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폭탄 안은 기분"…집합금지 해제 업소 '불안한 반색'

뉴스1 제공 2020.10.1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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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노래방·유흥주점 등 손님맞이 준비 분주…"더 악화되지 않길"

(수원=뉴스1) 최대호 기자,유재규 기자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로 하향 시행한 12일 저녁 경기 수원시 인계동 번화가. 약 두 달만에 영업을 재개하는 노래방 등이 간판 불을 켜고 손님 맞이에 나섰다.  이날 거리는 비교적 한산했다. © News1 최대호 기자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로 하향 시행한 12일 저녁 경기 수원시 인계동 번화가. 약 두 달만에 영업을 재개하는 노래방 등이 간판 불을 켜고 손님 맞이에 나섰다. 이날 거리는 비교적 한산했다. © News1 최대호 기자


(수원=뉴스1) 최대호 기자,유재규 기자 = "정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있는 기분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완화 첫날인 12일 저녁 경기 수원시 매산동 수원역 일대 번화가. 이곳에서 이른바 '술파는 노래방'을 운영하는 A씨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조치를 반기면서도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했다.



언제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될지 몰라서다.

"어제(11일)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발표 뉴스를 보고 이제 살았구나 싶었죠. 장사를 다시 할 수 있다는 자체가 반길 일이죠. 그런데 또 언제 악화될지 모르니…."



A씨는 매 주말마다 정부발표를 기다리며 기대와 실망을 반복했다고 했다.

"'일주일이면 되겠지'가 두 달이 된 거죠. 최근에는 폐업까지도 고민했었어요. 그러다 추석 후 점차 신규 확진자가 줄어들어 조금만 더 견뎌보자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노래방 각 룸에 비치할 물품들을 정리하던 A씨는 "제발, 또 확진자가 폭발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어제도 확진자가 100명 가까이 나왔다는데 벌서부터 걱정"이라며 "다시 문을 닫아야하는 상황이 오면 그때는 정말…"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경기 수원시의 한 PC방 좌석표.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하향 시행된 12일 저녁 400석 만석에 98석 만이 운영되고 있었다. © News1 최대호 기자경기 수원시의 한 PC방 좌석표.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하향 시행된 12일 저녁 400석 만석에 98석 만이 운영되고 있었다. © News1 최대호 기자
같은 시각 수원시청 뒤 인계동 번화가의 한 대형 PC방은 손님맞이에 한창이었다. 400석 좌석 중 98석이 찬 상태였다.

PC방 매니저 B씨는 "저희는 지난달 13일부터 부분적으로 문을 열긴 했다. 오늘부터는 청소년도 받고 음식도 판매할 수 있게 됐다"며 "원래대로 였으면 이 시간대 200석 이상 차 있어야 정상인데, 아무튼 사장님께서 틈만나면 소독하고, 손님에게는 마스크 착용 안내하라고 신신당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나저나 알바(아르바이트생)들 대부분 일을 제 때 못해 신불자(신용불량자) 신세가 됐다. 잠시 택배포장 등의 일을 하겠다며 그만둔 친구들도 있는데, 갑자기 문열게 됐다고 다시 부르기도 그렇고 해서 오늘은 좀 바쁠거 같다. 그래도 손님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인근의 코인노래방에는 이미 여러 손님들이 방을 차지한 채 노래를 즐기고 있었다. 대부분 10대~20대 젊은이들 이었다.

코인노래방 운영자 C씨는 "저희는 주류 등을 팔지 않아서, 감염 우려가 비교적 크지 않은데도 고위험시설로 분류됐다"며 "방안에서 마스크를 쓰고 벗는 것에 대해 주의 주는 게 사실상 쉽지는 않지만, 손님 대부분 마스크를 쓴 채 노래를 즐기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룸이 22개인데 지금 10여팀 정도 오셨다. 제발 다시 악화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문을 닫으라고 하면 답이 없다"고 걱정했다.

C씨의 코인노래방에는 취재가 이뤄지는 짧은 시간에도 손님 세 팀이 연이어 방문하는 등 발길이 이어졌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로 하향 시행한 12일 저녁 경기 수원시 인계동의 한 코인노래방 손님이 마스크를 쓴 채 노래를 부르고 있다. © News1 최대호 기자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로 하향 시행한 12일 저녁 경기 수원시 인계동의 한 코인노래방 손님이 마스크를 쓴 채 노래를 부르고 있다. © News1 최대호 기자
유흥업소가 밀집된 골목의 한 업소 앞에서 만난 D씨는 "저희도 오늘부터 문을 열었는데, 예약된 손님이 없다. 사회적 분위기가 아직은 (유흥을 즐길)상황이 안 되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정말 짜증나는 것은 2.5단계 때도 불법으로 문을 연 곳이 많았다. 간판 불을 끈 채 삐끼(호객꾼)를 동원해 영업을 했다"며 "법을 지키는 사람만 손해를 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날 수원역과 인계동 번화가 일대 거리는 월요일인데다 코로나19 여파가 겹치며 평소 북적이던 모습과 달리 비교적 한산했다.

한편 정부는 12일 0시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기존 2단계에서 1단계로 하향 시행했다. 수도권은 지난 8월16일 2단계로 상향 조정된지 57일만이고, 비수도권은 8월23일 이후 50일만이다.



오랜 기간 문을 닫았던 클럽과 노래방 등 고위험시설 10종이 다시 영업을 재개했다. 2단계 조치로 금지됐던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의 집합·모임·행사도 이날부터 가능해졌다.

정부는 다만 아직 확진자가 많은 수도권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제약을 뒀다. 식당과 카페 등 16종의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방역체계를 비수도권은 생활속 거리두기 수준인 1단계로 풀었지만, 수도권에선 2단계 수준인 출입자 명단 관리 등의 방역수칙 의무화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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