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도 빅히트에 '영끌'한다…연금 깨고 빚투하는 노인들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20.10.13 04:34
글자크기
70대도 빅히트에 '영끌'한다…연금 깨고 빚투하는 노인들


“공모주 청약을 위해 대출까지 받아 투자하는 고령층 고객이 늘었다. 지인들에게 소개해 함께 하기도 한다. 심지어 IRP(개인형퇴직연금)를 해약하고 투자하려는 분도 있어 만류했다.”

경기도 분당의 한 증권사 PB(프라이빗뱅커)의 말이다. 최근 공모주 열풍이 불면서 70대 이상 고령 투자자가 공모주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투자자는 공모주 청약을 위해 ‘빚투’(빚내서 투자)까지 감내한다.



12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8월까지 만 70세 이상의 신용거래융자 신규 대출액은 6조4498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신규 대출액(3조8240억원)보다 68.7% 증가했다.

대출액 규모는 다른 연령대와 비교하면 적은 편이지만 증가세로 보면 20대(84.9%)와 60대(78.7%)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전체 신용융자 거래 잔액을 살펴봐도 비슷하다. 올해 8월말 기준 70대 이상 신용융자거래 잔액은 6492억원으로, 지난해말(3719억원)보다 74.5% 늘었다. 20대(133.8%)나 60대(87.7%)보다 낮지만 30대(71.6%)와 40대(70.5%)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중 상당수는 최근 열풍을 불러일으킨 SK바이오팜 (82,700원 ▼1,700 -2.01%), 카카오게임즈 (20,750원 0.00%) 등 공모주 투자를 위한 자금에 쓰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초 일반 공모청약을 진행한 카카오게임즈 (20,750원 0.00%) 주관사인 삼성증권에 따르면 70대 1인당 청약금액은 3억7700만원으로, 분석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달 5~6일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공모주 청약에서도 70대는 1인당 청약 금액이 가장 많은 연령대로 꼽혔다. 이들은 평균 4억7000만원 증거금을 납입해 평균 12주를 받았다.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하반기 IPO(기업공개) 시장 '최대어'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일반 공모 청약 마지막 날인 6일 서울 중구 NH투자증권 명동WM센터에서 투자자들이 투자 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하반기 IPO(기업공개) 시장 '최대어'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일반 공모 청약 마지막 날인 6일 서울 중구 NH투자증권 명동WM센터에서 투자자들이 투자 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우종윤 유안타증권 메가센터 분당지점 과장은 “상반기 코로나 사태로 변동성이 커지면서 주식형펀드를 부담스러워하던 70대 투자자들이 공모주펀드로 눈을 돌렸다”며 “직접 청약하는 고객도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김현식 메리츠증권 강남프리미엄WM센터 영업이사 상무는 “보통 고령층은 변동이 크지 않은, 안정적인 채권상품을 선호하는 편”이라면서도 “최근에는 공모주 혜택이 있는 하이일드펀드나 코스닥벤처펀드나 프리IPO(기업공개) 주식 등에도 관심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안정 추구 성향의 고령층이 변동성이 큰 공모주로 눈을 돌린 이유는 오히려 공모주를 ‘안전자산’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상장 직전에 사서 상장 직후 팔면 된다’고 여기는 것이다. 단기 차입을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동선 유진투자증권 챔피언스라운지 금융센터 차장은 “공모주 투자를 하는 고령층 가운데는 수십년 투자 경험을 해본 이들도 많다”며 “이때만큼은 다들 직접 저축은행부터 보험회사까지 돌아다니시면서 대출을 받아오신다”고 전했다.

70대도 빅히트에 '영끌'한다…연금 깨고 빚투하는 노인들
우 과장은 “보통 고령 투자자는 공모주 상장 이틀 전에 대출받아 공모주펀드에 넣었다가 상장 이후 1~2일 이내에 환매한다”며 “레버리지를 일으킨다고 해도 오래 투자하기보단 일주일 이내에 사용한다”고 말했다.

물론 과도한 ‘빚투’는 주가 급락에 따른 반대매매를 불러올 수 있어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단기 차입이 대부분인 만큼 큰 손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평가다.

김동선 차장은 “대부분 2~4일동안 이자 비용과 예상 수익 등을 비교해 단기간 레버리지를 쓴다”며 “유경험자의 경우 공모주의 변동성을 알기 때문에 보통 상장 첫날 주식을 파는 게 대부분이고, 젊은 층보다 더 빨리 정리하시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