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美 한국 압박, 중국은 무시…한미 갈등하고 中 속수무책

뉴스1 제공 2020.10.16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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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전작권·방위비 충돌…美 '반중전선' 압박 전방위 확대
中 BTS 때리기 당 기관지 부채질…양제츠 부산 방한 논란

서욱 국방부 장관이 14일(현지시간)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SCM) 참석차 미국을 방문해 워싱턴DC 6·25전쟁 참전 기념공원에 도착하고 있다.(국방부 제공) 2020.10.1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서욱 국방부 장관이 14일(현지시간)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SCM) 참석차 미국을 방문해 워싱턴DC 6·25전쟁 참전 기념공원에 도착하고 있다.(국방부 제공) 2020.10.1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이원준 기자,민선희 기자 = 미중 갈등이 전방위로 치닫으면서 미국은 한국을 강하게 압박하고 중국은 한국을 무시하며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한반도 현안에 있어 왕따를 의미하는 '코리아 패싱' 아닌 '한국 때리기'라는 의미의 '코리아 배싱(bashing)'이라는 말이 나온다.



여기에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주한미군 분담금을 놓고 한미가 충돌하고, 정부 당국자의 한미동맹 발언은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반중전선' 동참을 요청받은 바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에 대해서는 '주시 중'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소극적 외교를 보이고 있다.

한미국방은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SCM)를 가졌다. 양국은 전작권 전환을 핵심 의제로 놓고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조기 전환 여부를 집중 논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마크 에스퍼 장관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꺼내들며 한국에 증액을 압박했다. 그는 "방위비 부담이 미국 납세자에게 불공평하게 떨어져선 안 되고 한반도에 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보장하기 위해 빠른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에스퍼 장관은 나아가 '주한미군의 현 수준 유지'라는 문구를 이번 SCM 공동성명에서 뺄 것을 고집해 관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활용해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이번 '주한미군 유지' 문구 삭제는 이에 대한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회담의 핵심 의제인 전작권 전환에 있어서도 미 측은 우리의 조기 전환 기대감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찬물을 끼얹었다. 서 장관이 "전작권 전환 조건을 조기에 구비해 한국군 주도의 연합방위체제를 빈틈없이 준비하는 데 노력하자"고 하자, 에스퍼 장관은 "조건을 완전히 충족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이견을 보인 것.


당장 전작권 전환에 미온적인 미 측의 본심을 드러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게다가 당초 예정됐던 공동기자회견까지 미국 측의 요청으로 돌연 취소하는 해프닝까지 빚었다.

15일 미국 상무부가 지난달 발표한 미국 기술과 장비를 사용한 외국산 반도체 기업의 화웨이 공급을 금지하는 내용의 추가 제재가 발효됐다. 사진은 15일 서울 중구 화웨이 한국지사. 2020.9.1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15일 미국 상무부가 지난달 발표한 미국 기술과 장비를 사용한 외국산 반도체 기업의 화웨이 공급을 금지하는 내용의 추가 제재가 발효됐다. 사진은 15일 서울 중구 화웨이 한국지사. 2020.9.1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미국은 우리 정부에 전방위적인 '반중전선' 합류를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태평양 다자 안보협력구상에 한국의 참여 뿐 아니라 경제부문에서도 '중국 고립화'에 동참을 강요하는 상황이다. 이에 우리정부 뿐 아니라 기업까지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앞서 키이스 크라크 국무부 경제차관이 14일 오전에 열린 제5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화상회의에서 화웨이 등 중국의 IT 기업을 배제하겠다는 미국의 '클린 네트워크' 구상을 설명하고 우리 정부에 동참을 요청했다.

'클린네트워크'는 통신사, 애플리케이션, 클라우드, 케이블 등 사업에서 화웨이, ZTE, 알리바바 등 중국 IT기업을 배제하겠다는 미국의 구상이다. 이날 회의에서 미 국무부는 5G 화웨이망을 집중 언급했지만, 그 전선을 중국의 휴대폰 생산업체와 전자상거래 등 전 IT 부문까지 확대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미국은 반중 경제전선으로 꼽히는 경제번영네트워크(EPN)에 한국이 동참해 줄 것을 압박하고 있다. 외교부는 이날 SED 협의에서는 언급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미 측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정부에 EPN 구상을 설명하고 이에 참여해 줄 것을 기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일본·호주·인도와 함께 인도·태평양 지역 내 반중전선인 '쿼드(QUAD)'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사한 수준의 다자안보기구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공식화하면서, 한국의 동참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 언론의 BTS 관련 보도 - 왕이 갈무리중국 언론의 BTS 관련 보도 - 왕이 갈무리
◇中 누리꾼 BTS 때리기에 공산당 기관지 부채질…양제츠 부산 방문 논란

중국도 한국의 '반중전선' 참여를 경계하면서 한국을 대놓고 무시하고 있다. 이 같은 무시 행위를 일각에서는 '힘으로 압박하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 수상소감에 대한 중국 네티즌들의 들끓는 여론을 중국 공산당 기관지가 방조 차원을 넘어 이를 부채질한 사실이다. BTS가 한국전쟁 70주년을 언급하며 '한미가 함께 고난의 역사를 겪었다'고 말했다는 것이 'BTS 때리기'의 이유다.

이 발언을 두고 중국 누리꾼들은 "한국 전쟁 당시 중국 군인들의 희생을 무시하는 것이며, 국가존엄을 깎아내리는 발언"이라고 반발했다. BTS 공식 웨이보 계정에는 "중국을 떠나라" "한한령을 강화하자" 등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로 인한 중국의 경제보복, 이른바 '사드 악몽'을 연상하게 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특히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가 중국 네티즌의 BTS 공격 기사를 홈페이지 메인기사로 2차례나 띄우면서, 이번 사태가 단순한 네티즌들의 활동이 아닌 중국 공산당 차원의 개입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중국의 한국 무시 논란은 지난 8월에도 있었다. 지난 8월 말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 위원이 방한하면서 서울이 아닌 부산 방문을 고집,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청와대에서 부산까지 내려가 양제츠 위원을 영접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극비회동 아닌 공개된 양자 고위급회동에서 방문국가의 고위인사를 지방으로 부르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실제로 양 위원은 지난 2018년 7월 부산에서 정의용 당시 안보실장을 극비로 만난 적이 있다. 하지만 청와대가 시진핑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을 기대하는 시점에서 그것도 공개회동을 지방에서 한다는 건 외교상 결례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달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한이 취소되자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 부장도 한국 방문을 연기시켰다. 당초 폼페이오 장관은 7~8일, 왕이 부장은 12~13일 방한하기로 계획돼 있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방한을 취소했고, 그러자 왕이 부장 측이 방한을 전격 취소한 것이다.

중국의 한국 무시 행위에 대해 정부 입장은 '주시하고 있다'는 수준이다. 외교부는 13일 중국에서 BTS의 한국전쟁 관련 발언을 두고 논란이 제기되자 "양국 국민 간 상호이해와 유대감 증진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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