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팜·카겜처럼 될라…빅히트 첫날 '가즈아' 없었다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김소연 기자, 정인지 기자, 김영상 기자 2020.10.16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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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기념패 전달 후 기념촬영식.(왼쪽부터) 박태진 제이피모간 서울지점 대표이사, 박지원 (주)빅히트엔터테인먼트 HQ CEO, 윤석준 (주)빅히트엔터테인먼트 Global CEO, 방시혁 (주)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의장,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임재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라성채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보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기념패 전달 후 기념촬영식.(왼쪽부터) 박태진 제이피모간 서울지점 대표이사, 박지원 (주)빅히트엔터테인먼트 HQ CEO, 윤석준 (주)빅히트엔터테인먼트 Global CEO, 방시혁 (주)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의장,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임재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라성채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보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가즈아'가 사라졌다.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 (215,000원 ▲4,000 +1.90%))가 15일 유가증권시장 상장 첫 날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개장과 동시에 '따상'(상장 첫 날 공모가의 2배 가격에 시초가 형성, 이후 상한가)에 성공하며 "역시 BTS"라는 탄성이 나왔다.



빅히트의 '따상' 가격은 35만1000원으로, 시가총액은 약 11조8800억원이다. BTS의 힘이 느껴졌다.

하지만 상한가는 금세 풀렸다. 충분히 비싼 가격이라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대거 차익 실현 매물을 쏟아냈다.



상한가가 풀리면서 주가는 빠르게 곤두박질쳤다. 급기야 오후 들어 약세 전환했다.

결국 이날 시초가 대비 1만2000원(4.44%) 내린 25만80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고점 대비 26.4% 낮은 가격이다.

빅히트의 따상 실패는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를 거치면서 경험한 오버슈팅 학습 효과가 영향을 미친 것이란 해석이다.


공모 과정에서 인기를 끈 기업일수록 신규 상장 초반 주가가 밸류에이션과 무관하게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다.

실제 SK바이오팜 (84,100원 ▼900 -1.06%)카카오게임즈 (20,800원 ▼250 -1.19%)가 그랬다. 상장 직후 상한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추격 매수에 나선 개인투자자는 고점에 물렸다.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가 상장과 동시에 각각 3거래일, 2거래일 상한가 행진이 이어질 때 개인투자자 사이에선 '가즈아'가 난무했다.

빅히트는 달랐다. 여러 투자자들은 '가즈아'를 외치기보다 오히려 "지금도 비싸다"는 냉정한 평가에 기반해 거래에 나섰다.

빅히트가 '따상'은커녕 약세로 마감한 이유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빅히트 주가가 상장 첫 날 탄력을 받지 못하고 시초가 대비 하락한 요인 중 하나로 예상보다 약한 개인투자자의 매수세도 빼놓을 수 없다"며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사례를 거치면서 신규 상장 초반 오버슈팅이 나타나는 과정에서 고점 매수로 물리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조원 거래 폭발…외인·기관 팔고, 개인 샀다
빅히트 주가가 높은 변동성에 노출된 가운데 거래는 폭발했다.

이날 빅히트 거래량은 약 650만주다. 거래대금은 1조9411억원에 달했다. 앞서 상장한 대어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의 상장 첫날 거래량은 각각 약 70만주, 56만주다.

이날 빅히트 주가 하락의 주범은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빅히트 주식을 20만7400주, 총 593억4200만원어치 던졌다. 이날 외국인 순매도 1위가 빅히트다. 기관은 보호예수가 많이 걸려있기 때문에 외국인만큼 많이 매도하진 못했다. 기관의 이날 매도량은 2만9200주로, 82억7000만원어치다.

반면 개인은 기관과 외국인이 던지는 빅히트 물량을 오롯이 받았다.

공모주를 받아 장에서 매도한 투자자도 많았지만, 주가 하락을 계기로 빅히트 주주로 새롭게 등극한 개인이 더 많은 셈이다.

개인은 이날 빅히트 주식 81만8400주를 순매수해 총 2436억2300만원어치 샀다.

이날 빅히트 주가 하락과 관련, 시장에선 "빅히트 상장 첫 날 개인투자자들이 기대만큼 장 중 순매수에 나서지 않은 것 같다"는 평가가 나왔다.

(왼쪽부터) 방시혁 (주)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의장,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왼쪽부터) 방시혁 (주)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의장,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빅히트 고평가 논란 영향 받았나
이날 빅히트 주가 하락을 두고 공모 과정에서 제기된 고평가 논란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따상'에 성공했을 경우 빅히트의 시가총액은 약 11조8800억원으로 SK바이오팜, 삼성생명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국내 대표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JYP, YG, SM 등 3사와 비교하면 이들 시가총액 합의 4배 이상이다.

외부 변수가 많은 엔터주의 한계라는 분석도 있다. BTS라는 한 그룹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군 입대 문제 역시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라 부담감이 있다는 얘기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 6월 편입된 플레디스엔터 영향으로 빅히트의 BTS 의존도는 70%대로 낮아졌다"면서도 "매니지먼트 외 간접매출을 포함하고, 이익 기여도까지 측정할 경우 여전히 BTS 비중은 절대적"이라고 지적했다.

안진아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상장 직후 주가 변동성이 크다는 점은 염두에 두고 지켜봐야 한다"며 "코로나19(COVID-19) 사태가 끝난 이후 오프라인이 정상화되고 성장률이 반등하기 전까지 주가 30만원 이상은 무리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래도 방시혁 의장·BTS 멤버 '돈방석'
주가가 '따상'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여전히 공모가보다 2배 가량 높다. 이에 방시혁 빅히트 의장도 주식부호 반열에 오르게 됐다. 방 의장은 1237만7337주(지분율 34.74%)를 보유해 이날 종가(25만8000원) 기준 지분가치가 3조1900억여원에 달한다.

방 대표와 친인척 관계인 방준혁 넷마블 의장도 빅히트에 미리 투자한 덕을 톡톡히 보게 됐다.

2대 주주인 넷마블은 빅히트 주식 708만7569주(19.90%)를 보유, 지분가치가 1조8300억원 가량이다. 빅히트 지분 10%를 들고 있는 스틱인베스트먼트도 주식가치가 약 8900억원에 달한다.

이번 공모를 진행하면서 방시혁 대표는 주력 아티스트인 방탄소년단(BTS)에게도 총 47만8695주를 증여했다. 이에 BTS 멤버 1명당 주식 176억원 규모를 보유하게 돼 모두 연예인 주식 부자 대열에 오르게 됐다

바팜·카겜처럼 될라…빅히트 첫날 '가즈아' 없었다
빅히트 역효과? 엔터주 폭락
빅히트 상장 첫날 엔터주 주가는 요동쳤다.

빅히트 하락에 엔터주들도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코스닥시장에서 오락문화는 3.99% 급락하며 증시를 끌어내렸다.

초록뱀은 16.01% 미끄러졌다. 초록뱀은 방탄소년단 세계관을 담은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다. 키이스트는 7.72%,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6.75%, 에스엠은 6.73%, 에프엔씨엔터는 5.31%, JYP Ent.는 5.29% 미끄러졌다.

빅히트 2대주주인 넷마블은 9.87%, 자회사 스틱인베스트먼트를 통해 빅히트에 투자하고 있는 디피씨는 19.85%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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