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좋게 분양받았는데 조합원이 세금 안내면 등기 못친다?

머니투데이 조한송 기자 2020.10.20 06:19
글자크기
운좋게 분양받았는데 조합원이 세금 안내면 등기 못친다?


내년 1월부터 재건축 아파트 등에서 수분양자가 소유권이전등기를 진행하려면 전 조합원으로부터 납세증명서를 받아야 한다. 정부가 신탁 재산으로 묶인 부동산에 대한 납세 규정을 강화하면서다.

이에 따라 1000가구 이상을 분양하는 대단지의 경우 조합원 수에 따라 수탁자(신탁사 또는 조합)가 많게는 수십만장의 납세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조합원 중 한명이라도 세금을 체납할 경우 수분양자가 등기를 치루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내년 1월, 신탁재산 소유권 이전시 납세증명세 제출 의무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재건축 단지에서 조합이 부동산 소유권을 수분양자에게 넘기기 위해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할 때 전 조합원의 납세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정부가 지방세징수법 개정을 통해 부동산 신탁 관련 등기 시 납세증명서 제출 범위를 확대키로 했기 때문이다. 지방세를 체납한 상태에서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하면 정부가 세금을 추징할 수 없어서다. 개정안은 지난 정기국회에 제출된 상태로 통과되면 내년 1월 시행된다.



이 조치는 신탁사에 맡겨 재건축을 하는 경우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재건축에도 적용된다. 대부분의 재건축 사업장은 사업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 조합원의 자산을 사업 집행부인 조합에 신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수탁자를 구분해서 규정짓지 않았기 때문에 신탁회사와 더불어 일반 재건축 조합도 해당 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 및 경기도에서 재건축 사업을 통해 2만3198만 가구가 입주를 앞뒀다.

운좋게 분양받았는데 조합원이 세금 안내면 등기 못친다?

신탁업계 "애꿎은 수분양자만 피해" VS 행안부 "제도 정착되면 문제 없어"
신탁 및 정비업계에서는 개정안이 과도한 행정 절차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신탁사가 위탁자와 토지신탁계약을 맺고 아파트 등을 지어 분양하는 경우 수천여건의 물건을 일시에 소유권 이전해야 한다.

이 경우 개별 소유권 이전 등기시마다 수백명에서 많게는 수천명에 달하는 조합원(토지 등 소유자)의 신탁재산에 대한 납세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만약 이 과정에서 조합원 중 일부가 재산세 등을 납부하지 않았다면 수분양자가 잔금을 지불하더라도 소유권이전 등기가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신탁등기 목적의 납세증명서는 온라인 발급이 불가능해 구청에 방문해야만 서류 발급이 가능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A 부동산 신탁사 관계자는 "수분양자의 경우 예상치 못한 조합원의 체납 문제로 소유권 이전이 늦어져 이사 날짜를 받아두고도 입주가 불가능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수탁자가 재산세를 대신 내고 소유권이전등기를 진행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되면 수탁자가 채권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고 토로했다.

B 부동산 신탁사 관계자는 "부동산 매각 대금을 가지고 세금을 내는게 일반적임에도 불구하고 신탁 재산에 대해서만 세금을 먼저 내도록 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재산세는 부동산 매매금액의 극히 일부분인 데도 불구하고 이를 문제삼아 재산권 행사 자체를 막는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부는 신탁업계에서 우려하는 수분양자 피해 등은 기우라는 입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수탁자가 신탁 계약 당시 세금과 관련한 내용을 넣거나 이미 계약이 체결된 경우라면 체납액을 부동산회사에서 내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납세증명서를 온라인으로 발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중이며 시행일도 이에 맞춰 미루는 방안을 고민중"이라고 설명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