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영세업체에 필요없는 이행보증금 수십억 내게 한 국토부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2020.10.1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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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영세업체에 필요없는 이행보증금 수십억 내게 한 국토부


국토교통부가 영세한 건설기계 대여업자들에 법적 근거없이 수년간 수십억원의 이행보증금 수수료를 내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의원실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국토부는 제도를 개선키로 했다.

"국토부가 건설기계 대여업자에 이행보증 가입토록 한 것은 무효"
1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건설기계 대여업자가 건설업체에 기계를 대여할 때 건설사는 지급보증을 의무적으로 발급해야 한다. 대여업자에는 이행보증 가입을 요구할 수 있다.



국토부는 건설사들이 타워크레인 등 건설기계 대여업자들의 기계를 대여한 뒤 대여금을 주지 않는 일이 잦아지자 2013년 6월부터 건설사들에 대여대금 지급보증을 들게 했다. 실제로 허영 의원실에 따르면 건설기계 대여대금 체납금은 2015년부터 올해 8월까지 총 321억3100만원에 이른다.

국토부는 건설사의 지급보증을 의무화하면서 상호 보증 차원에서 건설기계 대여업자들에게도 대여하는 업무를 이행하겠다는 이행보증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보증보험에서 이행보증을 받은 건수는 총 4387건, 대여업체들이 서울보증에 납부한 수수료는 총 43억5000만원이다.



하지만 건설사가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례는 지속되는 반면 대여업체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건수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이행보증을 하지 않아도 업무를 잘 수행하는데 영세한 대여업자들에 굳이 수수료 부담만 지게 한 꼴이다. 대한건설기계협회에 따르면 건설기계 대여 등록사업자 16만2433명 중 12만9946명이 1인 사업자로 추정된다.

게다가 이행보증을 요구한 국토부의 조치가 법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허영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법률 자문 자료에 따르면 법무법인 '효현'은 "건설기계 대여업자에게 이행보증 가입을 요구한 건설산업기본법 '시행규칙'은 모법인 건설산업기본법과 시행령이 규정하지 않은 내용으로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모법인 건설산업기본법은 건설사들의 대여금 지급보증만을 규정했는데 국토부가 시행규칙에서 대업업체에 이행보증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는 의미다. 효현은 건설산업기본법이 "강자인 건설사업자의 횡포를 방지하고 대부분 1인 기업인 건설기계 대영업자들을 보호하고 경영상 부담을 덜어 줄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건설사업자에게만 지급보증제도를 두겠다는 것이 입법자의 진정한 의도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설사 기계 대여대금 체납액 321.3억, 대여업자 미이행은 0건… "이행보증 제도 없애야"
[단독]영세업체에 필요없는 이행보증금 수십억 내게 한 국토부
중기부는 이같은 법률자문을 근거로 지난 4월 국토부가 대여대금의 10%에 대해 이행보증을 가입하도록 한 것을 현재의 5%로 하향하는 개정안(9월 개정됨)을 규제개혁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렸을 때 "1인 대여업자에 한정해 이행보증 규정 적용을 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허영 의원은 "건설사들의 건설기계 대여대금 지급보증 체결률이 2013년부터 최근까지 37% 수준에 불과하고 체납건수는 지난 5년여간 526건으로 많은 반면 대여업자들이 계약 이행을 하지 않은 경우는 없었다"며 "국토부가 상위법에 근거도 없고 낼 필요도 없는데 이행보증금을 대여업자들에 내도록 요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행보증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기계 대여계약 이행보증 제도는 당초 개정안에는 없었으나 규제심사 과정에서 상호주의 원칙 등 필요성에 따라 도입된 것으로 이후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제도 존치의 실익이 없어 폐지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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