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 서울대 아깝게 떨어지고 부산대 의전원 여유있게 합격한 사연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2020.10.16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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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사모펀드 및 자녀 입시비리' 등의 혐의를 받는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등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10.15/뉴스1(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사모펀드 및 자녀 입시비리' 등의 혐의를 받는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등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10.15/뉴스1


조국 전 법무부장관, 정경심 동양대 교수 부부의 딸 조민씨의 서울대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 과정이 법정에서 낱낱이 공개됐다.

15일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정 교수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검찰은 정 교수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성립을 입증하기 위해 조민씨의 의전원 입시에 위조 표창장 등이 도움이 됐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법정 스크린 PPT자료화면에 조씨가 2014학년도 서울대 의전원 입시에 제출한 원서의 경력란을 띄운 뒤 검찰이 허위로 작성됐다고 보는 '7대 허위경력'을 삭제한 뒤, "스펙으로 쓸 이력이 단 하나도 남지 않는다"고 했다. 같은 방식으로 부산대 의전원 입시에 낸 원서에서 검찰이 허위 경력으로 보는 내용을 지우고 단 1개의 경력만 남았다고 했다.

공판 검사는 "조씨는 부산대 의전원에 합격해 현재 재학 중인데 서울대 의전원 입시에선 탈락했으나 1차 서류전형에서 합격했고 2차 면접전형 후엔 예비 4번에 이름을 올렸다"며 "합격자 중 2명만 미등록해 예비 2번까지만 추가합격했지만 조씨도 거의 합격할 뻔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부산대 입시에선 여유롭게 합격했다.



검사는 "부산대 입시 1단계에서 30등 밖으로 밀려나 31, 32등으로 아깝게 떨어진 응시생들과 비교하면 31등은 조씨와 1.93점 차이가 나는 자소서점수로, 32등도 대학성적은 조씨보다 높지만 서류에서 1.5점 덜 받아 떨어졌다"며 "조씨가 서류에서 4.5점이 아니라 (허위 경력을 빼고) 0점을 받았으면 1단계에서 불합격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씨는 총 30점 배점에서 28.66을 받아 1단계 합격자 30명 중 3등을 했다. 전체 응시자 기준으론 5등, 국내 대학전형 출신 중에선 1등을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허위내용으로 작성된 자소서와 위조된 동양대 총장 표창에 근거해 질문하는 면접시험에서의 인성영역에서 결정적 득점을 얻어 부산대 의전원에 합격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모 부산대 의전원 교수가 증언한 것을 토대로 "김교수는 응시생의 봉사활동은 점수에 도움이 되고 만약 허위라면 면접점수 자체가 주어지지 않아 합격할 수 없다고 말했다"며 "조씨처럼 인성영역에서서 만점을 받기는 어려워 동양대 총장 표창은 당연히 입시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 "차의대 떨어지고 3개월 뒤 서울대 입시에 동양대 총장 표창장 등장했다"
이날 검찰은 "조씨는 2013년 3월 차의과학대학 의전원에 지원했을 때 불합격했고, 차의대엔 동양대 봉사활동 참가 확인서만 냈을 뿐 총장 표창장은 없었다"며 "따라서 2014학년도 서울대 의전원 수시모집시기인 그해 6월까지의 3개월 동안 위조라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추론했다.


이어 검찰이 정 교수가 여러 허위 서류를 만든 날이라며 '위조데이(DAY)'라고 명명한 2013년 6월16일에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만들었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서울대 의전원 수시 입시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던 검찰은 "조씨가 20점이 배정된 영어에서 만점을 획득했으나 최종합격자 70명 중 39명이 만점이었다"며 "(한영외고 유학준비반 출신 조씨의 특기라던)영어는 그다지 변별력이 없었고 서울대 학장도 그렇게 진술했다"고 강조했다.

학점도 서울대 학장 진술에 따르면 28점 만점자가 없었고 24점이 68명인데 조씨도 24점에 속해있어 가장 많은 학생이 몰려 있는 구간으로 별다른 경쟁력이 없었다고 했다.

'동양대 총장 표창장 ' 제출했지만 '예비 2등' 차이로 떨어진 2014학년도 서울대 의전원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박지원 대안정치연대 소속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조국 후보자 딸 동양대학교 표창을 공개하고 있다. 이날 조국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딸 입시·사모펀드·웅동학원 문제가 쟁점이다. 2019.9.6/뉴스1(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박지원 대안정치연대 소속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조국 후보자 딸 동양대학교 표창을 공개하고 있다. 이날 조국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딸 입시·사모펀드·웅동학원 문제가 쟁점이다. 2019.9.6/뉴스1
검찰은 1단계 서류전형 영어나 학점에서 조씨가 별다른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만점 10점인 서류심사에서 허위 경력으로 자소서를 작성해 7.08점을 획득해 1단계를 통과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피고인 정 교수가 만들어 준 허위 경력 서류가 없었다면 7.08점을 얻을 수 없었다"며 "자소서는 증빙서류가 꼼꼼히 갖춰진 경우 신빙성이 높아진다고 서울대 학장이 증언했고 피고인이 위조 조작한 서류는 피고인이 딸 조씨를 위해 써낸 허위 경력을 믿게하는 요소로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6개의 방에서 나눠 치르는 서울대 의전원 입시 면접에서 그중 하나가 자소서 및 증빙서류를 기초로 질문하는 '서류방'인데 조씨가 면접을 본 뒤 최고점인 18점을 받았다"며 2단계 면접 응시자 중 39등, 최종합격자 기준으로도 31등에 해당하는 높은 점수였다"고 했다

결국 조씨는 2단계 전형 뒤 예비 4번에 올랐지만 예비 2번까지 합격한 2014학년도 서울대 의전원 수시모집에서 불합격하게 됐다. 검찰은 "합격자와 불합격자 차이는 0.1점으로 당락이 갈리는데 위조 서류로 얻은 점수는 입시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또한 서울대 입시 요강에는 '진실성'을 강조하고 있고 지원자로부터 '진실 서약'까지 받고 조씨도 자필 서명을 했음에도 위조나 조작된 서류가 제출된 경우 불합격이나 결격 처리가 됐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공판검사는 "피고인도 진실 서약에 대해 모르지 않을 것"이라며 "조씨가 예비 4등에 오르는 결과에 피고인은 공모해 서울대 입시 사정업무에 발생한 위험을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또 "그런 법리를 통해 업무방해죄가 성립되는 것은 당연한데도 일각에선 피고인이 만든 허위 경력이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어처구니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부산대 의전원 입시에서 힘 발휘한 '동양대 총장 표창장'"
검찰은 조씨가 서울대를 떨어진 뒤 그 다음해 2014년 6월에 있었던 2015학년도 부산대 의전원 수시모집에 대해서도 "동양대 총장 표창장과 공주대 인턴, 키스트 인턴 등 허위 경력이 자소서에 기재됐다"며 "부산대 입학 원서 경력란에 쓰인 4개 중 허위 경력을 지우면 하나만 남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허위 경력이 없었다면 경력란을 채울 수 조차 없었던 것"이라며 "부산대는 총장급 이상 표창장만 제출할 수 있도록 돼 있어 (동양대)총장 명의 표창장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당시 부산대 의전원 입시요강에 따르면 국내 대학 출신자 전형은 서류 평가 20점 등 총 70점 만점으로 30명 이내 학생을 선발한 후 면접서 30점 합산한 100점 만점으로 15명 이내 학생을 선발했다.

검찰은 "학부성적은 100점 환산점수에서 점수 편차가 2점에 불과하고 총점 기준으로 0.6%에 불과한 반면, 20점 서류평가는 실질 반영비율이 9%로 확인된다"며 "학부성적과 영어성적의 각각 4.5배에 이르는 것으로 반영비율이 높을 뿐 아니라 자소서 기타 서류가 평가 대상이 되는 서류 평가가 1단계 평가 전형을 좌우하는 요소인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서울=뉴스1) 이종덕 기자 =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의 부산대 의전원 입학 관련 의혹 제기를 하고 있다. 2015학년도 부산대 의전원 수시 자기소개서 양식을 공개하고 있다. 2019.9.3/뉴스1(서울=뉴스1) 이종덕 기자 =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의 부산대 의전원 입학 관련 의혹 제기를 하고 있다. 2015학년도 부산대 의전원 수시 자기소개서 양식을 공개하고 있다. 2019.9.3/뉴스1
'대학총장급 이상 표창장'만 제출하게 한 부산대 입시
이어 "학부성적은 2.6점 영어성적은 1.75점에 불과한데 서류평가는 7.5점 차이가 나 1단계 전형은 한 마디로 서류평가가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동양대 총장 표창장으로 낸 자소서 증빙 서류가 부산대 의전원에서 어떤 모습이든 유리한 평가 요소로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모 부산대 의전원 교수도 "총장급 이상 표창장은 서울대 명문 상장과 지방대 상장을 차별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던 점을 상기시키며 "실제로 조씨는 30명 선발하는 부산대 1단계 전형에서 67.75점으로 합격했고 서류평가에서 3명의 심사위원으로부터 기본 점수 11점 외에 자기소개 및 기타 서류 항목으로 4.5점을 받아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위조된 서류가 0점 처리됐다면 조씨는 59.25점으로 1단계에서 불합격했을 것"이라며 "2단계에서도 인성영역 15점. 지성영역 15점 나눠 30점인데 인성영역은 면접 위원이 자소서 검토해서 면접하는 것이고 자소서 기재된 내용이 거짓이라면 인성 면접위원 질문에 거짓으로 답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판 검사는 "조씨는 대학 총장 명의 최우수상까지 낸 상황이었고 인성에서 만점을 받아 합계 28.66점으로 국내 지원자 중 3등, 인성영역의 경우 의전원 전체 응시자 중 단 4명만 만점을 받았고 결과적으론 전체 5등. 국내 전형 지원자 중에서는 1등을 하게 됐다"고 했다. 검사는 "허위 내용이 들어가있는 자기소개서와 위조된 총장 표창장으로 받은 인성 면접이 합격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증인으로 출석했던 김모 부산대 교수가 "표창장이 위조됐거나 봉사활동이 사실이 아니라면 면접 점수가 부여될 수 없다"고 증언했다는 점과 인성 면접을 담당한 신모 교수도 "조씨처럼 인성에서 만 점 받는 것 쉽지 않은 일이고 총장 표창장을 받은 사람은 드물기 때문에 평가에 당연히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확인해 준 바 있단 점을 강조했다.

부산대 교수 "총장 표창장 드물어 평가에 영향…인성 평가 만점"
검찰 측은 부산대 모집 요강에도 지원자 유의사항에 '제출 서류 기재가 사실과 다르거나 서류 변조 등의 행위자는 불합격 처리한다'고 명시돼 있었다는 점을 들어 "부산대 심사위원 교수들은 자소서 및 증빙서류를 모두 진실한 것으로 신뢰한 상황에서 평가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고 했다.

아울러 인성 면접을 한 신모 교수가 "봉사활동이 사실이 아닌 점을 생각해 본 적도 없다 어떤 경로로라도 알게 됐다면 불합격 처리가 됐을 것"이라고 진술했단 점을 근거로 "동양대 총장 표창장이라는 단 하나의 기타 서류를 제출해 조씨가 부산대 의전원에 최종 합격하면서 입학업무를 방해한 것이고 피고인 정 교수에게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판은 검찰 측 서증조사만 이뤄졌고 변호인 측은 공판 검사의 표현과 표창장 위조 시연 과정에서의 문제만 지적했을 뿐 검찰 주장 내용에 대해 직접 반박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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