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서울형 공공임대주택의 3단 개선법

머니투데이 송하엽 중앙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2020.10.14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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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부터 서울에 공급된 공공임대주택 중 노후된 단지의 재정비 방법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재정비사업의 주요 과제는 임대주택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 임대주택의 환경개선, 현시점에서의 주거공급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다.

첫 번째로 시급한 것은 임대주택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이다. 사회적 인식개선을 위해서는 단지 외관 이미지의 개선보다는 단지에 사는 사회계층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공급방식의 믹스(MIX)를 통한 다양한 연령의 소셜믹스를 유도하는 것이다.



장기임대, 영구임대, 국민임대, 행복주택, 청년주택 등 구분되어 있는 주거유형을 혼합하고 다양한 연령대와 가족 구성이 섞인 주거 통합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공동조리장, 빨래방, 탁구장, 놀이터, 도서공간 등 서로 조우할 수 있는 커뮤니티도 필요하다. 3040 신혼부부들을 위해 추진하는 지분형 분양주택도 하나의 단지로 만들기보다 임대방식이 믹스된 주거들과 섞인 단지로 만들어야 한다.

더불어 임대아파트 건축자금조달방법의 유형 개발도 추진돼야 한다. 그동안의 자금조달방법은 건설사의 자본 투자를 통해 공공지원 임대주택을 만들고 8~10년 후 주위의 시세에 맞게 분양을 해 원주민이 재입주할 수 없는 형식이 많았다.



진정한 의미의 임대주택이 되기 위해서는 건설사의 이익을 위한 개발보다는 원주민이 지분을 보유하는 방식의 유형 개발이 필요하다. 건설사가 이익을 독점하기보다는 공동체가 이익을 공유해야 하며, 어느 형식의 임대주택이라도 원주민이 자격을 유지하는 한 내쫓기지 않고 장기간 거주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로 주거공급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노후된 임대주택의 재정비다. 서울의 임대주택은 현재 18만 호에 이른다. 노후임대단지의 용적률은 200% 이하로 재정비를 통해 훨씬 더 많은 세대가 입주할 수 있다. 재정비를 통해 주거를 늘리는 동시에 지역 거점 커뮤니티 공간도 함께 제공할 수 있다. 현재 동네 공공시설로 지어지는 수영장, 농구장 등 체육시설이 재정비구역 내 저층부에 마련될 수도 있다.

재정비가 유력한 대상지로는 90년대에 지어진 노후된 곳이 많은 강서구와 노원구의 새로운 역세권 단지들이 고려될 수 있다. 재정비 방법에는 철거 후 신축, 별동 증축, 리모델링이 있지만, 주거공급을 위한 유효한 방법은 증축이나 신축이다. 땅의 용적을 높이는 신축을 통해 입체화 개발을 하면 생활SOC 복합화가 가능하다.


세 번째로 필요한 것은 임대주택과 공공시설을 위한 땅의 확보를 통해 열린 마을을 만드는 것이다. 노후임대주택 재정비 단지 주변의 시유지는 물론이고 법제적 정비, 소속기관과의 협의 등을 통해 유휴 국유지에도 서울형 공공주택이나 산업생태계 붐업을 위한 거점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공공임대주거는 더 이상 하나의 갇힌 단지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사회적 소외를 만드는 기존의 단지와는 다르게, 공공주거와 생활SOC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삶터와 일터가 겹치게 함으로써 새로운 차원을 여는 공간복지를 이루어야 한다.

공간복지를 이룬 마을은 연속된 사적 공간의 지루함과 공적 공간의 무심함으로 소외감을 만드는 비정한 도시의 풍경에 따뜻함을 더 할 것이라 믿는다.

[기고]서울형 공공임대주택의 3단 개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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