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시인은 17일 자신의 블로그에 '조용에 조용을 더해서'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살아 있다는 것, 살아서 물 마시고 숨쉬고 다시 허기를 느끼고 밥 챙겨 먹고 무언가를 욕망하는 것, 나도 모르는 사이 발톱이 자라고 손톱과 머릿카락이 자라고 말을 한다는 자체가 징그럽고 지겨웠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시인은 "반포와 강 건너 용산 언저리를 떠돌았다"며 "다리에도 올라가 보고 종로 어디 건물에도 올라가 보았다"고 잠적했을 당시의 상황을 밝혔다. 그는 "숨이 목까지 차 올랐을 때 드는 생각 하나는 이런 거였다. '누군가는 또 흉물을 치워야 하겠구나, 그게 평생의 상처로 남겠구나'"라며 "생각을 되돌리고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깊이 눌러 쓰고 한강변을 오래 걸었다"고 했다.
박 시인은 "어떤 마음으로 물을 마시고 숨을 쉴까. 단지 의혹만으로 자신이, 삶 자체를 망가뜨린 사람들에겐 어떤 마음일까"라며 "자신이 주동해서 쫓아 내놓고 너는 왜 쫓겨났냐고 다시 조롱 받는 어떤 삶들을 볼 때 도대체 어떤 마음일까"라고 물었다. 이어 "뉴스에는 '아니면 말고'가 있지만 '아니면 말고의 삶'은 어디에도 없을 텐데 그걸 잘 알 텐데. 그 질문 하나를 강물에 던지면서 오래 걸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수식어가 많은 문장이 시를 망치듯이 변명과 설명이 많은 반성은 상대방의 어떤 시간과 마음을 상하게 하겠다"며 "조용에 조용을 더해서 겸손하게 살겠다. 정말 죄송하다. 그리고 감사하다"며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