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직격탄 맞은 롯데그룹, 위기 돌파할 성장동력은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0.10.13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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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사, 주가마라톤 ⑤]롯데그룹

편집자주 그룹사 주가에는 많은 것이 담겨있다. 과거와 현재를 반영하는 기업가치 뿐 아니라 미래 청사진과 총수를 포함한 경영진과 직원의 역량, 소비자 평가도 반영되기 마련이다. 여기에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 산업구조와 업황변화, 해외여건 같은 다양한 외적 변수가 망라된다.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롯데그룹, 위기 돌파할 성장동력은


롯데그룹은 힘든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주요 산업인 화학과 유통이 모두 코로나19(COVID-19)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지난 7월 고(故)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주식 상속이 마무리되면서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됐지만 업황 부진을 돌파할 경영의 묘가 필요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그룹의 미래성장 엔진으로 지목한 첨단소재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롯데그룹 상장사들의 합산 시총은 16조200억원이다. 올 초 20조3900억원 대비 4조3700억원(21.4%)이 감소했다.

롯데그룹 중 몸집이 가장 큰 롯데케미칼 (97,300원 ▼2,900 -2.89%)(시총 6조7200억원)의 주가 부진 영향이 크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월 롯데첨단소재를 흡수합병하면서 범용 화학제품은 물론 고부가가치 화학소재인 스페셜티 사업으로 신성장 기반을 다졌다. 롯데첨단소재는 2016년 삼성SDI에서 롯데그룹으로 넘어온 회사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산업 수요가 줄어든데다 주요 공장인 대산공장 화재까지 겹치면서 롯데케미칼은 올해 최악의 상반기를 보냈다.

롯데케미칼의 올 상반기 영업적자만 530억원에 달한다. 대산공장은 4분기에 시험 가동한 뒤 내년에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그룹은 위기를 돌파할 경영 전략으로 ‘투자’를 내세우고 있다. 신 회장은 국내외 전 사업부문에 걸쳐 2023년까지 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2018년 발표한 바 있다. 이 중 40%(20조원)가 국내외 화학산업에 투입된다.


하반기 들어 화학 업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고부가가치합성수지인 ABS(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 마진이 개선됐다는 소식에 롯데케미칼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약 15%가 뛰었다. ASB 마진은 전분기 톤당 574.4달러에서 3분기 819달러로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원민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산 공장 중단에 다른 배상 관련 일회성 비용(256억원)이 사라졌고 ABS 마진 확대로 3분기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은 1289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에 부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2차전지 소재 개발에도 적극 나선다. 롯데정밀화학 (41,550원 ▼150 -0.36%)은 사모펀드를 통해 두산솔루스 인수에 29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두산솔루스는 자동차 배터리 분리막의 소재로 쓰이는 동박을 생산한다.

비상장사인 롯데알미늄은도 국내 안산 2차전지용 양극박(알루미늄박) 생산 공장을 증설하고 헝가리에서도 공장을 건설 중이다. 안산공장과 헝가리공장이 내년 말 완공되면 연간 3만톤 규모의 양극박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롯데알미늄의 최대주주는 호텔롯데다.

신 회장은 특히 올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에 오르며 한·일 경영권을 모두 장악해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경영 색깔을 나타낼 전망이다.

인사 쇄신도 이뤄졌다. 올해 롯데그룹은 1967년 창립 이래 사상 처음으로 ‘한여름(8월)의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롯데 2인자’로 불려온 황각규 부회장이 전격 퇴진하고 이동우 대표가 지난 8일 롯데지주 사내이사로 공식 선임됐다.

이 대표는 정통 유통맨으로 롯데하이마트를 이끌었던 만큼 코로나19 이후 언텍트 문화 확산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유통주들의 변신이 기대된다.

롯데쇼핑 (64,500원 ▼900 -1.38%)은 현재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 중이다. 롯데쇼핑은 전체 약 700개 매장 중 연내 121곳의 문을 닫을 예정이다. 백화점 5곳, 마트 16곳, 슈퍼 75곳, 롭스 25곳 등이다. 지난 4월에는 유통 계열사들의 통합 온라인 플랫폼인 ‘롯데온(ON)’을 출시해 이커머스를 강조했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영향이 줄어들면서 롯데쇼핑의 실적은 점차 안정되겠지만 오프라인 구조조정 및 온라인 강화라는 장기적 방향성에서 일회성 비용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계열사들의 IPO(기업공개)도 남은 숙제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를 국내 증시에 상장시켜 지배구조 투명화 등을 노렸지만 코로나19로 실적이 급감하면서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세븐일레븐 등 계열사들의 IPO도 내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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