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생각한다던 '애플'…"충전기 따로 사세요"

머니투데이 박효주 기자 2020.10.1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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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12 프로와 프로 맥스 /사진=애플아이폰12 프로와 프로 맥스 /사진=애플


애플이 지난 13일(현지시각) 공개한 '아이폰12' 구성품에 지금까지 기본 제공하던 전원 어댑터와 이어팟(유선이어폰)이 처음으로 제외됐다. 환경 보호를 위한 조치라는 게 이유다. 하지만 구성품이 빠졌음에도 제품 가격은 올랐고, 이날 새로운 '20W 고속 충전기'까지 별도 판매에 나서자 '꼼수 마케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아이폰12 패키지에는 아이폰 본체와 'USB-C to 라이트닝' 케이블만 제공된다. 필요에 따라 소비자는 별도로 전원 어댑터를 구매해야 한다.

애플은 이에 대해 불필요한 구성품을 제외함으로써 자원을 절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물류비용 절감 효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리사 잭슨 애플 환경·정책·사회적 이니셔티브 담당 부사장은 "이어팟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는 이미 7억 명을 넘었고, 많은 소비자가 무선 이어폰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또 20억 개가 넘는 애플 전원 어댑터가 세상에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변화는 제품 포장 크기를 줄여 연간 200만 톤의 탄소 배출을 줄이고 이는 1년간 45만 대의 자동차를 거리에서 없앤 것과 마찬가지의 탄소 저감 효과를 가져온다"고 부연했다.

20W 고속 전원 어댑터 /사진=애플20W 고속 전원 어댑터 /사진=애플
환경을 생각해 충전기를 제외했다고 강조한 애플은 공교롭게도 이날 새로운 고속 충전기를 함께 내놨다. 제품은 별도 판매되며, 가격은 2만5000원이다. 이전 아이폰 구성품으로 제공하던 전원 어댑터와 달리 20W 고속 충전을 지원한다.


애플은 아이폰11 프로를 제외한 모든 아이폰 구성품으로 5W 충전기를 기본 탑재해 왔다. 따라서 애플이 주장하는 이미 세상에 나온 20억 개 전원 어댑터는 고속 충전을 지원하지 않는 구형 충전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충전 속도에 답답함을 느끼는 이들에게 새 전원 어댑터는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깝다.

게다가 5만 원 상당의 액세서리가 기본 구성품에서 빠졌지만, 가격 인하는 없었다. 전작 아이폰11과 아이폰12 가격을 비교하면 10만 원 올랐다. 액세서리가 빠진 것을 고려하면 15만가량 비싸진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환경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마진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환경을 위한다는 이유를 댄다면 구성품 만큼 제품 가격을 내리거나 기존 충전기를 반납하면 교환해주는 방식이 뒤따라야 맞다"며 "현재 상황만 봐서는 앞서 이어폰 단자를 없애 재미를 본 애플이 충전기 시장에서도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애플은 이번 발표를 기점으로 기존 제품에서도 충전기 어댑터와 유선 이어폰 지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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