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표창장 위조 시연한 검찰…"위조데이" 표현에 변호인 발끈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2020.10.15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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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 검찰, 재판정에서 표창장 위조 직접 시연 "정 교수가 사용했던 MS워드로 충분히 위조"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사모펀드 및 자녀 입시비리' 등의 혐의를 받는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등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10.15/뉴스1(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사모펀드 및 자녀 입시비리' 등의 혐의를 받는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등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10.15/뉴스1


검찰이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형사재판 공판정에서 정 교수가 위조한 혐의를 받는 각종 표창장과 확인서 등을 만드는 과정을 직접 시연했다.

1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서 검찰 측은 정 교수 사무실에 있었던 것과 같은 기종의 프린터(HP포토스마트2610)를 설치하고 동양대에서 쓰는 상장용지를 미리 준비했다.



공판검사는 MS한글 워드 프로그램을 이용해 표창장 이미지안의 직인과 텍스트를 다른 파일에서 따오거나 이리 저리 옮기는 방식으로 대학원 입시 등에 정 교수 딸 조민씨가 제출했던 표창장 등을 그대로 만들어보였다. 이를 인쇄해 재판부와 변호인 측에도 배포하며 포토샵 등 전문 이미지편집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정 교수가 즐겨 쓰던 워드 프로그램으로도 충분히 위조가 가능하다는 점을 걍조했다.

특히 검찰은 "2013년 6월 16일 일요일에 주목해야된다"며 "당시 조민의 서울대 자소서 제출 전날이자 피고인(정경심)이 4개 허위 서류를 위조·조작하거나 임의 수정한 날로 일명 '위조데이(DAY)'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날 피고인이 만든 주요 결과물은 최성해 총장 명의 '조민 표창장 양식 상장 1'이란 파일"이라며 "당시 어학교육원에는 피고인만 MS워드를 사용했다고 직원들이 증언했고 일요일 오후 시간에 위조 파일들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검찰 "정 교수가 사용했던 MS워드로도 충분히 위조 표창장 만들 수 있어"
검찰은 "그날 위조데이 타임라인을 그대로 따라가려 한다"며 컴퓨터 로그 기록과 파일 생성, 수정 시간을 근거로 시간대별로 정 교수의 행동에 대해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검찰은 "14시 24분에 어학교육원 조교가 보낸 파일을 다운 받아 연구활동 확인서를 조작했고 서울대 의전원에 낼 조민 자소서 한글파일도 수정 저장한 뒤 16시 9분 4초에 피고인과 장OO이란 사람과 카톡을 하고 대화창을 캡쳐한 뒤 본격적으로 위조파일을 만들기 시작해 아들 '조O 총장님 직인.png파일'을 저장했는데 그 (총장 직인 파일을 따로 저장한)목적이 직관적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이어 "16시 40분에는 '문서 2'라는 워드파일 저장했는데 그 (파일)속성을 보면 만든 이와 마지막으로 만든 사람은 동일하다는 것도 기억해야할 또 하나의 증거"라며 "16시 42분에는 (아들)조O 최우수상 캡쳐 파일에서 최성해 직인 '총장님 직인.jpg'로 저장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상장명에 자원봉사상, 상장 문구를 작성한 다음 이 파일에 동양대 총장 파일의 직인을 삽입하고 이걸 좌우로 늘려서 실제로 (원본의)정사각형과 다른 직사각형으로 돼 있다"며 "이건 대검 감정결과에서도 객관적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검찰은 "파일을 PDF저장하기 기능으로 '(양식)상장1'로 저장한 뒤, 5분 후에는 이 상장 일련번호를 어학교육원으로 바꾸고 상장 제목을 '자원봉사상'에서 '최우수봉사상'으로 한 다음 '표창장 pdf파일'로 저장했다"며 "14초 후에는 이 pdf파일 만드는데 기초가 된 '(양식) 상장 1파일' 다시 저장했고 동양대 총장 최성해 증인의 설명에 따르면 이게 바로 16시 41분에 만든 '총장님 직인.jpg'로 돼 있어 이제는 재판부도 누가 위조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고 조교 학생이 했다고 볼 수 없고 이 모든 위조 작업한 건 필연적으로 피고인일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변호인 "'위조데이'란 말 쓰지말라"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동양대학교 총장상 논란관련 기자회견을 하며 조 후보자 딸이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표창장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동양대학교 총장상 논란관련 기자회견을 하며 조 후보자 딸이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표창장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이날 검찰이 표창장 등에 대한 위조 시연에 나선 건 그간 정 교수 측이 동양대 사무실에서 정 교수가 사용했던 컴퓨터에서 발견된 딸 조민씨 표창장 파일에 대해 "조교들이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검찰이 공소장에 적은 방식대로 재연이 안 된다"고 주장해서다. 지난 공판 과정에서 변호인들은 발견된 표창장 파일에 대해 "만들어보려했는데 잘 안 된다"고 주장해왔고 재판부는 검찰에 직접 법정에서 시연해볼 수 있느냐고 주문한 바 있다.

검찰은 재연 여부에 대해 애초 "파일이 정 교수가 쓰던 컴퓨터에 존재하는 이상 직접 시연할 필요는 없다"고 했으나 변호인 측이 증거에 동의하지 않고 "픽셀 문제 등으로 과학적·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계속 주장하자 표창장 파일이 MS워드만으로도 별 어려움 없이 편집을 거쳐 위조될 수 있음을 증명해보이기 위해 이날 시연에 나섰다.

검찰이 '위조데이'란 용어를 반복해 쓰자 변호인 측은 이의제기에 나섰다. 변호인은 "일반적으로 법정에선 그런 (위조행위가 있던) 시점을 표현할 때 '위조한 날' 혹은 '범행당일'로 하는데 검찰 측이 일부러 '위조데이'란 말을 창안해 냈다"며 '모욕'의 의도가 있다는 취지로 반발했다. 이에 재판부는 변호인 측 의견을 받아들여 검찰에 '위조데이' 대신 '위조한 날'로 고쳐 불러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도 재판부 요청 이후엔 '위조한 날'로 명칭을 바꿨다.

정 교수 사건 관련 '서증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이날 공판은 오후 늦게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박지원 대안정치연대 소속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조국 후보자 딸 동양대학교 표창을 공개하고 있다. 이날 조국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딸 입시·사모펀드·웅동학원 문제가 쟁점이다. 2019.9.6/뉴스1(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박지원 대안정치연대 소속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조국 후보자 딸 동양대학교 표창을 공개하고 있다. 이날 조국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딸 입시·사모펀드·웅동학원 문제가 쟁점이다. 2019.9.6/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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