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아무리 생트집 잡아도 흔들리지 않아!

윤준호(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0.10.1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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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방송캡처 사진출처=방송캡처



그야말로 ‘생트집’이다. 중국의 일부 팬들과 관영 매체가 방탄소년단을 공격하고 나섰다. 그들이 ‘밴플리트 상’을 받으며 밝힌 수상 소감이 발단이 됐다. 이에 국내 매체는 물론이고 외신까지 나서서 중국 측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문제 삼고 있다. 하지만 이는 외신의 지지도 얻지 못한, ‘그들만의 주장’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무슨 일이 있었나?

방탄소년단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의 한·미 친선 비영리재단인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주최한 행사에서 밴플리트 상을 받았다. 이는 미8군 사령관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고 1957년 코리아소사이어티를 창립한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을 기리기 위해 1995년 제정된 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우호관계 증진에 공을 세운 한국인과 미국인에게 수여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로하고 신곡 ‘다이너마이트’로 미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빌보드 싱글 차트 핫100에서 한국 가수 최초로 정상을 밟은 방탄소년단에게 더없이 걸맞은 상이라 할 수 있다.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은 그룹을 대표해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2020년 연례행사는 올해가 한국전쟁 70주년이라 더 의미가 짙습니다. 양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 및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후 중국의 몇몇 네티즌과 언론 매체가 이 소감을 도마 위에 올리고 재단하기 시작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이 날 RM은 3분 가까이 수상 소감을 전했다. 해당 발언은 이 중 일부일뿐이다. 게다가 이 발언을 꼼꼼히 살펴봐도 별다른 문제점이나 중국을 공격하는 뉘앙스는 찾기 어렵다.

하지만 중국 네티즌은 ‘한국전쟁’과 ‘두 나라가 겪은 고난과 희생’이라는 대목에 초점을 맞췄다. 몇몇 네티즌은 "한국과 미국을 의미하는 ‘양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한국전쟁 당시 중국 군인들의 고귀한 희생을 무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한국전쟁에 자국군이 참전한 것을 ‘항미원조(抗美援朝)’이라고 표현하고 있고, 역사 교과서에도 이처럼 적시하고 가르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중국이 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운 전쟁이었다는 의미다. 그런 상황 속에서 BTS가 한국전쟁을 언급하며 ‘두 나라가 겪은 고난과 희생’이라고 한 것은 한국이 미국을 동맹국으로 인정하는 동시에 항미원조 기조와는 맞지 않는다는, 중국의 지극히 자국 중심주의적인 논리다.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이를 바라보는 외신의 반응은 어떤가?

BTS는 세계적인 그룹으로 거듭났다. 그렇기 때문에 BTS를 향한 중국 네티즌과 관영매체의 공격은 외신들도 눈여겨보고 있다. 한국전쟁 및 이번 논란과 이해 관계가 없는 외신들이 이를 바라보는 관전이야말로 가장 객관적인 판단이라 볼 수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네티즌들이 BTS의 악의 없는 발언을 공격했다"며 "BTS는 공공연한 도발보다는 진심 어린 포용으로 잘 알려진 인기 보이 밴드이고, 그들의 수상소감 역시 악의가 없었지만 중국 네티즌은 지체 없이 공격하는 글을 올렸다"고 중국 네티즌의 억지 주장에 일침을 놓았다

이번 논란이 불거지자 삼성, 현대 등 대기업들이 중국 내 BTS를 모델로 삼은 광고를 감춘 것에 대해 영국 로이터통신은 "이번 논란은 세계 제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이 대기업들 앞에 정치적 지뢰를 깔려놨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꼬집었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네티즌들의 행태는 갈수록 커지는 중국 내 민족주의 분위기로 인해 중국에서 사업하는 외국 기업들이 직면한 위험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여파는 어떤가?

중국의 시장 규모와 그들의 파워를 고려할 때 여파는 적지 않았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BTS의 수상 소감 이후 논란이 불거지자 일부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그들이 모델로 나선 삼성 갤럭시 S20 BTS에디션 등 BTS 관련 제품이 사라졌다고 보도하며 담당 직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해당 제품은 재고가 없어서 내렸다"는 해명을 보도했다. 또한 BTS를 모델로 기용했던 베이징 현대차와 휠라에서도 BTS 관련된 중국 SNS 웨이보 게시물이 사라졌다는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일부 중국 팬들의 소위 ‘탈덕’(‘팬들 그만둔다’는 의미)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한국전쟁과 여기에 참전했던 중국을 바라보는 BTS의 시선에 실망했다는 식이다. 한 네티즌은 웨이보를 통해 "RM은 한국인이고 그렇게 말할 수 있지만 나는 중국인이라 화를 내기로 결심했다. 내 분명한 태도를 표현하기 위해 BTS의 팬클럽을 그만뒀다"고 적었고 또 다른 네티즌은 "BTS는 왜 우리(중국인)의 감정을 무시할 수 있을까"라며 "그것은 중국인들이 최선을 다해 그들의 앨범을 사고 투표만 하기 때문"이라고 성토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BTS는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13일 미국 빌보드에 따르면 BTS는 피처링으로 참여한 곡으로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Hot) 100’ 정상을 다시 밟았다. 그들의 신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현재 2위를 유지하고 있는 터라 방탄소년단의 이름이 빌보드 1, 2위에 나란히 게재됐다.

소속사 빅히트 측은 "방탄소년단은 ‘핫 100’의 1, 2위를 동시에 차지한 통산 5번째 그룹"이라며 "그동안 비틀스, 비지스, 아웃캐스트가 이 같은 성과를 냈고, 2009년 블랙아이드피스가 ‘붐 붐 포(Boom Boom Pow)’와 ‘아이 갓타 필링(I Gotta Feeling)’으로 나란히 1, 2위에 오른 적이 있다"고 밝혔다.

물론 중국은 13억 인구를 자랑하는 단일 국가로 봤을 때 지구촌 최대 시장이다. 하지만 K-팝은 이미 세계화됐다. 아시아 시장에 갇혀 있을 때만 하더라도 중국의 위상은 어마어마했고 그들의 입김은 셀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BTS가 이미 아시아를 벗어나 미주, 유럽, 중동 등을 무대로 삼고 있는 상황 속에서 중국 측의 이같은 억지 주장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윤준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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