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대비하는 영상 반도체·네트워크 中企

머니투데이 중기협력팀 이유미 기자 2020.10.3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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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속 중소벤처기업] 쿠오핀·아틀라스네트웍스

#인천에서 무인 굴착기가 땅을 파내기 시작했다. 물론 조종간에는 사람이 없다. 굴착기 운전사는 8800㎞ 떨어진 중국 상해에 앉아 있다. 국경을 넘은 초장거리에서 원격 조종하는 것이다. 운전사는 굴착기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현장을 볼 수 있다. 버퍼링커녕 실제 공사장에서 직접 굴착한다는 느낌을 줄 만큼 운전사의 조작과 굴착기 움직임이 빠르게 호환된다.



#메이저 골프 대회의 생중계 현장. 출전 선수가 스윙을 날리자 중계 화면에 공 스피드와 발사각 정보 등이 실시간으로 뜬다. 시원히 뻗은 포물선 궤적에도 그래픽이 더해진다. 스크린골프 화면과도 유사하다. 시청자들은 스마트폰으로 경기를 보지만 출전 선수가 된 양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경기 하이라이트를 리플레이하고 슬로모션을 주는 그간의 중계보다 리얼하다. AR(증강현실) 스포츠 중계로, AI(인공지능)가 공과 선수 정보를 인식하면 AR 효과가 뜬다.

아틀라스네트웍스, 영상 네트워크로 AR 스포츠 공략
5G 시대 영상 전송 기술의 예시다. 핵심은 '초저지연'이다. 스포츠 AR 중계에서 재빠르게 날아가는 공과 배경, 관중 등 수많은 객체의 정보를 실시간 인식하려면 속도가 생명이다.



CMAF(일반 미디어 응용 포맷)는 이 속도를 책임질 핵심 키 중 하나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공동 개발한 새로운 표준으로 온라인에서의 라이브 영상 송출 지연 시간을 최소화한다. 아틀라스네트웍스(대표 한정엽)는 CMAF 기반의 초저지연 스트리밍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여기에 AR 스포츠 중계 서비스를 접목할 계획이다.

CDN(콘텐츠 전송 네트워크) 기술력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아틀라스네트웍스는 글로벌 CDN 서비스로 입지를 다져온 회사다. 국내 본사와 해외 지사 간 인터넷 통신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XDN 글로벌 서비스'를 발판으로 성장했다.

XDN 글로벌 서비스/사진제공=아틀라스네트웍스XDN 글로벌 서비스/사진제공=아틀라스네트웍스


이는 엣지 서버 간 통신 지연 정도를 주기적으로 측정, 웹상에서 가장 빠르게 통신할 수 있게 최적의 루트를 찾아주는 해외 가속망 서비스다. 국경을 넘어 화상 회의를 하고 메일이나 대용량 파일을 전송할 때 생길 수 있는 통신 끊김과 데이터 소실, 연결 지연 문제를 해결해 준다.


업체는 CDN 스트리밍 서비스 구조를 단순화, 5G 시대에 부합하는 초저지연 영상 전송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화질, 대용량의 영상 데이터를 쪼개고 효율적으로 전송할 수 있는 청크 디코드·전송 기술이 따라줘야 한다. 돌파구로 찾은 것이 바로 '머신러닝'이다. 중요한 영상 객체를 우선 처리하고 전송 영상을 고품질로 유지할 수 있도록 지능형·자동화하겠다는 것이다.

쿠오핀, 5G 최적 반도체로 '글로벌 경쟁력'


원격 제어 굴삭기 시연 사례 /사진제공=쿠오핀원격 제어 굴삭기 시연 사례 /사진제공=쿠오핀
인천과 상해를 잇는 굴착기 원격 제어의 경우 2018년 두산인프라코어와 LGU+가 합작한 사례다. 여기에는 초저지연 영상·음성·데이터 전송 장치가 적용됐다. 시스템반도체 업체 쿠오핀(대표 이상훈)이 개발한 것이다. 지난 7월부터는 볼보와도 굴착기 실증 시험에 나섰다,

이 회사가 갖춘 실시간 전송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경쟁 제품의 영상 처리 지연 속도가 500~1500ms(밀리세컨드)로 분포한 데 반해 20~40ms 정도다. 사람의 손에서 뇌까지의 신호 전달 속도는 10ms로, 이에 근소하다.

쿠오핀은 영상용 ASIC(주문형반도체) '모나리자'로 탄탄한 로드맵을 구축해왔다. 현재 풀HD 용 '모나리자2'까지 상용화 상태다. 4K에 특화된 '모나리자3'는 5G 환경에 특화됐다. 오는 2021년 1분기 중 출시 예정이다. 이와 호환 가능한 영상 전송 장치 등도 잇따라 출시할 계획이다. '모나리자4' 단계에서는 8K로 현실 세계과 흡사한 체험이 가능한 VR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각오다.

회사는 앞으로 △자율주행 △드론 및 로봇 △원격의료 시장 등을 적극 공략하기로 했다. 막연한 계획이 아니다. 그간 수행한 실증사업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양대학교와 LGU+의 자율주행 연구와 LG전자의 물류로봇, 두산디디아이의 드론 제어, 우아한형제들의 음식 배달 로봇 등에 이 회사의 초저지연 영상 전송 기술이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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