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논란' 中게임의 반전…열흘만에 1000억 글로벌 대박

머니투데이 이진욱 기자 2020.10.14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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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원신, 글로벌 하반기 최대작으로 우뚝…선제적 시도 통해 中 게임 이미지 전환

중국 미호요의 원신.중국 미호요의 원신.


중국 미호요의 멀티플랫폼 게임 ‘원신’이 글로벌 시장을 삼키고 있다. 백도어, 표절 등 각종 논란속에서 전세계 주요 국가에서 매출 상위권에 오르며 하반기 최대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한때 ‘카피캣’이라고 불리던 중국의 게임업체가 오리지널 IP(지적재산권)·멀티 플랫폼을 내세워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47개국서 매출 10위권 안착…표절 백도어 논란 정면 돌파로 잠재워
14일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에서 원신은 3위를 기록중이다. 지난달 28일 출시된 원신은 3위였던 바람의나라:연(넥슨)을 밀어내고 1, 2위 리니지M과 리니지2M(엔씨소프트)를 바짝 뒤쫓는 모양새다. 원신의 인기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폭발적이다. 원신은 47개국에서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10위 안에 들었고, 57개국에서는 애플 앱스토어 매출 순위 10위 안에 들었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원신은 출시 10일 만에 글로벌 앱 마켓에서 9000만달러(약 103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원신이 모바일 이외에도 PC, 콘솔 플랫폼으로도 출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매출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원신은 각종 구설수에도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원신은 출시 전부터 일본 닌텐도의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이하 젤다의 전설)’을 표절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출시 후엔 ‘백도어(해킹 등을 위해 심어놓은 프로그램)’ 논란도 더해졌다. PC버전 안티 치트 프로그램이 게임 종료 후에도 백그라운드에서 작동해 이용자 정보를 무단 수집하고 있다는 의혹을 샀다.

미호요는 논란을 정면 돌파했다. 젤다의 전설에 영감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표절은 아니라고 밝히며 독창적인 게임성을 부각시키는데 집중했다. 젤다의 전설 IP 저작권자인 닌텐도는 원신의 닌텐도 스위치 출시를 결정하면서 마호요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이후 원신은 오히려 젤다의 전설의 게임성을 고스란히 온라인 환경에 적용했다는 호평을 얻으며 표절작에서 계승작으로 거듭났다. 백도어 논란도 일단락됐다. 미호요는 불법 치팅 프로그램 사용자를 막기 위해 사용했다면서 백그라운드에서 작동하는 부분을 전면 수정해 사태를 진정시켰다.
중국 미호요의 원신.중국 미호요의 원신.
모바일·PC·콘솔 어디서든 플레이…'IP 재탕' 아닌 오리지널 IP 활용
원신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이질감이 적은 카툰렌더링 3D 그래픽을 채용하면서 수요층을 확대했다.애니메이션 분위기를 자아내는 카툰렌더링 3D 그래픽은 선정적인 느낌을 배제하면서 여성 이용자들까지 끌어모았다. 경쟁요소도 줄였다. 원신은 기본적으로 싱글플레이 게임이다. PvP(이용자 간 전투) 등 경쟁 콘텐츠가 없다.


원신은 '멀티 플랫폼' 형태로 출시되면서 모바일·PC·콘솔(플레이스테이션4) 어떤 플랫폼에서든 동일한 캐릭터를 끊김없이 즐길 수 있다. 국내에서도 이같은 시도는 찾아보기 힘들다.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모바일 게임을 PC로도 즐길 수 있도록 크로스플레이 서비스를 제공한 게 전부다.

업계는 원신이 소위 IP 재탕이 아닌 오리지널 IP를 앞세워 흥행에 성공했다는 것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한국의 대다수 게임사들이 기존 IP를 기반으로 한 신작 출시에 매달리는 것과 대비된 움직임이다.
현재 구글플레이 스토어 매출 상위권엔 리니지, A3, 뮤, 카트라이더, 바람의나라 등 기존 IP를 활용한 게임들이 다수 포진돼있다. 국내 게임업체들이 기존 IP 의존도를 줄이고, 새로운 IP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미호요는 국내 게임업계가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는 사이 선제적이고 새로운 시도들을 하며 글로벌 대작을 탄생시켰다"며 "질 낮은 게임을 대량생산하던 예전의 중국이 아닌 국내 게임업체들도 벤치마킹할만큼 본받아야 할 대상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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