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순천·부산…공공금고에 시중 vs 지방은행 격돌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20.10.16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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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은행 본점/사진제공=뉴스1광주은행 본점/사진제공=뉴스1


시중은행과 NH농협은행, 지방은행들이 공공금고 선정을 놓고 다시 대결을 벌인다. 이번엔 순천시와 부산교육청이 대상이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NH농협과 광주, 기업, 하나은행 등 4곳이 전날 전남 순천 시금고 제안서를 제출했다.

순천시는 1,2금고로 구분해 오는 22일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1금고는 일반회계, 기타 특별회계 및 기금, 2금고는 공기업 특별회계를 담당한다. 순천시 올해 예산은 1조3000억원. 현재 1금고는 NH농협은행, 2금고는 하나은행이 맡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광주은행이다. 광주은행은 2014년 하나은행에 2금고를 내줬다. 6년 만에 설욕을 노린다. 알짜는 공기업 특별회계를 제외한 일반회계와 특별회계 등을 취급하는 1금고지만 광주은행은 NH농협은행의 벽을 넘기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고 2금고 탈환으로 목표를 잡았다.

광주은행 관계자는 “지자체 금고 시장에서 NH농협은행의 아성이 워낙 강해 2금고를 노린다”며 “지역 내 인재육성을 위한 대학발전기금이나 공공의료 발전기금 출연 등 순천시에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펴온 만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부산시교육청 교육금고 선정 절차도 시작됐다. 이달 19일까지 제안서를 받는다. 교육금고는 교육비특별회계 예산을 예치·운영하게 되는 데 예치액이 매년 5조원을 넘나든다. 웬만한 지자체 금고는 명함을 내밀지 못할 정도다. 금고 약정기간은 내년 1월부터 2024년 12월 말까지다.

2017년 교육금고 선정에서 격돌했던 부산, 국민, NH농협은행 등이 이번에도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변이 없다면 현 금고인 부산은행이 사업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부산은행은 1969년부터 한 번도 부산교육청 금고 선정에서 탈락한 적이 없다. 부산은행은 2017년부터 올해 부산교육청에 45억원을 출연했다.

지자체와 교육청 등 공공금고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을 가리지 않고 경쟁이 치열하다. 지자체 내지 교육청 예산이 은행을 거치는 새 은행은 별도 조달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수조원대 자금을 운용할 여력이 생긴다. 게다가 해당 기관 공무원 또는 공공기관 종사자들을 자연스럽게 신규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은행들의 과도한 출연금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아 왔다. 부산은행은 예외적인 경우일 뿐 지방은행들은 시중은행과 NH농협 등의 막대한 자금력을 넘어서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지난 13,14일 대구광역시교육청과 강원도교육청이 금고 지정 재공고를 냈는데 NH농협 이외에는 신청을 하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신한은행도 2018년 104년만에 우리은행으로부터 서울시 1금고지기 자리를 갖고 가면서 3015억원 출연금을 제시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방은행은 시중은행들이 자금력으로 안방 시장을 침탈한다고 여기는 반면 시중은행은 수익 올릴 곳이 마땅치 않다는 현실적 문제를 든다”며 “지자체들에게 유리한 판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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