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보릿고개에 비대면 업종전환 나선 스타트업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2020.10.18 15:15
글자크기

남의집·트레바리 등 소규모 대면모임 지속…"다중 이용시설보다 안전"

코로나 보릿고개에 비대면 업종전환 나선 스타트업


#공연기획 스타트업인 A사는 코로나19(COVID-19) 이전에는 코스닥 상장까지 검토할 정도로 매년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올해 3월~4월 매출이 급감하자 직원을 약 100명 가까이 줄였다. 이 회사는 지난해 해외에서 160여회의 공연을 기획했으나 올해는 오프라인 콘서트를 한 차례도 열지 못했다.

#농어촌 지역의 빈집을 여행객에게 빌려주는 숙박 공유 스타트업 B사는 올 초 10명이던 직원이 5명으로 줄었다. 이 업체는 농어촌 지역의 빈집을 장기 임차한 뒤 리모델링을 거쳐 민박으로 운영하는 비즈니스모델로 관심을 모았지만 해당 사업이 농어촌 민박 거주요건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지난해 7월 사업을 중단했다. 올 9월 정부가 시범사업 실시를 허용했지만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생기면서 새로운 사업방향을 고심하고 있다.



여행·공연이나 대면모임 등을 중개하는 비즈니스모델로 사업을 전개하던 스타트업들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피봇팅'(사업방향 전환)에 나섰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로나가 본격화되면서 대면모임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대면모임을 온라인 플랫폼으로 전환하거나 아예 새로운 사업방향을 찾아나선 스타트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유료 독서모임 커뮤니티 서비스인 '트레바리'는 오프라인 대면모임과 함께 줌을 활용한 온라인 클럽 서비스를 시작했다. 회사는 사회적 거리두기 1~2.5단계에 따른 상황별 대응지침을 마련하고 투표를 통한 클럽 멤버들의 동의 하에 온라인 모임이 가능하도록 했다. 모임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멤버십 비용의 4분의 1을 환불받을 수 있는 규정도 마련했다.

국경을 오가기 어려워진 여행·공연업종에서도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콘텐츠 개발에 나서며 장기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여행플랫폼 기업인 마이리얼트립은 코로나19 이후 여행 가이드가 이용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스튜디오 라이브 랜선투어', '현지 라이브 랜선투어' 등 30여개의 '랜선투어' 상품을 출시했다. '랜선투어' 상품은 서비스 출시 이후 매 주 이용자가 1.5~2배 정도 늘어나며 호응을 얻고 있다.


여행상품을 한 번 이용하는데 비용은 9900원 정도로 회사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지만 회사는 '랜선투어'를 앞으로 전문 가이드가 참여하는 여행 콘텐츠로 확장시켜 나갈 예정이다. 마이리얼트립이 투자한 패키지 여행 스타트업인 가이드라이브는 전문 가이드들이 직접 여행 상품 개발에 참여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가이드라이브 관계자는 "유튜버들이 샌드박스네트워크 같은 MCN(다중채널네트워크)에 소속돼 활동하듯이 전문 가이드의 경험이나 스토리텔링을 앞세운 콘텐츠 상품을 기획할 예정"이라며 "가이드들이 기존 여행업계의 수직·하청구조에서 벗어나 여행의 본질에 집중하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계 240만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케이팝(K-pop) 공연기획 플랫폼 운영업체인 '마이뮤직테이스트'도 개최시기가 불투명한 오프라인 공연 대신 온라인 스트리밍 공연으로 사업방향을 재설정했다. 이 회사는 올해 계획된 오프라인 공연을 모두 온라인 공연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마이뮤직테이스트 관계자는 "10명의 아티스트 공연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할 예정"이라며 "온라인 콘서트를 진행한 일부 아티스트의 경우 공연 영상을 '비디오 온 디맨드' 형식으로 유료 서비스에 나설 계획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남의집/사진제공=남의집
코로나가 오히려 대면모임을 기반으로 한 유료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는 변수가 되기도 한다. 다중시설을 이용하는 것보다 소규모 모임이 더 안전하다는 이유에서다.

2019년 창업한 '남의집'은 타인의 거실에 손님들이 참석해 집주인의 취향이 담긴 책을 읽거나 서로 공통된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대면모임을 지향하는 서비스다. 집주인이 자신의 집에서 특정 주제의 모임을 열겠다고 공지하면 게스트가 이를 보고 신청해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콘셉으로 출발했다.

모임에 참석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이 5명으로 코로나 이후 여행을 가지 못하게 된 사람들이 대체상품으로 '남의집 모임'을 찾고 있다. 회사는 서비스 론칭 이후 누적 기준 700건의 모임을 개최하며, 연초 내부에서 설정한 사업지표 대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서비스를 경험한 이용자들이 휴식공간 뿐 아니라 업무공간 서비스도 론칭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지난 12일 '남의집' 오피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김성용 남의집 대표는 "재택근무·유연근무가 확산됐지만 정작 내가 사는 집에선 업무공간과 휴식공간이 분리되지 않아서 업무에 집중하기 힘들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집에서 멀지 않고 집처럼 편안하고 조용하게 머물 수 있는 '남의집'을 업무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