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피해 늘어 난다"…중고차업계, 대기업 진출 반대 진짜 이유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이태성 기자 2020.10.1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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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현대차는 중고차 시장의 '메기'가 될수 있을까④

편집자주 "싸고 좋은 차를 사고 싶다" 중고차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꿈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불가능에 가깝다. 불투명하고 혼탁한 시장에서 사기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최근 중고차 매매 시장 진출을 타진한 현대자동차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현대차가 불신이 팽배한 중고차 시장을 업그레이드 할 '메기'가 될 수 있을지, 변화의 분기점에 선 중고차 시장을 진단했다.

"소비자 피해 늘어 난다"…중고차업계, 대기업 진출 반대 진짜 이유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 선언에 중고차 매매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고차 매매업은 대기업 진출로부터 보호받아야하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대기업이 시장에 진입할 경우 중고차 가격이 더 상승해 소비자가 피해를 안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고차업체 절반이 매출 10억원 미만…"대기업 들어오면 생계 위협"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중고차 매매업체 6361개 가운데 연간 매출액이 10억원 미만인 곳이 48.2%(3068개)로 절반에 달한다. 매출액이 10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인 업체는 39.6%(2519개)이며 매출이 50억원을 넘는 곳은 12%(769개)에 불과했다.



중고차 업계의 매출 규모가 이처럼 영세한 것을 고려하면 대기업의 시장 진출에 앞서 세심한 논의와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지난달 1일부터 지난 14일까지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입 반대 집회를 진행했다.

곽태훈 연합회장은 이번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완성차 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들어오면 중고차 매매업체는 매집을 못해 상생할 수 없고 종사자 가족을 포함한 30만명이 생계를 위협받는다"고 호소했다.



곽 회장은 "현재 케이카가 한 달에 200∼250건을 판매하고 있는데 우리 회원사는 15∼16대 정도에 불과해 힘들다"며 "중고차 매매업은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기업 들어오면 시장 잠식…"현대·기아차, 이익 내려고 하면 안 돼"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본사 사옥 앞에서 지난 1일부터 시작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결사 반대 1인 시위에 이어 9인 집회를 시작했다고 9일 밝혔다./사진제공=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본사 사옥 앞에서 지난 1일부터 시작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결사 반대 1인 시위에 이어 9인 집회를 시작했다고 9일 밝혔다./사진제공=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현재 국내 중고차 시장에는 약 5만~6만명이 종사하고 있다.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는 20조원 정도로 연간 약 370만대가 거래된다. 시장 규모가 20조원에 달하지만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 신규 진출과 확장 등이 제한됐다.


당시 중고차시장에 진출해있던 SK엔카는 막대한 자금력과 인지도를 앞세워 점유율을 높여갔는데 이같은 대기업의 시장 잠식이 영세 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았다. 그러다 지난해 지정 기한이 만료됐고 업체들은 다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했지만 동반성장위원회는 부적합 의견을 냈다.

중고차 매매업체 썸카의 이재범 대표는 "업계에서는 수입 문제 때문에 완성차 업체의 진출을 당장은 막을 수밖에 없다"며 "과거 슈퍼마켓들이 편의점과 대형업체의 골목상권 진출로 사라지는 모습과 같은 양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오픈 플랫폼을 만들어 중고차를 관리하면 중고판매업도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현대·기아차가 중고차 판매업에 진입해 이익을 낸다고 하면 이 일은 성사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허위 매물 억울, 자정 노력한다"…대기업과 상생 필요하단 의견도
12일 중고차 매매단지인 서울 강서구 서서울모토리움의 중고차 전시장 모습. /사진=뉴스112일 중고차 매매단지인 서울 강서구 서서울모토리움의 중고차 전시장 모습. /사진=뉴스1
중고차 매매업계는 허위 매물 방지를 위한 자정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회는 중고차 거래 시 주행거리를 조작했거나 사고 유무를 숨겼을 경우 매매거래를 취소할 수 있는 기간을 기존 30일에서 1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국토부와 함께 검토하고 있다. 또 중고차 매매업자 자격증 발급도 고민 중이다.

만연한 허위 매물 등 중고차 사기를 두고 억울한 측면도 있다. 연합회 관계자는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건 인정하지만 중고차 사기는 업체도 모르게 이뤄지는 경우가 더 많다"며 "허위 매물을 막기 위해 연합회 차원에서 실매물 사이트도 운영하고 있고 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고차 매매업계에서도 일부는 허위 매물 문제나 부정적인 소비자 인식을 꼬집으면서 대기업과의 상생이 필요하다고 하는 목소리도 공존한다.

중고차 유통업체 유카의 신현도 대표는 "기본적으로 매매업계가 허위 매물을 자정하지 못했고 소비자 지향적이지 않은 데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업계가 잘못을 고백하고 성찰한 다음 구체적인 품질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고차 딜러는 사업자등록이 안 돼있고 고용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매물을 알선하면서도 책임감이 떨어진다"며 "중고차 매매사원 신분에 대한 명확한 법정 정의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대차가 들어오더라도 사업 범위를 일부 제한하는 등 소비자 보호가 잘 이뤄질 수 있는 선에서 정부와 균형있게 조정하면 상생할 수 있다"며 "중고차 업계에도 가지치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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