대작 영화 개봉들도 미뤄지고 있다. '007' 25번째 시리즈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코로나19 여파로 개봉 시기를 내년 4월 2일로 연기했다. 당초 지난 4월 개봉에서 11월로 미뤘다가 다시 내년 4월로 연기했다.

이밖에 올해 개봉하려던 마블의 '블랙위도우', '원더우먼 1984'도 각각 개봉을 내년 5월, 크리스마스 시즌으로 미뤘고, 로버트 패틴스 주연의 '배트맨'도 개봉 일정을 2022년으로 연기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세계 2위 영화관 체인인 시네월드는 지난 8일부터 미국과 영국의 영화관 운영을 중단했다. 해외 극장 체인을 갖고 있는 CGV의 경영난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넷플릭스 서비스를 검토 중인 영화 '승리호'넷플릭스 서비스를 검토 중인 영화 '승리호'
대작 개봉하면 손실, 극장 산업 살리는 대책 필요해
CGV는 이번 가격 인상이 장기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영화 산업 전반의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CGV 관계자는 "가격 인상으로 영화계로 분배되는 부금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영화 산업이 조금이나마 활력을 되찾고, 이 위기를 함께 극복함으로써 상생의 선환순 구조가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한국 영화계는 고사 위기다. 관객이 줄면서 대작 영화는 개봉을 하면 손실이 확정되는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개봉한 한국영화 190편 가운데 상업영화 45편의 평균 총 제작비(순제작비+마케팅비용)는 101억원이다. 2015년(53.5억원)과 비교해 2배 가까이 상승했다.

하지만 관객수가 줄면서 제작사는 제작비를 회수할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성동일, 하지원 주연의 '담보'는 17일 기준 누적 관객수가 140만 수준으로 손익분기점(170만)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담보'는 순제작비 48억원의 중급 규모의 영화다.

영화 제작자들은 대안으로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찾는 분위기다. 제작비 240억원의 송중기 주연의 영화 '승리호'도 넷플릭스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영화 '뮬란'이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OTT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출시됐고, 픽사의 애니메이션 '소울'도 디즈니플러스에 공개될 예정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감독조합·미국영화협회·전미극장주협회 등은 미 상·하원에 보낸 서한에서 "중소 영화관사의 69%가 도움을 받지 못하면 파산 신청을 하거나 영구 폐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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