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실사에 인감·날인 조작"…법정서 드러난 옵티머스 사기 전모

뉴스1 제공 2020.10.1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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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에서 실사 나오자…수탁은행 인감·직원 날인 위조
한계 봉착하자 스킨앤스킨 대표까지 바꾸면서 150억 횡령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김규빈 기자
5000억 원대 피해를 유발한 옵티머스자산운용 핵심 관계자들의 첫 공판이 열린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공판 안내 게시판에 옵티머스 사건 관련 공판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0.10.1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5000억 원대 피해를 유발한 옵티머스자산운용 핵심 관계자들의 첫 공판이 열린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공판 안내 게시판에 옵티머스 사건 관련 공판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0.10.1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김규빈 기자 = 대규모 펀드사기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50) 등 옵티머스 관계자들에 대한 첫 공판에서는 이들이 어떤 수법으로 피해자들을 속였는지 일련의 과정이 여실히 드러났다.

옵티머스 환매중단 사태는 김 대표 등이 공기업이나 관공서가 발주한 공사를 수주한 건설사나 IT(정보기술)기업 매출채권에 투자하기로 해놓고, 사실은 비상장 부동산 업체 등이 발행한 사모사채를 인수하는데 쓴 것으로 드러난 사건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허선아)는 16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재현 옵티머스 자산운용 대표(50), 옵티머스 2대 주주 이모 D대부업체 대표(45), 옵티머스 이사이자 H법무법인 대표 윤석호 변호사(43), 송모 옵티머스자산운용 이사(49), 유모 스킨앤스킨 고문(39)에 대한 1회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서 공개된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 대표 등은 펀드자금을 공공기관의 확정 매출채권에 투자할 의사가 없었고, 이들의 개인적 투자 등에 '돌려막기' 식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범행을 이어갔다.



이를 위해 이들은 체계적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먼저 김 대표는 펀드투자 유치를 위해 NH투자증권을 비롯한 투자증권사등을 상대로 펀드상품을 설명해 펀드 투자자들을 유치하도록 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 사건의 펀드자금이 흘러 들어간 여러 특수목적법인(SPC)의 대표였던 이모 대표는 STX건설 영업이사였던 지위를 이용해 양수가 불가능한 STX의 확정 매출채권을 마치 적법하게 양수한 것처럼 꾸민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를 STX건설로부터 제공받는 일을 수행했다.

검찰 측은 이를 두고 이렇게 설명했다. "이를테면 STX건설이 공사 발주를 받아서 확정 매출채권이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STX건설이 공사대금(매출채권)을 당장 받을 수 없으니 옵티머스가 97% 정도 되는 가격에 인수를 한다고 투자자들을 모은다. 그리고 투자자들에게는 추후 공사대금 100%를 받아 3%의 수익금을 나눠 준다고 설명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 산하기관이나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의 시공사들이 공공기관 등에서 받은 확정 매출채권은 특별한 조건을 갖추지 못하는 이상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를 양수한 것처럼 꾸며 펀드를 설정한 셈이다.

이렇게 설정한 펀드 자체가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는 과정에선 윤석호 변호사가 등장한다. 윤 변호사는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과 관련해 배임죄가 적용될 소지가 없다는 보고서를 작성해 NH투자증권에 제출함으로써 옵티머스 펀드상품이 상품승인소위원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후 지난 3월 NH투자증권 등이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 등의 서류가 실재하는지 여부를 실사하겠다는 통보를 하자 김 대표 등은 채권양도 통지 도달 사실을 확인했다는 허위보고서를 작성하기로 하고 하나은행 명의의 법인인감과 천공기까지 준비한다.

통상적으로 투자자들이 투자를 하게 되면 자금이 바로 펀드회사로 오게 되는 것이 아니고, 투자증권사의 수탁은행으로 가게 된다. 때문에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에도 이 사건 수탁은행이었던 하나은행의 인감과 직원의 날인이 필요했던 것이다.

김 대표 등은 두 차례에 걸쳐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하나은행 직원의 날인 스캔파일을 붙여넣기 하는 방식으로 위조해 실사를 나온 NH투자증권 직원들에게 제시했다.

검찰은 이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증명하기 위해 NH투자증권·하나은행 직원, 금융감독원 직원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김 대표 등은 이러한 속칭 '돌려막기' 방식으로 기존 펀드 상환자금을 납입하다가 NH투자증권에 이어 금융감독원까지 현장 조사를 나오자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이 상황에서 등장하는 인물이 김 대표 등이 기소된 이후 추가기소된 유모 스킨앤스킨 고문이다. 유 고문은 옵티머스 자금이 흘러 들어간 회사의 대표이사나 사내이사를 맡았던 인물이기도 하다.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펀드 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초창기 펀드 투자에서 돌려막기 등 사기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화장품 회사 스킨앤스킨 회장 형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16일 파주 문산읍 스킨앤스킨 본사앞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2020.10.16/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펀드 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초창기 펀드 투자에서 돌려막기 등 사기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화장품 회사 스킨앤스킨 회장 형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16일 파주 문산읍 스킨앤스킨 본사앞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2020.10.16/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검찰에 따르면 김 대표와 유 고문은 스킨앤스킨 이모 회장과 공모해 스킨앤스킨으로부터 마스크를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하고 윤 변호사가 100% 지분을 소유한 이피플러스에 유통 선급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가장해 150억원을 횡령하기로 했다.

이후 유 고문이 스킨앤스킨 이사회에 참석해 이피플러스가 마스크 독점공급을 위해 145억원을 지급했으니 이피플러스에 150억원을 지급하자고 제안한 뒤 김 대표에게 증명을 위해 145억원이 이체된 확인증을 위조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스킨앤스킨 서모 대표가 반대하자, 이 회장으로 하여금 대표이사 변경의 건을 상정해 이 회장의 동생 이모씨를 회장으로 변경하도록 결의하게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스킨앤스킨은 이피플러스에 150억원을 이체했다.

현재 스킨앤스킨의 이 회장 형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있다.

한편 김 대표 측은 이날 최근 불거진 옵티머스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김 대표 측 변호인은 "최근 언론 보도와 관련해 정관계 로비 의혹 등은 본건 공소사실과 무관하다"며 "공개된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기 전에 마치 김 대표가 정관계로비를 하고 책임이 있는 것처럼 나와 방어권을 방해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현재 이 사건 공소사실상으로는 언론 보도 내용 등이 전혀 드러나지 않아, 재판부는 현재로선 전혀 신경을 안 쓴다"며 "재판부가 선입견을 갖거나 예단을 갖게 될 수도 있다고 의심할 수 있는데 전혀 염려할 필요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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