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 매일 6·25 다큐 시청…댓글엔 "BTS팬이 봐야 하는데"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명룡 특파원 2020.10.1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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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중앙방송(CCTV)4 채널에선 '항미원조 보가위국(抗美援朝保家衛國)'이란 다큐멘터리가 방영되고 있다./사진=바이두중국중앙방송(CCTV)4 채널에선 '항미원조 보가위국(抗美援朝保家衛國)'이란 다큐멘터리가 방영되고 있다./사진=바이두


위대한 中이 美를 이긴 전쟁이라며 '항미원조'로 미화
지난 12일부터 중국 중앙방송(CCTV)4 채널에선 '항미원조 보가위국(抗美援朝保家衛國)'이란 다큐멘터리가 매일 오후 8시에 30분씩 방영되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총 20회에 걸쳐 방영된다.



여기서 항미원조는 1950년 6·25전쟁을 부르는 중국식 용어다. '미국의 지원을 받은 한국의 침략에 맞서 조선(북한)을 구하기 위한 전쟁'이라는 뜻이다.

다큐멘터리는 중국이 어떤 과정을 거쳐 참전했는지, 전투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다루고 있다. 1년간 국내외 자료를 수집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내용은 철저히 중국 입맛에 맞는 내용만 나오고 있다.



CCTV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올린 항미원조 다큐멘터리(15일 방영분)에는 1만개의 좋아요가 달렸다. 댓글에는 "이것이 영웅의 조국", "BTS팬들은 이것을 봐야한다" 등의 댓글이 가장 많은 공감을 얻었다.

중국 중앙방송이 6·25전쟁 띄우기에 나선 것은 중국군이 1950년 10월19일 처음 압록강을 건너 10월25일 첫 전투를 치렀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선 올해가 항미원조 70주년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6·25전쟁을 자신들이 '승리'를 거둔(승리라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전쟁으로 선전해 오고 있다. 그래서인지 중국은 미국과 갈등이 커지고 내부적 단결이 필요할 때 6·25전쟁을 종종 거론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17년 중국군 건군 90주년 경축 대회 연설에서 "인민해방군이 항미원조 전쟁에서 승리해 국위를 떨쳤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은 자신들을 압박하고 있는 세계 최강국 미국과 싸워 승리한 6·25전쟁을 중화민족의 자긍심을 향상시킨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중국에게 승리의 역사지만 통일을 목전에 두고 있던 우리에겐 뼈아픈 장면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중국 측의 배려는 없다. 더구나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에 따르면 6·25전쟁 중공군 사망자는 14만8600여명에 이른다. 중국이 승리했다는 주장과 달리 중국도 엄청난 인적·물적 피해를 입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중국은 70주년 띄우기에 분주하다.

'압록강을 건너다(跨過鴨綠江)'는 제목의 40부작 TV 시리즈도 제작되고 있다. 장진호 전투를 그린 영화 '빙설장진호'(氷雪長津湖)와 금강산 일대의 전투를 그린 영화 '금강천(金剛川)'의 개봉도 앞두고 있다.

장진호 전투는 6·25전쟁 때 벌어진 가장 중요한 전투 중 하나다. 중국이 장진호 전투에서 승리하면서 미국이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을 담을 것으로 보인다.

금강천은 항미원조전쟁 70주년 기념일인 오는 25일 개봉한다. 통상 일요일에 개봉을 하는데 상징적인 의미를 고려해 금요일임에도 개봉날짜를 정했다. 이 영화는 제작비 4억위안(약 680억원)이 투입된 전형적인 애국주의 영화다. 중국군이 정해진 시간 안에 금강천의 다리를 건너야 하는 과정에 미군의 공습에 저항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희망메시지가 23일 오전(현지시각) 유엔 보건안보우호국 그룹 고위급 회의에서 공개되고 있다. (사진=외교부 페이스북 캡쳐) 2020.09.23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희망메시지가 23일 오전(현지시각) 유엔 보건안보우호국 그룹 고위급 회의에서 공개되고 있다. (사진=외교부 페이스북 캡쳐) 2020.09.23 [email protected]
거칠어진 中, 애국주의 쇼비니즘으로 발전 우려도
중국 정부와 공산당이 항미원조전쟁을 띄우는 이유는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국민들에서 반미정서와 애국주의를 고취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교소식통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도 불구하고 최근 항미원조기념관을 재개관하며 애국주의 띄우기에 나섰다"며 "중국 인민의 단결이 필요한 시점에 반미민족주의를 고취시키기 위한 선전정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항미원조라는 단어 자체도 중국 위주로 역사를 해석한 것"이라면서도 "중국의 전형적인 아전인수식 입장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항미원조'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방탄소년단(BTS)의 '밴 플리트 상' 수상 소감을 두고 중국에서 과잉반응이 나오면서 부터다.

지난 7일 BTS 리더 RM은 미국의 비영리재단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수여하는 '밴 플리트 상' 수상 소감에서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이라며 "양국이 공유하는 고통의 역사와 수많은 희생을 언제나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BTS가 항미원조의 역사를 잘 알지 못한 채 전쟁에서 희생된 중국 군인을 존중하지 않고 중국을 모욕하고 있다"는 중국 누리꾼의 반응을 보도했다.

BTS의 발언을 보도하는 주요 매체인 환구시보인데 이들은 "BTS 논란을 키운건 한국 언론"이라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환구시보는 언론의 역할을 넘어 특정 국가를 공격하고 조롱하는 외교의 최일선을 담당하고 있다. 이 신문은 자국의 이익에 어긋나면 거친 언사도 쏟아낸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에서 호전적 애국주의적인 행동이 지도부의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경쟁적으로 더 강한 발언을 쏟아내는 경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과도한 애국주의의 발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가수 이효리가 "예명으로 마오 어때요?"라고 한 발언을 두고 마오쩌둥(毛澤東) 중국 전 국가주석을 모욕했다며 십자포화를 쏟아 부었다.

외부에선 중국의 과도한 애국주의가 맹목적 애국주의인 쇼비니즘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중국 공산당이나 시 주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온전히 외부로 향하고 있다. 중국의 일방주의는 국제사회의 반중(反中) 정서를 자극하고 있으며, 중국은 점점 더 고립될 수밖에 없다.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창정궈 중국 퇴역군인사무부 부부장이 27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제7차 중국군 유해 인도식'에서 유해에 오성홍기를 덮고 있다. (사진=국방일보 제공) 2020.09.27.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창정궈 중국 퇴역군인사무부 부부장이 27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제7차 중국군 유해 인도식'에서 유해에 오성홍기를 덮고 있다. (사진=국방일보 제공) 2020.09.27.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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