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말 사전’과 ‘말모이’ 원고가 보물로 지정된 까닭](https://thumb.mt.co.kr/06/2020/10/2020100911294571388_1.jpg/dims/optimize/)
문화재청은 8일 열린 제5차 문화재위원회 동산문화재분과 회의 결과에 따라 ‘말모이 원고’(국가등록문화재 제523호)와 ‘조선말 큰사전 원고’(국가등록문화재 제524-1호, 524-2호) 등 2종 4건을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 예고하기로 했다.
‘말모이’는 말을 모아 만든 것으로, 오늘날 사전을 의미하는 순우리말이다. 주시경과 제자들은 한글을 통해 민족의 얼을 살려 나라의 주권을 회복하려는 의도로 ‘말모이’ 편찬에 매진했다.
![‘조선말 사전’과 ‘말모이’ 원고가 보물로 지정된 까닭](https://thumb.mt.co.kr/06/2020/10/2020100911294571388_2.jpg/dims/optimize/)
‘말모이 원고’의 가장 큰 특징은 이러한 체제가 한눈에 보일 수 있는 사전 출간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원고지 형태의 판식(板式, 책을 쓰거나 인쇄한 면의 테두리 또는 짜임새)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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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시경이 세상을 떠난 뒤 1916년 김두봉이 이 ‘말모이 원고’를 바탕으로 문법책인 ‘조선말본’을 간행하기도 했으나, 김두봉이 3․1운동을 계기로 일제의 감시를 피해 상해로 망명하고 이규영도 세상을 떠나면서 이 원고는 정식으로 출간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후 조선어학회의 ‘조선말 큰사전’ 편찬으로 이어져 우리말 사전 간행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데 결정적인 디딤돌이 됐다.
‘말모이 원고’는 △현존 근대 국어사 자료 중 유일하게 사전 출판을 위해 남은 최종 원고라는 점 △국어사전으로서 체계를 갖추고 있어 우리 민족의 독자적인 사전 편찬 역량을 보여주는 독보적인 자료라는 점 △단순한 사전 출판용 원고가 아니라 일제강점기 우리말과 글을 지키려 한 노력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학술적 의의가 매우 크다.
![‘조선말 사전’과 ‘말모이’ 원고가 보물로 지정된 까닭](https://thumb.mt.co.kr/06/2020/10/2020100911294571388_3.jpg/dims/optimize/)
한글학회(8책), 독립기념관(5책), 개인(1책) 등 총 3개 소장처에 분산되어 있다. 특히, 개인 소장본은 1950년대 ‘큰사전’ 편찬원으로 참여한 고 김민수 고려대 교수의 유족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말 큰사전 원고’의 ‘범례’와 ‘ㄱ’ 부분에 해당하는 미공개 자료로서, 이번 조사 과정에서 발굴해 함께 지정 예고했다.
‘말모이 원고’가 출간 직전 최종 정리된 깨끗한 원고라면 ‘조선말 사전 원고’ 14책은 오랜 기간 다수의 학자들이 지속적으로 집필․수정․교열 작업을 거친 손때 묻은 작업이다.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의 증거물로 일본 경찰에 압수됐다가 1945년 9월 8일 경성역(지금의 서울역) 조선통운 창고에서 우연히 발견돼 이를 바탕으로 1957년 ‘큰 사전’(6권)이 완성되는 계기가 됐다.
‘조선말 큰사전 원고’는 철자법, 표준어 등 국어사적 가치 외에 전 국민의 우리말 사랑과 민족독립의 염원이 담겨있었다는 점에서 더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조선말 사전’과 ‘말모이’ 원고가 보물로 지정된 까닭](https://thumb.mt.co.kr/06/2020/10/2020100911294571388_4.jpg/dims/optimize/)
‘조선말 큰사전 원고’는 △식민지배 상황 속에서 독립을 준비했던 뚜렷한 증거물이자 언어생활의 변천을 알려주는 생생한 자료 △국어의 정립이 우리 민족의 힘으로 체계적으로 이루어졌음을 보여주는 실체 △한국문화사와 독립운동사의 매우 중요한 자료라는 점에서 대표성과 상징성을 갖추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러한 점에서 역사․학술 가치가 충분히 인정되므로 보물로 지정해 지속적으로 보존·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