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방미에도 한·미 갈등설 지속 …왜?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20.10.16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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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靑국가안보실장, 13~16일 방미 폼페이오 등과 면담 "종전선언·비핵화 따로 놀 수 없어"

[서울=뉴시스]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마이크폼페이오미국 국무장관이 15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DC 국무부에서 면담을 시작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2020.10.16.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마이크폼페이오미국 국무장관이 15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DC 국무부에서 면담을 시작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2020.10.16. [email protected]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방미에도 한·미동맹을 둘러싼 잡음이 계속 들린다. 외교가 안팎에선 거세지는 미국의 압박에 곳곳에서 한·미동맹 균열 조짐이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한·미 양국은 방위비분담금 협상,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을 두고 결론 없이 이견만 드러냈다. 또 '70년 동맹' 등 한미동맹 성격을 재규정하는 발언이 주미한국대사의 입에서 나왔다. 청와대가 서 실장을 미국으로 급파해 상황 관리에 나섰지만, 갈등이 해소됐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미 동맹의 이상 신호는 다양한 곳에서 감지됐다. 정부는 당초 서욱 국방부 장관의 이번 방미를 통해 미국측과 전작권 전환 조기 전환 문제를 매듭지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미국 측이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주한미군 분담금, 주한미군 규모 유지, 무기구매, 인도·태평양 전략 공조, 남중국해 문제 등을 쏟아내며 우리 SCM 대표단을 압박했다.

서 장관은 지난 14일 열린 SCM에서 "전작권 전환의 조건을 조기에 구비해 한국군 주도의 연합방위체제를 빈틈없이 준비하는 데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마크 에스퍼 장관은 "한국이 모든 조건을 완전히 충족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반대입장을 보였다.

에스퍼 장관은 이에 그치지 않고 주한미군 주둔 문제도 언급하며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증액에 대해서도 압박했다. 여기에다 전날(15일) SCM 공동성명에서는 미국의 거부로 인해 '주한미군을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문구가 빠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SCM 회의에서 미국의 압박은 흔한 일이지만, 이번 SCM 처럼 이견만 노출하고 아무 결론없이 국방장관이 미국측의 청구서만 받아들고 빈손으로 귀국한 경우는 별로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시스]미국을 방문중인 서욱 국방부 장관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방부 청사에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과 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2020.10.15.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미국을 방문중인 서욱 국방부 장관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방부 청사에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과 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2020.10.15. [email protected]
경제 부문에선 미국이 우리 정부에 '반중전선' 합류를 압박했다. 14일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 화상회의에서 미국은 5세대(5G) 이동통신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클린 네트워크'에 한국의 동참을 요청했다.

이 밖에도 한미동맹 성격에 대한 논란성 발언이 제기되는 등 곳곳에서 '동맹 균열'에 대한 우려가 감지된다. 최근 이수혁 주미대사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앞으로도 미국을 사랑할 수 있어야, 우리 국익이 돼야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라며 "사랑하지도 않는데 70년 전에 동맹을 맺었다고 해서 그것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미국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해 논란을 야기했다.

이런 상황들 속에서 서 실장은 4박 5일간 일정으로 미국에 체류하며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과 접촉했다. 일각에선 서 실장의 취임 후 첫 방미 목적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를 달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서 실장은 카운터파트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동 결과에 대해 "한미 동맹이 굳건함을 재확인했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의 철통같은 동맹은 어느 때보다 굳건하며 모든 지역과 국제적 도전을 이겨낼 수 있도록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 실장은 한국시간으로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과 면담을 했다. 서 실장은 면담 직후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종전선언' 논의 여부에 대해 "종전선언 문제는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며 "이제까지 항상 협상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던 문제였고, 그 부분에 대해 한미 간에 다른 생각이 있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서 실장은 "종전선언이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따로 놀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면서 "문제는 종전선언이 비핵화 과정에서 선후 관계가 어떻게 되느냐, 또는 비핵화와의 결합정도가 어떻게 되느냐 하는 문제일 뿐이다. 너무 다른 해석, 과다한 해석은 안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클리블랜드=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29일(현지시간) 미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제1차 TV 토론에 참석해 토론하고 있다. 2020.09.30.[클리블랜드=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29일(현지시간) 미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제1차 TV 토론에 참석해 토론하고 있다. 2020.09.30.
한미간 갈등 봉합이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갈등이 촉발된 배경으로는 대선을 앞둔 트럼프 행정부가 '조정 기간'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만큼 자연스레 미국의 요구사항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시기라는 것이다.

또 다른 측면으로는 한미간 갈등이 깊어지지 않도록 대응 방안을 마련함과 동시에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시나리오를 다양화 한 후 대비해 나가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20대 국회에서 국방위원회 간사를 지낸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1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미 대선) 선거가 앞으로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조금만 참으면 된다"며 "그 사이에 한반도의 현상을 변경하고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에 가장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미국 측의) 결심이 나온다(는 건) 거의 자해·자폭 수준의 결정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을 줄이는 것은 미국 의회의 승인을 받으라는 거 아닌가"라며 "(선거 때까지) 버텨야한다. 정권이 바뀐다면 바이든 후보는 동맹국을 압박하는 게 잘못된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으니 없던 일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꼭 그렇게 (한미 간 이상기류라고) 보지 않는다"며 "한미 간의 문제로 발생했다기보다 중국의 부상 또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 과정에서 미국이 전반적으로 해외전략을 재구성하면서 이런 부분들이 한미관계에서 표현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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