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트럼프에게 맞아도 '바이든보단 낫다'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2020.10.1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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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9일 미국 대선 첫 TV토론을 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사진=로이터9월 29일 미국 대선 첫 TV토론을 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사진=로이터


2016년 취임 직후부터 중국을 적으로 돌려 각종 압박 정책을 써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취임 시 트럼프의 대중 정책을 뒤엎고 다자주의를 표방해 중국과 협력할 가능성이 있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11월 3일 미국 대선에서 맞붙는 두 후보 중에 중국은 누구의 승리를 바랄까.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4년 내내 으르렁대온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내심 바라고 있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후보가 이기면 트럼프의 정책들을 뒤집는 1~2년간은 중국 숨통이 트일 수 있겠으나 '장기적' 관점에선 동맹국과의 관계를 회복할 바이든의 정책이 중국에 더 치명적일 거란 판단이다.



바이든도 '친중 정책' 펼 일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사진=로이터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사진=로이터
바이든은 트럼프와 외교 방식에서 차이는 있으나 골자는 '중국 경계'라는 점에서 같다. 전문가들은 바이든이 트럼프가 갉아먹어 놓은 동맹국과의 관계를 회복해 더 단단한 '대중국' 연합전선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중국 전·현직 관리들은 블룸버그통신에 "트럼프 정부가 자국 동맹들을 공격함으로써 중국이 얻는 지정학적 반사이익이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입는 피해보다 크다고 본다"고 입을 모았다.

저우사오밍 전 중국 제네바 무역대표부 차관보는 "바이든이 당선되면 동맹국들과 중국을 공략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더 위협적이라고 본다"고 했다.


바이든은 앞서 "우리가 민주주의 동료국가들과 함께 할 때 힘이 두 배가 될 것"이라며 "중국은 세계 경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이들 국가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바이든이 속한 민주당은 공화당 못지 않게 중국에 강경하다. '2020 민주당 정책 강령'엔 "민주당은 미국의 제조업을 약화시키는 중국에 공격적인 행동을 취한다", "동맹국과 협력해 중국에 대항한다", "위구르 등 소수민족에 대한 잔혹한 행위를 규탄한다" 등의 언급이 있다.

또 트럼프 정부가 홍콩과 대만, 남중국해 영유권, 무역, 중국 기업, 공중보건, 기술 등 사실상 모든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긴 하나 이보다 오랫동안 홍콩 시위를 지원하고 대만에 더 많은 군사지원을 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건 민주당이다.

트럼프가 때릴수록 속으로 웃는 시진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
중국 내 '반미' 정서를 자극하기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적격이란 분석도 있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비난하고 압박할수록 최근 '항미' 정신을 강조하며 내부 결속을 도모하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지도력은 커진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모든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 "중국만큼 미국을 뜯어먹은 나라는 없었다"고 비난해왔다.

바이든도 "시진핑 몸 속엔 민주주의의 뼈가 없다"는 등의 발언을 하긴 했으나 '대통령' 자리에 오른 바이든은 트럼프보다 정치 경력이 길고 발언 수위를 조절할 수 있는 인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맞아 주는 척 이득 보려는' 시진핑 정부의 의도와는 결이 다르다.

유 지예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 선임연구원은 "트럼프의 재선은 미중 관계에 악재이긴 하지만 시진핑에게는 정치적 선물이 될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을 더 악마화 할수록 시진핑의 정치를 싫어하던 중국인들조차 집결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유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의 중국 때리기는 중국 내 '친미 및 '덜 보수적인' 목소리를 제거하는 도구가 돼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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