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학번 새내기가 84년도 英방송 패러디…354만뷰가 나왔다

머니투데이 김지성 기자, 이동우 기자, 김소영 기자, 조동휘 기자 2020.10.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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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터뷰│가천대 20학번 김수현씨, '자기소개 과제' 영상으로 대박

편집자주 유튜브, 정보는 많은데 찾기가 힘들다. 이리 저리 치인 이들을 위해 8년차 기자 '머투맨'이 나섰다. 머투맨이 취재로 확인한 알짜배기 채널, 카테고리별로 쏙쏙 집어가세요!

20학번 새내기가 84년도 英방송 패러디…354만뷰가 나왔다


조회수 354만. 대학 수업 과제로 만든 영상이 터졌다. 제목도 정직한 '가천대 자기소개 과제' 영상은 채널 주인이 세상에 태어나기 훨씬 전인 1984년 영국 방송 'Emu's All Live Pink Windmill Show'의 한 장면을 패러디해 제작됐다.



회색 후드집업에 분홍색 수면바지 차림으로 영상에 등장한 인물은 원본 영상의 외국 어린이들을 따라 역동적으로 춤을 춘다. '법과대 댄스 동아리에 속해 있다', '활동적인 것을 좋아해 이 강의를 신청했다', '취미는 없었는데 이 과제를 하며 영상 편집의 재미를 알게 됐다' 등 자막으로 소개를 대신한다.

이 영상은 유튜브 알고리즘의 간택을 받더니 입소문을 타고 소위 '인싸'('인사이더'를 일컫는 말로 무리에 잘 섞여 노는 사람이라는 뜻) 영상이 됐다. 유튜브 채널 '잼일'은 이렇게 탄생해 크리에이터 김수현씨(20)를 가천대 최고의 아웃풋으로 만들었다.



가천대 20학번 새내기인 김씨는 상체와 하체가 조화롭지 않은 몸짓을 선보이면서도 "솔직히 춤을 못추는 편은 아니다. 조금 삐그덕거릴 뿐"이라며 자신을 '댄스 유튜버'라고 소개한다. 감각적인 편집으로 구독자 약 3만명을 모은 김씨를 '머투맨'이 지난 12일 경기 성남 소재 가천대에서 만났다.

과제로 낸 자기소개 영상 354만뷰…'잼일'의 시작
/사진=유튜브 '잼일'/사진=유튜브 '잼일'
-자기소개 영상이 크게 화제됐다. 조금 이해하기 어렵다는 사람도 있는데.

▶저도 아직 이해가 안 된다. 사실 간단해 보이지만 8시간 걸려 편집했다. 딱히 의미를 두고 만든 건 아니다. '커뮤니티 맵핑'이라는 수업에서 교수님이 자기소개 영상을 오페라나 뮤지컬같이 재미있게 만들어 오라고 하셨다. 성적 A+ 받았다. 만들고나니 '알고리즘에 걸리겠구나' 느낌이 왔다.


-채널 구독자 애칭이 '교수님'이다. 그렇게 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과제로 채널이 유명해져서 그렇게 정했다. '교수님'이라고 하면 웃기지 않을까 생각했다. 제 채널에 오면 바로 교수가 될 수 있다.

-콘텐츠 제작에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

▶일주일에 2~3번 정도 영상을 찍는다. 촬영이 1~2시간 걸리면 편집은 배로 걸린다고 보면 된다. 특히 영상 리듬감을 맞추는 것 때문에 편집에 4시간씩 걸리곤 한다. 편집이 쉽지 않다.

-영상에서 '밈'(인터넷상 유행해 다양한 모습으로 복제되는 패러디물)을 많이 활용한다. 아이템은 어떻게 선정하나.

▶유튜브에 외국 밈을 찾아보면 많이 나오는데 그 중에 마음에 드는 것만 쏙쏙 빼서 쓴다. 교수님(구독자)들도 찾아서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보내주고 한다.

-현재까지 수익은 어느 정도인가.

▶제가 많이 버는 줄 아는 분들이 많은데, 솔직히 수익은 잘 안 나온다. 지금까지 번 게 10만원도 안 된다. 영상 만들 시간에 차라리 알바를 하는 게 더 많이 벌 정도다. 자기소개 영상도 (저작권 문제로) 수익 창출이 안 된다.

'가천대' 하면 '잼일'…홍보대사 노린다?
/사진=유튜브 '잼일'/사진=유튜브 '잼일'
-목표로 '가천대 홍보대사'를 언급했다. 진행 상황을 말해달라.

▶사실 지원을 했다. 그런데 얼굴 보고 뽑는다더라. 올해 가천대 수시 입시 결과(점수)가 조금 올랐다. 제가 작년이랑 비교해봤다. 제 덕이 아주 조금이라도 있지 않을까 싶다. 채널에 올린 가천대 홍보영상 조회수가 5만 정도 나왔는데, 그 분들이 다 지원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길여 가천대 총장님께 한말씀 드리겠다. 장학금 전액도 안 바란다. 열정페이로도 할 수 있다.

-학교 다니다 보면 실제로 알아보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하루에 한 번씩은 있다. 평소 영상에 나오는 모습으로 다녀서 알아 보는 것 같다. 가끔이긴 하지만 화장하고 다니면 아무도 못 알아본다.

-가천대뿐 아니라 20대 '인싸'의 대명사가 됐다.

▶저를 인싸로 보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인싸가 아니다. 저는 느린 편이다. 가수 비의 '깡'도 유행 지나고 한 달 뒤에 했다. '가짜 사나이'도 모집기간 끝난 후에 지원 영상을 올렸다. 이건 혹시라도 뽑히면 안 되기 때문이란 이유도 있다.

-최근 Q&A 영상에서 전과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행정학과인데 잘 안 맞더라. 전과를 하려고 했지만 성적이 돼야 한다고 해서 복전을 하기로 했다. 촬영보다 편집이 조금 더 재미있어서 학원을 다니면서 배워보려 한다. 영상은 원래 느낌대로 만들겠지만 나중 직업을 위해 본 힘을 키우는 과정이다. 다음 학기에는 휴학을 하고 유튜브에 더욱 힘쓰려 한다.

"항상 위로 갈 순 없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지난 12일 진행된 '잼일' 인터뷰 현장. /사진=김지성 기자지난 12일 진행된 '잼일' 인터뷰 현장. /사진=김지성 기자
-유튜브를 시작한 지 반년 정도 됐다.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 때와 힘들었던 때가 언제인가.
▶7월쯤 침체기가 있었는데 꾸준히 좀 올리니까 잘 되더라. 알고리즘 선택도 받았다. 그것 덕분에 힘내서 하고 있다. 항상 위로 갈 순 없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 또 선택될 거라고 생각한다. 구독자가 많아지고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이 되니 악플도 달린다. 아무래도 자기소개 영상에 많이 달리는데 '재미없다', '이런 게 웃긴가' 이런 것들이다.

-채널 확장을 위해 계획하고 있는 게 있다면.
▶트위치(동영상 방송 플랫폼) 방송을 하면서 채널을 키워보려 한다. 채널이 성장을 해야 뭐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가 말발이 없어서 수다는 안 될 거 같고 게임이나 쿡방을 생각하고 있다. 게임은 요즘 핫한 '어몽어스' 좋아한다. 후드티 등 굿즈도 팔아 볼 예정이다.

-머투맨 구독자와 머니투데이 독자를 위해 즐겨보는 채널 3개 추천해달라.
▶'우주하마'라는 게임 채널 본다. 게임을 잘 하고 목소리가 좋다. 최근에 알게 된 '쉐어TV'도 추천한다. 유튜버가 웃는 게 웃겨서 본다. 다른 이유는 없다. 마지막으로 '승우아빠'도 최근에 빠져서 구독했다. 재미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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