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중 남편의 '10만원 주택지분' 때문에…"청약 부적격 억울해"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2020.10.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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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생애 첫 청약당첨 아파트 부적격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주택 지분 1%만 갖고 있더라도, 그 주택가액이 낮더라도 1주택자로 보고 청약 기회가 박탈되는 탓에 불만이 커지고 있다. 보증금 10억원짜리 전세 무주택자는 청약 기회가 있고 2억~3억원대 저가 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부산에서는 공시가격 10만2000원어치의 주공아파트 지분 1% 탓에 청약 당첨 취소 위기에 처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례도 나왔다.



10.2만원짜리 주택 지분 1% 보유에 1주택자 간주… "청약 부적격 억울, 국토부 법령 개정해야"
1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생애 첫 청약당첨 아파트 부적격 억울함을 호소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이 청원인은 "배우자가 2019년 7월 부산 23평 주공아파트 100분의 1 지분을 19일간 소유했다는 이유로 첫 아파트 청약 당첨에서 부적격처리됐다"며 "공시가 1억2000만원짜리 주택의 100분의 1 하면 10만2000원으로 이 때문에 1주택자가 돼 무주택 기간 산정에 오류가 나게 됐다"고 밝혔다.

본인이 54세, 배우자는 67세로 지난 7년간 마트 계산원, 시간강사, 식당일 등을 병행하며 어렵게 살았다는 청원인은 "2012년 파산, 2019년 빚 청산 뒤 청약 당첨됐는데 19일간 보유를 이유로 부적격 처리돼 억울하다"고 토로해다.



그는 "경제 파탄으로 2012년 배우자와 별거했고 별거상태라 배우자의 주택 지분 보유 사실을 몰랐다"며 "그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53조 5호에 의하면 비수도권의 경우 공시가격 8000만원 이하인 경우 주택 미인정인데 10만2000원을 1주택으로 본다는 것은 국토부의 억지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토부는 1평을 소유하든 하루를 보유하든 등기부등본에 이름만 올라가면 1주택으로 본다"며 "나같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은데 법령이 그래서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한다. 법령을 다시 살펴보고 개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저가 주택 보유 1주택자도 불만 "2억대 집 산 서민은 안되고 고액 전세자는 되는게 말이 되나"
서울 아파트 전경./사진= 김창현 기자서울 아파트 전경./사진= 김창현 기자

'로또 청약' 열풍이 불면서 소형 저가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들의 불만도 많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로 3억원도 안 되는 주택을 샀다는 한 30대 1주택자는 "1주택자도 공공분양을 신청할 수 있게 제도가 개선되면 좋겠다"며 "이웃 5억원짜리 전세 사는 사람은 분양 받아 집값 오르고 수억원의 평가차익이 났는데, 무슨 법이 이렇게 허술하고 구멍 투성이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1주택자도 "낡은 구축 집이 있다고 기회조차 주지 않으면 청약에 당첨된 고액 전세입자와 비교해 자산 격차가 또 벌어지게 된다"며 "1주택자에게도 청약의 기회나 생애최초주택, 특별공급 등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간분양 시 무주택자로 인정하는 소액 저가 주택의 기준을 최근 집값 급등에 맞춰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민간분양에서 전용면적 60㎡ 이하, 공시가격은 수도권이 1억3000만원 이하, 비수도권은 8000만원 이하인 경우 무주택자로 인정이 되는데 2015년 한 차례 조정이 있은 뒤 5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기준은 그대로다. 공공분양은 주택 지분만 있어도 청약할 수 없다.

"청약제도, 소득·재산만 봐야" "1주택자도 무주택자처럼 청약할 수 있게 해야"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억원도 안 되는 옥탑방에 살았다고 청약 기회가 없고, 10년간 50억원짜리 전세 살던 무주택자에게는 청약 기회가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소형 저가 주택 기준을 상향하고, 주택여부와 상관 없이 소득과 재산만 간단하게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근본적으로는 청약제도를 손 봐야 한다"며 "정부가 줄 세우고 뽑기 해서 주택으로 5억원, 10억원의 차익을 남길 수 있게 하는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치"라고도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예전에 일시적으로 40㎡ 이하, 수도권 3억원, 지방 1억원 이하 주택은 무주택자로 간주하고 세금 등 혜택을 준 적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1주택자도 무주택자처럼 청약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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