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데시비르' 효과, WHO·길리어드 주장 다른 이유는?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이상배 특파원 2020.10.1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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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COVID-19) 치료를 위해 처방받았던 '렘데시비르'가 환자의 사망률을 낮추지 못한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렘데시비르가 이미 한국과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쓰이고 있는 데다가, 앞서 렘데시비르의 치료 효과를 입증한 연구도 나왔던 만큼 이번 결과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렘데시비르 / 사진제공=서울대병원렘데시비르 / 사진제공=서울대병원


아직 게재되지 않은 WHO의 연구논문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입수한 연구논문 사본에 따르면 WHO는 지난 3월부터 이달 초까지 30개국 500개 병원에서 입원 환자 1만1266명을 대상으로 렘데시비르와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로피나비르, 인터페론 등 4가지 약물의 효과를 측정하는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시험 결과, 이 약물들 가운데 어떤 것도 실질적으로 사망률에 영향을 주거나 인공호흡기 사용 필요성을 줄여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약물은 환자들의 병원 입원 기간에도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다. 다만 이 논문은 아직 동료들의 검토를 거치지 않았다. 과학 저널에 게재되지도 않았다.

길리어드 "엄격한 검토를 거치지 않은 시험" 비판
그러나 앞서 다른 연구들은 렘데시비르의 효능을 입증하는 결과를 내놨었다. 제약사인 길리어드사이언스는 이달초 1062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한 결과 렘데시비르를 투약한 환자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환자들보다 회복 기간이 5일가량 단축됐다고 밝혔다.



길리어드는 성명을 내고 "이번 시험결과는 다른 연구들에서 나온 (효능을 입증하는) 강력한 증거들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시험이 일관성이 없는 듯하다"며 "다수의 무작위적이고 통제된 실험과 달리 엄격한 검토를 거치지 않은 이번 시험 결과에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길리어드 외에도 지난 5월엔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환자의 회복기간을 31%쯤 단축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미 식품의약국(FDA)와 유럽연합(EU)이 렘데시비르를 조건부 사용 승인했다.


미국의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 /AP=뉴시스미국의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 /AP=뉴시스
너무 다양한 환경서 진행된 WHO 연구
전문가들은 WHO가 앞선 연구결과와 다른 결과를 낸 것을 두고, 상황이 다양한 여러 나라에서 진행한 연대 임상 시험의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의 전염병 전문가 피터 친홍 박사는 뉴욕타임스(NYT)에 "모두 다른 건강 관리 시스템을 갖춘 각자의 나라에서 시행된 이번 실험 같은 거대한 실험은 효과를 분석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치료엔 약물뿐만 아니라 너무나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며 "약물은 치료 방법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길리어드 역시 "WHO의 연구는 다양한 약물의 조합이 광범위한 환경에서 평가된 것"이라며 "이번 연구에서 결정적 결과가 도출됐다고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렘데시비르'는 길리어드가 당초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한 약물이다.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중증 환자를 중심으로 치료제로 사용돼왔다.

한국에서도 지난 7월부터 약 600여명의 환자가 투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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