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화수소 로드' 올라탄 강원도, 동북아 허브 꿈꾼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0.10.19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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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뉴딜엑스포]

'액화수소 로드' 올라탄 강원도, 동북아 허브 꿈꾼다


"액화수소의 대한민국 표준을 넘어 국제 표준까지 만들 수 있습니다."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시·도지사 연석회의.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기술인증이 마련되면 세계 최고 수준의 액화수소 기술개발과 산업화를 이룰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청정 고을' 강원도는 수소산업 1번지 도약을 위해 뛴다. 청정 에너지원 수소의 안전성과 저장·운송 용이성을 업그레이드한 '액화수소'를 통해서다. 지난 7월 '액화수소산업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강원도는 이 여세를 몰아 한국판 뉴딜이 추구하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위기 극복과 신산업 성장의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다.

'액화수소'로 수소산업 1번지 도약
이번 특구 지정으로 강원도는 액화수소 중심의 수소생태계 조기 구축기반을 마련했다. 액화수소를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지역은 국내에서 강원도가 유일하다.



2019년 4월 도입된 규제자유특구는 기업들이 규제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4차 산업혁명 신기술·신제품 등을 실증·상용화할 수 있는 제도다. 강원도 관계자는 "특구로 지정받으면서 혁신성장의 요람이 되는 것은 물론 지역균형발전의 촉진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구 지정에 따라 강원도 액화수소 규제자유특구에서는 총 23개의 특구사업자가 3개사업 7개의 규제특례를 적용받아 제품의 안정성을 검증하는 실증 특례를 통해 기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강원도는 수소시범도시 수소생산시설구축사업, 수소 저장운송 클러스터 조성 예타사업 등 정부에서 역점으로 추진하고 있는 수소관련 공모사업에 대부분 선정된 상태, 2019~2020년 국비사업에 2076억 원을 확보했다. 수소분야 3대 핵심사업인 수소 클러스터, 규제자유특구, 수소도시 3개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곳은 강원과 울산뿐이다.


이 같은 도약의 파급효과는 연간 3조 8000억원 매출, 2800명 고용창출, 70개사 기업유치 등이 예상된다.

원동력은 '액화수소'다. '액화수소'란 초저온 상태로 수소를 액화시킨 것으로 기체상태의 고압수소에 비해 압력이 훨씬 낮다. 따라서 안정적인 상태로 수소를 보관·운송할 수 있다. 기체수소에 비해 800분의 1의 부피를 가지고 있어 땅값이 비싼 도시의 수소충전소를 만들 때도 유리하다. 신에너지 수소에서도 블루오션인 액화수소를 일찌감치 특화시켜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정부 사업에서 승률이 좋았다는 후문이다.

수소도시로 사회·경제적 가치까지 챙긴다
강원도는 궁극적으로 '수소도시'로의 도약을 꿈꾼다. 수소타운과 수소산업단지, 관광레저단지가 복합된 도시다. 수소산업단지와 관광단지에 종사하는 주민들이 수소타운에 거주하고 주민들은 수소도시에서 생산되는 전기와 온열‧냉열을 활용해 스마트팜과 물류창고 등 다양한 수익사업을 하고 남은 전기를 판매하해 부가수입을 거둔다. 액화수소 청정 환경의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이득을 모두 실현하는 모델인 셈이다.

수소도시 꿈 실현을 위해 강원도는 우선 수소산업 인프라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총사업비 9178억원(국비 3164억원+지방비 1694억원+민자 4320억원)으로 수소전기차 보급 및 충전소, 생산시설 설치 등 인프라 조성에 나선다. 현재 춘천과 삼척, 속초에 생산시설 구축을 추진 중이다. 춘천과 원주, 삼척, 속초, 영월, 횡성 등에는 충전소가 마련 중이다.

'액화수소 로드' 올라탄 강원도, 동북아 허브 꿈꾼다
동해시와 삼척시 일대에는 수소 저장·운송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액체, 액상 등 다양한 수소형태별 실증 공간을 마련하는 한편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들을 위한 공간인 기업입주 클러스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특구 지정을 바탕으로는 △액화수소생산 및 저장제품 상용화 △액화수소 충전소 상용화△액체수소드론 등 수소모빌리티 상용화 등에 나선다.

삼척에는 수소 시범도시를 만든다. 삼척은 동해 항만을 바탕으로 수소를 공급하기 위한 최적지로 꼽힌다. 원전 예정지였던 근덕면 동막리, 부남리 일대에는 수소타운과 친환경리조트 등 주거시설이 대거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을 둘러싼 스마트산업단지와 그린에너지파크에는 수소융복합단지를 중심으로 한 산업시설은 물론 연료전지, 풍력, 태양광 등 친환경 발전설비가 구축될 수 있다. 시멘트와 석탄의 도시였던 삼척이 수소경제의 테스트베드로 도약하는 셈이다.

'액체수소 로드' 타고 동북아 에너지 허브 간다
액화수소를 통한 강원도의 꿈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액체수소 길' 조성을 통한 동북아시아 수소에너지 혁신허브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액화수소열차 실증 및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강릉-제진(105㎞) 철도구간 설계 시 액체수소 충전소를 사전 반영하고 동해-강릉 바다관광열차의 탄소제로 수소열차 실증도 준비한다. 이는 추후 수소 실증기관차 핵심기술 개발 및 제작, 운행과 맞물려 강릉-원산-시베리아 간 수소열차 평화 레일로드(액체수소길) 조성으로 연결된다. 액화수소 열차는 외부에서 공급받는 전기를 필요로 하지 않아 장거리 대륙 간 열차에 적합하다. 한번 충전해서 1만km를 갈 수 있다.

최 지사는 "강릉-제진 철도가 연결된다면 전력사정이 다른 남과 북은 물론, 9300 킬로미터나 되는 시베리아 철도도 한번 충전으로 거뜬히 갈 수 있다"며 "저의 꿈은 수소열차를 타고 북한을 거쳐 유럽까지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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