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현대자동차가 중고차 판매업 진출을 사실상 공식 선언하면서 관련 업계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12일 서울 강서구 중고차 매매단지 모습. 지난 9일 국회 산자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동욱 현대차 전무는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완성차가 사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중고차 업계는 대기업 진출은 소상공인 위주의 시장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대규모 실업을 일으킬 것이라면서, 대기업의 시장 진출로 중고차 가격이 더 올라가는 역효과도 생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20.10.12/뉴스1
현대차가 중고차 사업에 진출할 경우 시장 신뢰도 개선 효과에 대해서는 완성차 뿐만 아니라 중고차업계도 이견이 없다.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가세가 이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신차 뿐 아니라 중고차까지 보증·관리해주는 체제가 이뤄진다면 그만큼 현대차 브랜드 가치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실제 중고차 인증 사업을 벌이고 있는 수입차업체의 경우 이를 통한 중고차 가격 방어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의 2017년식 제네시스 G80 중고 가격은 신차 대비 30.7% 떨어진 반면, 인증 중고차 사업을 하는 메르세데스-벤츠의 E클래스와 GLC는 가격이 각각 25.5%, 20.6% 떨어지는데 그쳐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낮은 편이다.
한번 판매한 신차를 중고차로 매입하면서 다른 신차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선순환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주거래 계좌를 변경하지 않는 은행 고객처럼 자동차 역시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는 충성 고객을 확보할 여지가 크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당장 중고차시장에 들어온다고 해도 신차를 팔아 얻는 수준의 이익을 낼 수는 없다"며 "결국 다른 신차 판매와 연계해 평생 고객을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고차 매매업은 지난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 및 금융사의 신규 진출이 제한됐지만 지난해 초 이 제한이 풀렸다.
이후 기존 중고차 매매업자들이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다시 신청했지만 동반성장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기업이 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코로나19(covid-19)로 모든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는 현 시점에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시도하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해당 부처에서 대기업 진출을 허용했고, 코로나19로 업계 전반의 위기가 가중된 것이 오히려 현대차의 중고차 행보를 재촉한 것 같다"며 "현대차는 단순히 중고차 시장 자체보다는 더 큰 틀에서 시장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