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펀드 사건사고…운용사, 공모리츠로 눈 둘렸다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2020.10.15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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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산운용업계가 공모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2일 KB자산운용이 리츠 AMC(자산관리회사) 본인가를 승인 받은데 이어 여러 운용사들이 본인가를 앞두고 있거나 설립인가를 위한 절차를 준비 중이다.



운용사들의 적극적인 리츠 시장 진출의 이유는 부동산펀드의 잇단 사건사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부동산펀드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 신규 설정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부동산 유동화의 수단으로 운용사들이 공모리츠에 주목하고 있다는 얘기다.

◇KB자산운용, AMC 설립인가 통과 = KB자산운용은 지난 12일 국토교통부로부터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설립 본인가를 취득했다. 지난 8월 31일 설립인가 신청 이후 45여일 만이다.



리츠 AMC는 자산운용사가 공모 리츠를 운용하기 위해 갖춰야 하는 자격 요건이다. 리츠 AMC 설립 요건은 자본금 70억원 이상과 전문 운용 인력 5명 이상이다.

KB금융지주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KB자산운용은 자본금 약 380억원이다. KB자산운용은 이번 본인가를 통해 공모 리츠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최근 세금 부담 증가로 기업들의 부동산 유동화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공모리츠는 기업에게는 비용 절감 효과를, 개인에게는 우량 자산을 제공하는 기회가 될 것. 내년 하반기 시장에 선보이길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운용사, 부동산펀드 대신 공모리츠로 간다? = KB자산운용 이외 여러 운용사들이 리츠 AMC 설립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삼성SRA자산운용과 현대자산운용이 AMC 본인가를 앞두고 있다. 코레이트자산운용과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은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이외 키움자산운용과 하나대체투자운용 등도 설립인가 절차를 준비 중이다.

한 리츠업계 관계자는 “국토부에 설립인가를 낸 자산운용사 외에도 여러 운용사와 건설사, 부동산관리회사들이 AMC 설립을 위한 사전 법정교육을 수료했다”고 설명했다.

한 리츠업계 관계자는 “부동산펀드 관련 사건사고가 잇따르면서 수탁사 입장에서 신규 펀드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수탁은 깐깐해지는데 기업들의 부동산 유동화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9월 KB증권이 판매하고 JB자산운용이 설정한 ‘JB호주NDIS펀드’는 사기에 휘말렸다.

호주 정부의 장애인 임대 아파트에 투자해 임대 수익을 얻는 이 펀드는 현지 사업자인 LBA캐피털이 투자금으로 엉뚱한 토지를 샀다. 대출 서류도 위조됐다.

호주 부동산펀드와 옵티머스펀드 사태 등 문제가 잇따르자 금융감독원은 사모펀드 전수조사에 나섰다. 수탁사에게는 악재다. 전수조사는 펀드에 편입한 자산내역이 실제 자산과 일치하는지 판매사, 사무관리사, 수탁사가 모두 검증해야 한다. 그 결과 부동산펀드 시장은 위축됐다.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0% 넘게 성장했던 국내 부동산펀드 시장은 전년동기 대비 17.79%(8월말 기준) 성장하는데 그쳤다.

◇심사 깐깐하지만 세제 혜택 = 공모리츠는 국토교통부의 설립인가와 금융당국의 상장심사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상장 이후 부동산펀드와 비교해 탈이 날 가능성도 적다.

정부의 공모리츠 세제 혜택도 괜찮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공모리츠의 경우 부동산펀드와 비교해 세제혜택이 크다”며 “앞으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부동산 간접투자 활성화를 위해 공모 리츠·부동산펀드에 대한 세제혜택을 강화하고 있다. 사모와 달리 공모 리츠·부동산펀드에 대해서는 분리과세를 실시한다.

또 올해 일몰 예정이었던 공모리츠에 대한 과세특례 적용기한도 2022년으로 연장했다. 과세특례 연장에 따라 기업은 공모리츠 현물출자로 발생한 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를 출자 대가로 받은 리츠 주식의 처분할 때까지 과세를 이연할 수 있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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