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김 팔던 14살 알바생은 어떻게 "재선 확실" 인정받는 총리로 컸나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2020.10.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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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재선 승리 확실시, 관건은 노동당 의회 1당 차지 여부"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AFP=뉴스1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AFP=뉴스1


오는 17일(현지시간) 뉴질랜드가 총선을 치르는 가운데, 저신다 아던(40) 총리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12일 미국 CNN은 아던 총리의 리더십과 개인적인 면모를 집중 조명했다.

아던 총리는 한때 뉴질랜드의 작은 마을 모린스빌에서 피시앤칩스를 팔던 아르바이트 직원이었지만, 이제 '세계에서 가장 인정받는 지도자 중 한명'이 됐다.



젊은 총리 아던은 지난 3년의 임기 동안 크라이스트처치 총기난사 사건,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처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CNN은 "인구 500만명의 뉴질랜드에서 그녀의 프로필은 특출하다"면서 "보그지와 타임지의 표지를 장식했고, 미국 유명 사회자 스티븐 콜버트를 초대해 오클랜드 교외에 있는 집을 보여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그녀는 호주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정치인' 조사에서 1위에 꼽혔다. 또 오는 17일 총선을 앞두고 뉴질랜드에서 가장 인기있는 정치인에 올랐다.

아던 총리의 재선 승리는 거의 확실해 보인다. 이번 총선의 관심사는 아던 총리가 속한 노동당이 처음으로 의석수 1당에 오를지 여부에 달렸다. 현재 노동당은 뉴질랜드제일당, 녹색당 등과 연립정부를 구성해 집권하고 있다.


정의감으로 무장한 말솜씨 좋은 학생
1980년 모르몬 교도였던 부모님 아래서 태어난 아던 총리는 초기 유아 시절을 무루파라라는 지역에서 보냈다. 임업 위주였던 이 지역에는 실업이 만연했고 이로 인해 자살률이 높았다. 아던 총리와 자매를 돌보던 베이비시터는 개발도상국에 흔한 질병인 간염에 걸려 얼굴이 노랗게 변했다. 아던 총리는 정치 신인 시절에 의회에서 "사회 정의에 대한 열정은 무루파라에서 본 것 때문에 촉발됐다"고 말한 바 있다.

1980년대에 모린스빌로 이사한 아던 총리의 아버지는 경찰관으로, 어머니는 학교의 요리사로 일했다. 14살때 아던 총리는 골든키위 피시앤칩스 가게에서 방과 후 아르바이트를 했다. 모린스빌의 농부 존 월시는 "항상 말솜씨가 좋았다"고 아던 총리를 기억했다.

아던 총리는 모린스빌에 있는 고등학교 재학시 학생 대표를 맡았다. 학교를 설득해 여학생들이 스커트 외에도 반바지를 입을 수 있도록 했다. 존 잉거 모린스빌 고등학교 교장은 그녀를 "지적이고 유쾌하며 설득력을 갖춘 사람으로 기억한다"며 "사회적 정의감이 강했다"고 했다. 토론에 열심히 참여했고, 연설 대회에서 곧잘 우승했으며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의 학교 대표였다.

와이카토대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후 그녀는 웰링턴에서 노동당의 첫 여성 총리인 헬렌 클라크의 사무실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이후 노동당 청년 당원으로 활동했고,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정책 자문으로 활동했다.

그가 차기 리더로 주목받았던 결정적 사건은 2017년 8월 노동당 대표로 선출돼 정권 교체를 이룬 것이다. 노동당은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원내 2당에 머물렀지만, 한 달 만에 군소정당을 모아 연정을 이뤄냈다. 당시 아던 대표가 보수 정당인 제일당의 윈스턴 피터스 대표와 직접 담판을 벌여 연정 구성에 극적으로 합의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이로써 노동당은 9년 만에 집권당인 국민당으로부터 정권을 되찾았고, 아던 총리는 대표 취임 2개월 만에 총리직에 오르게 된다.

취임 후에도 기존의 틀을 깨는 행보는 계속됐다. 아던 총리는 취임 첫해에 임신했지만, 오랫동안 동거해온 파트너인 게이퍼드와 결혼하지 않았다. 이듬해 약혼했지만, 법적 부부 사이는 아니다. 출산 후에는 6주간 휴가를 떠났고, 3개월 된 딸과 유엔 총회에 참석해 화제가 됐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왼쪽)가 2019년 3월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사원 총격난사 사건 현장에 있었던 사람을 위로하고 있다./사진=로이터통신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왼쪽)가 2019년 3월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사원 총격난사 사건 현장에 있었던 사람을 위로하고 있다./사진=로이터통신
크라이스트처치 사건, 코로나 대처에 세계 '찬사'
아던 총리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크라이스트처치 총기난사 사건에 대한 단호한 대응,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이다.

지난해 3월 15일 뉴질랜드는 한 이슬람 사원에서 발생한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으로 충격에 휩싸였다. 51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던 총리는 신속하고 단호하게 움직였다. 이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고, 바로 다음 날 검은색 히잡을 쓰고 유족을 찾아 위로했다. 이때 아던 총리가 희생자 가족을 껴안고 지그시 눈을 감고 있는 장면은 '포용 리더십'의 모범 사례로 세계에 감동을 안겨줬다. 또 곧바로 총기규제 강화 법안을 통과시켰고, 소셜미디어 내 혐오 발언을 규제하는 대책도 마련했다. 당시 가디언은 "아던 총리는 공감과 사랑, 진실성을 통해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세계에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아던 총리는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도 '설득의 리더십'을 보여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뉴질랜드 언론에 따르면 뉴질랜드 보건부는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자가 모두 회복해 이제는 한 명도 없다고 밝혔다.

뉴질랜드는 지난 6월초 코로나19를 완전히 퇴치했다고 밝혔으나 8월 중순에 다시 오클랜드 지역에서 감염자가 나오면서 코로나19 경보단계를 높여 주민들의 사회활동을 규제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해왔다.

올초 그는 경제가 최대 10% 위축될 수 있고, 실업률이 30년 이래 최고치를 찍을 수 있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국경 문을 걸어 잠그고 전국 이동제한령을 내렸다. 봉쇄 기간 동안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지속적이고 진솔한 소통을 이어갔다. 3세 된 딸을 재워두고 운동복이나 티셔츠를 입은 채 일상적 대화를 하듯 정부의 대책을 설명하는 식이다.

약혼자와 브런치를 먹으러 간 식당에서 '1m 거리 두기 규정' 때문에 입장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약혼자인 클라크 게이퍼드는 "예약하지 않은 내 책임이 크다"고 했고, 총리실은 "카페에서 기다리는 건 바이러스 규제 기간에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로, 나도 보통 사람들처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던 총리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의 고통 분담 차원에서 6개월간 연봉을 20% 삭감하기도 했다.

밴 잭슨 웰링턴빅토리아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아던 총리의 브리핑에는 거짓 정보가 없고, 누구를 탓하거나 비난하는 내용도 없다. 그는 사람들에게 '서로 더 친절하게 대하라'는 신호를 준다"고 평가했다.

[웰링턴=AP/뉴시스]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지난 5월 25일(현지시간)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TV 생방송 인터뷰 도중 지진이 발생해 흔들리는 가운데 손을 흔들며 말을 이어가고 있다. 아던 총리는 당시 수도 웰링턴 일대에 발생한 규모 5.6의 지진에도 TV 생방송 인터뷰를 진행해 화제가 됐다.[웰링턴=AP/뉴시스]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지난 5월 25일(현지시간)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TV 생방송 인터뷰 도중 지진이 발생해 흔들리는 가운데 손을 흔들며 말을 이어가고 있다. 아던 총리는 당시 수도 웰링턴 일대에 발생한 규모 5.6의 지진에도 TV 생방송 인터뷰를 진행해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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