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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뉴 챕터'…'고객' 넘어 '인류'로 향하는 정의선의 리더십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0.10.1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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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뉴 챕터'…'고객' 넘어 '인류'로 향하는 정의선의 리더십




"준비된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172,500원 1000 +0.6%)그룹 수석부회장의 회장 취임에 대한 경제계의 반응이다. 현대차그룹을 사실상 총괄하며 신시장 개척은 물론 미래 먹거리 발굴까지 주도한 그의 회장 취임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다만, 그 시점이 생각보다 빨리 왔다. 사상 초유의 전 코로나19 감염병 도래로 글로벌 자동차 산업구조 재편이 더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위기일수록 그룹은 새 리더십이 필요했고, 준비된 리더가 있는 상황에서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그룹의 명실상부한 1인자가 된 정 회장의 시선은 이제 '인류의 꿈'으로 향한다. 정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함께 실현하자"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자동차기업의 반석에 올려놓은 부친 정몽구 회장의 업적을 토대로 이제 새로운 모빌리티(이동수단)의 퍼스트무버(개척자)가 되겠다는 포부가 이 말에 담겨 있다. '고객'을 넘어 '인류'의 더 나은 내일을 열겠다는 정 회장과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장(New Chapter)'이 시작됐다.



새 먹거리 발굴, 위기극복…'준비된' 회장
정 회장은 2018년부터 2년여 간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을 맡았다. 하지만 그의 '준비'는 이보다 오래 전부터 진행돼왔다.

정 회장은 1999년 현대차에 입사해 구매, 영업, 기획 부문 등을 두루 거쳤다. 2002년 현대차 국내영업본부 전무, 2003년 기아차 기획실장 부사장, 2005년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 2009년 현대차 부회장을 역임했다.

기아차 대표이사 시절 세계 3대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하는 등 '디자인 경영'을 통해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의 체질을 바꿨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에는 현대차에서는 미국·유럽 현장경영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꿔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5위 완성차업체 도약에 기여했다.

현대차의 '뉴 챕터'…'고객' 넘어 '인류'로 향하는 정의선의 리더십
그룹 수석부회장으로 보낸 2년은 '미래'에 방점을 뒀다. 미래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와 전략적 제휴, 유망 스타트업 발굴, 미래 분야 인재 영입 등에 직접 나섰다.

자율주행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완전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앱티브(Aptiv)'와 합작으로 자율주행 모빌리티 기업 '모셔널(Motional)'을 설립했고, 전기차 기술 개발을 위해 크로아티아의 고성능 하이퍼 전기차 업체 '리막(Rimac)'에 투자해 고성능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

특히 삼성, LG, SK 최고경영진들과 회동,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기술 개발과 관련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 핵심기술 개발과 사업추진을 전담하는 'UAM 사업부'를 신설해 2028년 이를 상용화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무엇보다 수소연료전지 시장과 수소경제 공감대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 대형트럭인 엑시언트 양산에 착수했고, 유럽 수출도 시작했다. 수소전기차 '넥쏘'와 수소전기버스 '일렉시티FCEV'를 사우디 아라비아에 수출했고, 스위스 수소저장 기술 업체 'GRZ 테크놀로지스'와 유럽 에너지 솔루션 스타트업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도 수출했다.

2019년 수소위원회 공동 회장에 오른 정 회장은 그해 6월 열린 G20 에너지환경장관회의에서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에 수소경제 사회 구현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국내 정부와 산업계, 학계,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수소경제 컨트롤 타워인 수소경제위원회에 민간위원으로 참여해 수소경제 생태계 구축에도 앞장서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은) 3세 경영인들 중 경영 성과가 단연 돋보였다"며 "특히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이해도와 열정이 높다"고 말했다.

미래 모빌리티 강자 도약…시선은 '인류'로
이 같은 과정에서 코로나19(COVID-19)와 미중 무역갈등 등으로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패러다임 변화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무엇보다 내연기관에 기반을 둔 정통 자동차 수요가 줄었다. 경쟁 글로벌 업체들에 비해 선전하고는 있지만, 올해 3분기까지 현대차와 기아차의 글로벌 판매는 전년보다 각각 19.4%, 8.8% 줄었다.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서 모빌리티 생태계의 다양한 참여자들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빠르게 진화하기 시작했다. ICT 업체가 자동차 산업에 진입하면서 산업간 경계도 모호해지고 있으며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등 미래 자동차 기술 확보를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합종연횡과 생존 경쟁도 가속화된다. 특히 신생 전기차 업체들의 과감한 투자와 신차 출시는 기존 완성차 업체들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정 회장의 새 리더십은 이 같은 인류 사회 전반의 변화와 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다행히 그는 충분한 준비 과정을 통해 새 모빌리티의 강자로 도약하는 토대를 닦았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글로벌 수소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에 4987대가 팔린 넥쏘를 앞세워 수소전기차 판매 1위에 올랐고 올해 역시 상반기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은 3292대를 판매했다.

넥쏘를 정점으로 한 그룹 자체 밸류체인도 짜여졌다. 이른바 수직계열화다. 부품 계열사 현대모비스는 수소전기차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한 핵심부품 수소연료전지 생산체계를 갖췄다. 현대제철은 수소생산을 담당하며 현대로템은 수소 충전설비 공급사업을 본격화했다.

현대차의 '뉴 챕터'…'고객' 넘어 '인류'로 향하는 정의선의 리더십
전기차 영역에서도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강자다.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은 테슬라, 르노·닛산 등과 함께 글로벌 3강을 형성하고 있다.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이 적용된 순수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 출범을 지렛대로 1위 테슬라를 따라잡겠다는 태세다. 정 부회장은 지난 7월 청와대가 개최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2025년 전기차를 100만대 판매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견된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을 통해 2023년 레벨 4 수준의 혁신적인 자율주행 기술을 상용할 계획이다. 이 밖에 로보틱스와 UAM, 커넥티비티와 인공지능, 자율주행 기술 등을 결합한 스마트시티 구상도 구체화할 전망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춘 국내외 기업과 이종산업과의 개방적 협력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며 "언택트 트렌드를 반영하는 동시에 고객 수요에 적극 대응하는 주문·생산 시스템 구축도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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