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스코어보드-복지위]'상한 밥' 독감백신…'한 방'은 없었다

머니투데이 권혜민 기자 2020.10.13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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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13일 보건복지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처·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국정감사

[300스코어보드-복지위]'상한 밥' 독감백신…'한 방'은 없었다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식품의약품안전처·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국정감사 대상의원. 강기윤(국힘), 강병원(민), 김성주(민), 신현영(민), 이종성(국힘), 정춘숙(민), 허종식(민), 남인순(민), 전봉민(국힘), 강선우(민), 김미애(국힘), 김원이(민), 백종헌(국힘), 서정숙(국힘), 이용호(무), 주호영(국힘), 최연숙(국당), 최종윤(민), 서영석(민), 인재근(민), 김민석(민-위원장),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의 '핫 이슈' 역시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이었다. 독감백신 상온 노출 사고에 이어 일부 백신에서 백색입자가 발견되면서 여야 의원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추궁하는 데 집중했다.

코로나19(COVID-19) 시대 필수품이 된 마스크를 포함해 식약처의 업무 영역인 의약품·의료기기·식품 등 다양한 영역에 대한 관리 실태 점검도 함께 이뤄졌다. 대부분의 의원들이 충실한 질의로 주어진 시간을 가득 채우며 '정책국감'의 기록을 함께 남겼지만, 모두의 주목을 끌 결정적인 '한 방'은 찾기 어려웠다.



독감백신 사태에 대한 식약처의 관리 부실을 질타하는 목소리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나왔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온 노출로 48만 도즈가 수거된 데 이어 백색 입자 논란으로 또 다시 백신이 회수되고 있다"며 "효과가 없는 '물백신'을 맞거나 부작용을 겪을 수 있기에 명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문제가 된 한국백신 독감 백신 제품의 불용성 미립자 수치가 출하 당시부터 다른 제품보다 높았다"며 백색입자와의 관련성 등을 포함한 철저한 원인 조사를 촉구했다. 이 과정에선 해당 제품의 출하 당시 불용성 미립자 수치 시험 결과 등 미리 확보한 구체적인 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발언의 신빙성을 높였다.

같은 당 정춘숙 의원도 "(식약처가) 특정 주사기와 액체가 만났을 때 백색입자가 발생한다는 것인데 왜 그런지는 모르고 있다"며 "국민이 안전하게 접종하려면 이런 부분이 반드시 이뤄져서 공개되고 설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또 문제 발생 후 이를 공개하는 데 3일이 걸렸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먼저 국민에게 알리고 나머지 조치를 하는 게 훨씬 더 선제적 대응이었을 것"이라며 "독감백신 관련 콜드체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안전성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식약처가 안전엔 문제가 없다고 얘기할 순 있지만 국민적 신뢰는 잃었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백색입자가 발견된 한국백신의 인플루엔자(독감) 백신백색입자가 발견된 한국백신의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국민의힘 간사로 국감 기간 내내 독감백신 저격수를 자처하고 있는 강기윤 의원은 이날도 특유의 비유법을 활용해 식약처를 질책했다. 강 의원은 "밥이 상해도 그 안의 탄수화물 절대량은 똑같다고 해서 국민들이 상한 밥을 먹을 수 있겠나. (백색입자 독감백신의) 효과가 변함없고 안전하다는 사실을 어떻게 믿느냐"고 비판했다. "단백질 함량에 문제 없어 백신의 효능에 문제가 없다"는 식약처의 답변을 반박하면서다.

이의경 식약처장은 "외부에서 이물질이 들어온 게 아니고 내부에서 단백질이 응집한 것"이라며 "이를 상한 밥에 비유하는 것은 적절치않다고 과학자이자 약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말씀드린다"고 답했다.

강 의원은 또 백색 입자가 발견된 한국백신의 독감 백신 61만5000개 중 55만6000개를 백신 상온노출 사고를 일으킨 신성약품이 납품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유통과정에 문제가 없었을까 하는 강한 의심이 생긴다. (신성약품 유통) 538만개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식약처의 의약품 부실 허가 논란에 대한 공세도 매서웠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메디톡스가 무허가 원액을 사용하고, 서류를 고의로 조작해 국가출하승인 과정을 농락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메디톡스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서류 조작 등을 통해 국가출하승인을 받고 판매한 3개 품목의 생산실적은 1450억원이다. 이중 상당수를 판매하고 경제적 이익을 취했지만 과징금은 1억7400만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메디톡스 재발방지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과징금을 대폭 늘려서 경제적 부당이익을 환수하고 품목허가 자체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삼성제약의 췌장암 치료제 '리아백스 주' 허가 과정의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남 의원은 참고인으로 신청한 강윤희 전 식약처 임상심사위원과 박인근 가천대 길병원 교수에 대한 질의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며 식약처에 "적절성 여부를 자체 감사해 결과를 종합감사 전까지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재현 당근마켓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식품의약안전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당근마켓에서 거래된 의약품과 관련한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13.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재현 당근마켓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식품의약안전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당근마켓에서 거래된 의약품과 관련한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13. [email protected]
아울러 온라인상의 불법 의약품 판매에 대한 지적이 다수 의원들로부터 나왔다. 민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은 중고거래앱 '당근마켓'에서 직접 구매한 식욕억제제 '디에타민'을 갖고와 "최근 의약품 온라인 거래시장이 형성돼 위험하다는 인식 없이 의약품을 거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재현 당근마켓 대표로부터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이끌어냈다.

마스크도 독감백신 다음으로 많이 언급된 주제였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월의 경우 마스크 재고 수량이 1억2000만장에 달했다. 이렇게 재고량이 쌓인 것은 식약처가 수급 관리를 제대로 안 했기 때문"이라며 역설적으로 마스크 재고가 넘치게 된 상황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통일부가 공무원 피격 사건 다음날 북한에 수술용 마스크 등 의료물자 지원을 승인한 것과 관련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답하기 곤란하다"는 이 처장을 향해 집요하게 이 조치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식약처의 입장을 물었다.

이 처장은 독감백신 사태 등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날선 질의 뿐만 아니라 본인의 주식 보유 논란으로도 곤욕을 치렀다. 이날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이 처장이 남편과 함께 보유하고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NVH코리아 주식이 '음압병실 관련주'로 급등한 것과 관련 "NVH 주식을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에 심사 받아볼 의향이 있느냐"고 다그쳤다.

이 처장은 "처장으로서 어떤 이득을 취하거나 영향력을 발휘한 적이 없고 지금도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의혹 해소를 위해 이 의원의 제안을 수용, 주식백지신탁심의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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