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 1세대 CEO의 '장인 정신'

머니투데이 중기협력팀 이유미 기자 2020.10.2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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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속 중소벤처기업] 셀로코·인텔로이드

휴대폰 카메라를 켜고 '김치'를 외치니 셀카가 찰칵. 2012년의 히트 스마트폰 옵티머스에 탑재된 보이스셔터다. 아이폰 '시리'나 갤럭시 '빅스비' 같은 음성인식 AI(인공지능)의 선배 격 기술이다.

양태영 인텔로이드 대표가 LG전자에 다닐 적 개발했다. 그의 어린 두 딸이 '김치'를 외치며 깔깔 웃는 모습에 희열을 느꼈다. 말로 전화를 거는 음성 다이얼링도 양 대표가 꼽는 보람찬 성과 중 하나다. 시각장애인, 운전기사 등 휴대폰 화면을 볼 수 없는 사람에게 유용했다.



양태영 인텔로이드 대표/사진제공=인텔로이드양태영 인텔로이드 대표/사진제공=인텔로이드


이 때문에 양 대표가 생각하는 음성 AI는 '세심한 배려'다. 하나의 기술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에 녹아들기 때문이다. 유용하고 만족스럽고, 재밌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1998년 석·박사 시절부터 인텔로이드를 이끄는 지금까지 음성인식 AI 한우물만 파왔던 터였다.

개발자 출신 CEO(최고경영자)는 나름의 방식으로 산업 발전에 기여한다.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의 역사에도 족적을 남기겠다는 각오다. 시스템반도체 1세대 기업인이 창업한 셀로코의 상황도 그렇다.



유영욱 셀로코 대표는 반도체 설계 툴 '마이캐드'로 외산 일색의 EDA(반도체자동화설계) 시장에서 한 획을 그었다. 3G 이동통신 표준의 'IMT-2000' 핵심 칩 국산화도 주도했다. 그의 옆 강진구 셀로코 부대표는 한국 컴퓨터 역사의 산증인이다. 그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삼보컴퓨터에서 각각 개발한 '전전자교환기 TDX'와 한국 1호 PC '삼보 SE-8001'은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이 쌓아 온 주문형반도체 및 SoC(시스템온칩), 컴퓨팅 관련 노하우는 시스템반도체 육성 정책과 함께 여전히 빛을 발한다.

두 회사 모두 CEO가 개발에 직접 참여한다. 인텔로이드의 음성 AI 엔진 역시 양 대표가 직접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는 자부심도 깔렸다. 양 대표는 "국내에서 음성인식 AI 개발 경험이 가장 많은 사람 중 하나"라면서 "음성 AI에 필요한 3개의 핵심 기술 모두 보유했다"고 했다.

인텔로이드는 외부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안 쓴다. 통상 챗봇 등을 구축할 때 구글 등의 오픈 API를 활용하는 것과 차별화했다. 장점은 인식 성능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적극 대응 가능한 점이다. 용도에 맞게 엔진을 고도화할 수 있다. △핵심어 검출 △STT(음성·문자 변환) NLU(자연어이해), 3개 핵심 기술로 클라우드·내부구축형·기기내장형 등으로 제공 중이다. 서울대병원의 음성형 EMR(전자의무기록) 자동화 시스템 등을 구축해 왔다.


셀로코는 현재 IoT(사물인터넷)에 주력 중이다. 2000년 정보통신부(현 과기부)의 유비쿼터스 사회 조성 사업이 토대가 됐다. 시대에 맞춰 지능형 빌딩 및 스마트시티로 특화했다. 복합 센서로 주차장, 건물, 도시 안전에 기여한다. 보통 하나의 센서는 하나의 역할만 수행하는데, 이를 다기능화했다. 일례로 화재 시 하나의 센서가 온습도, 이산화탄소, 영상 등을 등을 동시에 감지한다.

주차 융복합시스템 'a파킹스' 설치사례/사진제공=셀로코주차 융복합시스템 'a파킹스' 설치사례/사진제공=셀로코
대표 아이템 'a파킹스'는 주차와 조명, 안전 관리, 비디오 시스템을 하나로 묶은 것이다. 여기에 탑재된 스마트조명 'a라이트'는 조도를 265 단계로 나눠 에너지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

신기술 개척자의 장인 정신은 멈출 줄 모른다. 다음 목표는 AI 기술이다. ETRI와의 협업 기회가 찾아 온 것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의 합작품인 AI 프레임워크 'BeeAI'와 연동해 편의성을 높일 방침이다. 이를 통해 AI 기반의 공원 및 도시 관리 시스템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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