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매각·상장폐지...벼랑끝 여행업계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0.10.1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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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여행박사 대규모 희망퇴직 접수, 자유투어 본사 사무실 폐쇄 등 코로나19 장기화에 중견여행사도 '휘청'

지난 6월 서울 중구 모두투어 사무실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무급 및 유급 휴직으로 텅 비어 있다. /사진=뉴시스지난 6월 서울 중구 모두투어 사무실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무급 및 유급 휴직으로 텅 비어 있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막힌 여행길이 좀처럼 뚫릴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국내 여행산업이 존폐기로에 서있다. '개점휴업'이 지속되며 중견 여행사들마저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진다. 국내 주요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사 자유투어가 오프라인 영업 중단과 함께 전 직원 휴직에 들어간 가운데 비교적 내실이 탄탄하다고 여겨졌던 NHN여행박사도 대규모 인력감축을 진행하면서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NHN여행박사는 250명이 넘는 대규모 감원에 나섰다. 전날까지 직원 중 10명을 제외한 나머지 전 직원에게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지난 7월부터 최소인원만 남기고 내년 1월까지 무급휴직에 돌입한 상태였지만 3개월여만에 감원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최근 들어 중견 여행사들의 인원 감축이 잦아지는 모습이다. 앞서 자유투어가 132명에 달했던 임직원을 올해 상반기 30명대로 줄였고, 이달 들어선 나머지 인원도 전원 휴직에 돌입했다. 대구와 부산, 광주지점의 문을 닫았고 서울 청계천 인근에 위치한 본사 사무실마저 정리하며 오프라인 영업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현재 김우진 대표와 IT부서 인력만 재택근무하며 온라인 업무를 진행 중이다. 롯데관광개발도 직원의 3분의 1을 줄였다.
구조조정·매각·상장폐지...벼랑끝 여행업계
당초 올해 말이면 어느정도 리스크가 해소될 것으로 관측됐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영업활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간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어느정도 버텼지만 기대수익이 '제로(0)'인 상황에서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고용유지지원금이 나와도 직원급여 10%를 포함해 각종 비용을 사업주가 대야 하는데 여행이 풀릴 기미가 없어 부담이 커지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중견 여행사마저 쓰러지기 직전의 상태에 처하면서 여행업계 위기가 본격화하고 있단 우려가 나온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등록 여행사는 2만1617개로 지난해와 비교해 600여개 감소했다. 한 분기에 400개 넘는 여행사가 사라진 적은 해당 조사가 시작된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영세 여행사를 시작으로 업계의 허리가 됐던 중견 여행사까지 폐업이 줄을 이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 3월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여행사 카운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 3월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여행사 카운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실제 대형 여행사들마저 매 분기 실적쇼크를 겪고 있다. 지난해 2분기 2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한 여행 대장주 하나투어가 올해는 100억원도 채우지 못하며 무너졌고, 롯데관광과 세중은 상장사 매출 기준치를 채우지 못하며 주권매매거래가 정지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추정 여행업 피해규모는 5조원에 달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여행박사의 감원은 업계 불안감을 가중 시킨다. 모회사가 NHN인 여행박사는 중견 여행사 중에서도 자금력 등 하드웨어가 비교적 탄탄한 종합여행사로 평가 받았기 때문이다. 장거리 노선 패키지 여행에서 강세를 보인 참좋은여행도 모회사인 삼천리자전거가 매각예정비유동자산으로 분류한 것도 상당한 충격파를 낳았다. 업계 내에선 하반기 들어 '구조조정'부터 '매각', '상장폐지' 같은 설들이 쏟아지며 어수선한 분위기다.

한 중견 여행사 관계자는 "코로나19 트렌드에 맞춰 운영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본사 사무실을 철수하고 비대면 근무를 진행 중"이라며 "올해 초만 하더라도 4분기부터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반등은 커녕 현재로선 최대한 버티며 회사를 존속하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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